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웨이 소송서 승리하려면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대한민국 건국사> 저자] 화웨이가 특허 문제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중국과 미국에서 소송을 걸었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해온다는 경고는 익히 듣고 있지만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해서 소란이 일었지만, 기업 중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는 것이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인가?

중국 법원은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중국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에서의 판결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가 있다. 화웨이가 이것을 믿고 싸움을 걸어왔다고 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중국도 경제는 세계를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규범과 상식을 벗어난 억지를 함부로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삼성은 방어보다는 공격적으로 나가려 한다. 동원하는 변호사도 최고급일 것이다. 화웨이가 이것을 모르고 덤벼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불안하다. 국내에서 통하던 변호사가 국제적으로도 통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전관예우 덕으로 통하던 것인지, 실력으로 통한 것인지 두고 보자.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가 수임료 신고 누락과 탈세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본인은 참담하다고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도 참담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여성 변호사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엘리트들이 방안 퉁소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외교관도 마찬가지다.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는 우리의 주장은 근거가 분명하다. 독도는 역사적·법적으로 분명하게 우리의 영토로, 분쟁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라는 1877년의 태정관 지령이 공개되었다. 그런데도 일본은 집요하게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고 한다. 우리는 한사코 거부한다. 혹시 우리의 외교관, 법률가들이 일본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인가?

현재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은 일왕의 사돈이다. 국제법에 대해서는 일본은 일찍부터 세련되어 있다. 일본은 1차대전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태리와 함께 전승 5대국의 하나였다. 대전을 종결하는 베르사이유 회의에서 일본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일본 외교관은 여기에 큰 자극을 받고 분발했다. 이때 비로소 불평등조약인 열강의 영사재판권이 철회되었다.

중국의 외교력도 만만치 않다. 1953년 주은래는 제네바 회의에서 미국의 덜레스를 상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55년에는 네루와 함께 반둥회의를 주도, 동서냉전 사이에서 독자적 위상을 확보하였다. 1972년에는 키신저와의 핑퐁외교로 미중관계를 열었다.

화웨이를 상대하는데 “자신 있다”는 변호사들의 주장에 마음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트럼프가 한국이 방위비 관련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이 억지가 아니라 FTA와 관련된 고도의 협상카드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중국, 일본, 미국과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성룡이 말했듯 최고의 인물만이 이 전쟁을 이겨낼 수 있다.

철저한 優生劣敗, 전관예우는 당치 않는 국제무대에서 이기는 자가 진짜 엘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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