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학준 저 ‘대한민국의 북방정책’
[아시아엔=이경형 <서울대총동창신문> 편집인, <서울신문> 주필 역임]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의 북방정책-기원·전개·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박영사)은 노태우 대통령이 펼친 북방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덧붙인 역작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이자 언론계, 정계, 대학총장까지 두루 거친 저자 김학준 교수는 팔순이 넘었지만 지난 10월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저작물에 관해 한 시간 넘게 열강했다.
저자는 36년 전, 노 대통령의 정책조사보좌관,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역임하여 당시 실상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나아가 정치학자로서 국내외 저술과 관련 인사들의 증언과 회고록을 총집대성하여 핵심 부분을 기승전결 식으로 책에 담았다.
‘제1장 북방정책의 쟁점들’에서부터 ‘제8장 맺음말: 노태우 정부 이후의 북방정책 및 남북관계의 재조명과 교훈’으로 구성되어 있어 큰 주제별로 전개 과정이 일목요연하다.
저자는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이 북방정책 성공의 바탕이 되었으며, 특히 1987년 6월항쟁으로 나타난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한 ‘6·29선언’과 1988년 동서진영이 대거 참가한 ‘88 서울올림픽’ 이후 공산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소련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수교 공략을 할 것인지 참모들과 숙의한 끝에 중국지도부는 고르바초프가 이끄는 소련에 비해 북한과 가까운 편이었고, 소련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북방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추구한 노 대통령의 포석이었다. 소련·중국·동유럽 공산국가들과의 수교로써 북한을 완전히 포위하여 압박을 가하는 한편, 1989년 ‘한민족공동체방안’을 공식화하고, 1991년엔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실현했으며 1990~1992년에 일련의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발효시켰던 것이다.
저자는 노태우 정부 이후 31년간 정부가 7번 교체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결국 실패한 이유는 북한 정권의 본질인 ‘국가 폭력과 거짓’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말 독일사회민주당은 창당 160주년 기념대회에서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러시아가 민주화할 것이라는 당의 가정은 잘못된 것이었다”는 ‘대 러시아 정책’ 관련 반성문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는 북한이 전체주의적 세습독재체제로 정권 생존과 결부된 핵무기(보유) 옵션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엄중하게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이 고립된 북한을 도와주고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도록 유도하면 남북한이 교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젖어 있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선포한 마당에, 한국은 국내정치의 성찰을 통해 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깊은 고뇌를 해야 한다.
저자는 한국정치는 ‘거부권 행사자들’이 지배함으로써 정치상황 전반이 교착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종북좌익세력 중심의 ‘운동권 정치시대’를 건전한 자유민주주의세력 중심의 ‘탈운동권 정치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논의에 관해 “핵무기 자체는 만들지 않지만 유사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합법적 대비책을 갖추는 ‘평화적 핵주권론’(김태우 박사)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