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반기문’ 검증받으면 무너진다고?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회오리를 일으키고 지나갔다. 대선 후보감이 마땅치 않은 여당은 반색을 하나, 새누리당의 어이없는 실착으로 생각지도 않은 압승을 한 야당은 실색을 하며 깎아 내리기에 급하다. 그들은 반기문이 정치에 들어와 검증을 받으면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관료로 살아온 사람이다. 선출된(elected) 정치인은 임명된(appointed) 관료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관가에서 입신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힘든 전형을 거쳐 임관한 후 상사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받아 그 자리에 이른 것이다. 그들은 아래로부터도 검증을 받는다. 능력은 위에서 잘 보이지만 인품은 아래에서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검증을 받으면 곧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에게 오랜 관료조직의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밝혀지지 않은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가? 이회창이나 박원순처럼 병역문제가 있는가? 최근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처럼 세금을 포탈하였는가?

국회의원을 해본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한다. 이것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실상을 요약(폭로?)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온갖 특권이 있다. 그중 압권은 불체포 특권이다. 헌법 제 44조에 의거,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국회의원 체포 동의는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을 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여간해서는 사법처리되지 않는다. 박준영 의원 등 20대 총선 당선자가 국회 등원 전에 검찰이 사법처리를 서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사회학을 창건한 막스 베버는 “정치란 정치적 조직과 조직체 내에서의 권력 배분이나 여러 정치 조직체들 간의 권력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직업 정치인의 자질을 열정·책임감·통찰력이라고 요약했는데 이것은 정치인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정치인은 물론, 모든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베버는 정치인에게서 특히 권력 배분의 기술을 강조한 것이다.

성공한 정치가로서 처칠, 드골, 레이건을 보자. 한편 대통령에는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우리의 몇몇 전직 대통령도 함께 생각해보자.

그런가 하면 저명한 정치학자 헤럴드 라스키는 “정치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먹느냐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은 이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건 전 총리가 “나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내려온 것도 이런 한국정치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여기에 익숙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겸손한 공인으로서 살아온 (기름 장어) 반기문이 국민에 다가오는 친화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엄격하게 검증해야 할 것은 반기문이 지도자로서 필요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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