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연수동 고려인 ‘한국살이’②…”참 많이 변했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필자가 인천시 연수동 함박마을을 처음 방문한 것이 2018년 10월 1일인데, 바로 지난 10월 17일에 다시 방문해 인천고려인문화원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 후 6년 동안 매년 2~3회 방문했다. 함께 방문했던 한국외대 학생들과 용산고등학교 친구들, 재외한인학회 회원들, 한아찾(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탐방팀 모두 “아, 함박마을 좋은데!”라고 말했다. 다른 이주민 집거지와 달리 지중화(地中化) 사업으로 전신주가 없어 거리도 깨끗했다. 중앙아시아(고려인) 음식을 맛보려고 함박마을을 찾는 방문객도 많아졌다. 지난 6년 동안 약 4천 명의 고려인이 6천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상점가의 모습도 변했다. 몽골식당이 없어지고 할랄식품 상점들이 늘어났다. 고려인동포와 함께 무슬림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탄드르(화덕)에 굽는 주식(主食)인 레표시카와 삼사(고기만두) 등을 파는 상점 가운데 어떤 곳은 2개가 될 정도로 성업 중이다.
함박마을에 이주민이 늘어나자 이를 돕는 각종 단체가 많아졌다. 한인교회와 러시아교회, 까리따스이주민문화센터(가톨릭), 원고려인문화원(원불교) 등 종교단체 외에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등이 한국어교육 외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송도 재외동포청에 가는 길에 잠시 푸른마을 함박도서관을 찾았다. 2012년 개관한 복지공동체 푸른마을 함박도서관은 고려인주민이 늘어나자 2022년 ‘러시아 서가(書架)’도 갖췄다. 이곳엔 포스코 인터내셔널 모스크바지사 지원을 시작으로 현재 아동·일반 러시아 도서 약 550여 권이 소장돼 있다. 또한, 러시아 그림책 읽기 ‘엄마랑 아기랑‘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고려인장애인가족모임 최마리아 대표가 지도했다. 푸른마을 함박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이 아니다. 고려인장애인들도 돕는 함박마을 종합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연구소’…함박마을 연구하며 교육사업도
인하대학교 대학원 다문화교육학과에서 공부한 박봉수 박사가 함박마을에 디아스포라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2018년 6월이다. 그는 그해 10월 공식 개소한 인천고려인문화원의 창립 공동원장도 역임했는데, 연구자로서 “고려인 자녀 돌봄 공동체 사례 연구 : 인천 함박마을 ‘고려인 엄마들 모임’을 중심으로”(<재외한인연구>, 제63호, 2023) 등 함박마을 연구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다. 박봉수 소장은 [마을이 학교다]라는 신념에서 2021년 9월 문을 연, 인천시교육청-선학중학교-연수구청-마을활동가가 함께 힘을 모아 이뤄낸, 최초의 교육문화공간 마을(선학중학교 구내)에서 매주 토요일 유치반, 초등반, 중등반, 한국어토픽반, 학부모반으로 나누어 한국어마을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번 70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함박마을 디아스포라연구소 또한 주중 내내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전에는 박봉수 박사가 방문동거(F-1) 비자라 일을 할 수 없는 고려인동포의 배우자를 위한 한국어 수업 및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오후에는 인하대학교와 연계한 멘토링 사업으로 함박마을 고려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시간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는 인하대 학생들은 함박마을에 와서 매번 2시간 1대1 수업으로 고려인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디아스포라연구소에서는 심리상담 집단수업(초등반, 중등반, 양육자반)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어 고려인 청소년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수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방황하던 고려인 학생들의 변화에 모두 놀라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도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고등학생은 대학진학에 중요한 생활기록부에 반영이 되는데, 인천 연수여자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함박마을 고려인 초등학생의 멘토로 나서고 있다. 고려인 초등학생은 함박마을 내 공유공간과 디아스포라연구소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
지방대학과 (특성화) 고등학교 고려인 청소년을 주목해보자
교육부가 지방대 위기 타개를 위해 2023년 출범한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가 2024년 추가로 10개 대학을 선발해 총 20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2026년까지 총 30개 안팎의 학교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2024년 경북지역 9개 고등학교가 외국인 유학생 65명을 선발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김천고를 제외하고 모두 특성화고다. (<중앙일보> 2024.3.13 “‘몽…골에서 왔…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국적은 인도네시아와 태국·베트남·몽골 등 모두 4개국이다. 선발된 학생은 당연히 한국어가 부족해서 정규 교육과 함께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을 받는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지역의 대학과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외국의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도 좋지만, 외국국적동포(고려인, 조선족) 학생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다. 조상의 나라에서 새 삶터를 이루기 위해 찾아온 귀환 동포의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이 오히려 지방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수도권의 비좁은 원룸-투룸을 벗어나 기숙사에서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것이 동포 자녀뿐만 아니라 인구감소시대 지역에도 서로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