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집필 전 꼭 참고해야 할 것들···김학준 저서와 ‘KBS 역사스페셜’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한글은 세종대왕이 혼자서 만들었다?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과 전혀 다른데 이것을 KBS에서 만든 ‘역사스페셜’에서 처음 알았다. 한글 창제에 집현전 학사가 많이 참여하였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것이다. 세종은 고유문자를 만든다는 것이 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히리라는 것을 짐작하여 집현전 학사들도 배제한 것이다. 한글이 만들어지자 신임하는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가 가장 반대한 것을 보면 세종대왕의 판단은 옳았다. 세종대왕은 필요한 심부름은 대군과 공주들을 시켜 하면서 사실상 혼자서 한글을 창제해내었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의 유훈으로 알려진 ‘훈요십조’ 중 차령산맥 이남의 호남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당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역사스페셜’은 적지 않은 부분에 있어 국사학의 줄기를 바꿀 수 있는 사실을 발굴하였다. 그들은 방법론에 있어 기존 국사학계가 접할 수 없었던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역사는 기록이다. 문자가 없던 당시에는 고고학의 성과가 기록을 대신한다. 오늘날 고고학에서 사용하는 탄소 연대측정법,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복원 등은 과거에는 개발되어 있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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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자료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내었던 중국, 일본, 러시아의 문서보관소에 접근하고 있다. ‘역사스페셜’은 1998년 이후 제작되었는데 많은 부분이 지금 같으면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악착같이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 고조선과 고구려 강역에 대한 한국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관련 문서 접근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남북화해협력 시기에 남북 역사학자들 사이에 교환된 학술교류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1949년 발굴 이래 50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안악3호분의 주인이 고구려에 망명한 선비족 동수가 아니라 고구려왕이라고 주장하는 북한학계의 주장은 보다 설득력이 있다. 고구려가 평양 천도 이후 황해도 신안에 남평양을 경영하였다는 것도 그들이 밝혀낸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의 발해에 대한 연구도 새롭게 얻은 귀중한 성과다.

1945년 이후의 현대사도 소련이 붕괴된 이후의 자료를 보게 되면 그동안의 지루한 논란이 무의미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러시아 국립문서보관서의 자료는 북한의 독자 정부 수립은 1945년 9월 20일 내려진 스탈린의 지령으로 이미 결정된 것임을 밝혀주고 있다. 1946~47년의 미소공동위원회는 사실 무의미한 것이었다. ‘스티코프 메모’는 소련이 얼마나 치밀하게 북한을 통제하였던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1948년 4월의 김구, 김규식의 남북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 참여에서 그들의 우국충절이 어떻게 기만당했는가도 알게 된다.

이제는 모두 마음을 열고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자들이 기존의 학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해방 이후의 역사공간에 대해서는 김학준이 그동안의 자료를 총괄하여 정리해놓았는데 정치학자, 사학자들은 이것을 읽어 보고서 논쟁에 참여하기 바란다. 정부에서 국사교과서를 집필하기에 앞서 ‘KBS역사스페셜’에서 밝혀진 사실들이라도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가르는 것은 방법론과 자료다.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을 계속 활용하고 새로이 더해지는 자료를 있는 그대로 보는 성실함과 냉철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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