[오늘의 시] ‘상강 무렵’ 홍사성

국화

개울물 밤새 숨죽여 흐른 걸 보면
무슨 일 분명 있었던 거다

갈대가 온몸 서럽게 적신 걸 보면
울음이 목까지 차올랐던 거다

기러기 끼룩끼룩 날아가는 걸 보면
더는 기다릴 시간 없었던 거다

서리 내릴 때마다 국화 향기 깊은 건
그때 놓고 간 마음 때문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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