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유성룡같은 재상이 ‘대통령의 성공’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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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대한민국 건국사> 저자] 세종대왕은 플라톤이 내세웠던 철인왕의 이상에 가장 근접한다. 한글을 창제하고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세종대왕의 업적은 위대하다. 그런데 성공한 군주 세종대왕 옆에는 황희 정승이 있었다. 황희는 24년간 재상을 맡았는데 그중 18년은 영의정을 지냈다. 그는 회의석상에서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다른 이들의 말을 두루 듣고서 마지막에 종합의견을 냈다. 그러다보니 틀리는 법이 적었고 임금의 신뢰는 굳건하였다. 영의정은 오늘날의 국무총리다. 국무총리는 황희와 같아야 한다.

난세의 영의정으로는 유성룡을 꼽을 수 있다. 선조라는 별로 신통치 못한 군주를 모시면서도 유성룡은 이순신을 발탁하였고, 선조가 왜의 계략에 넘어가 이순신을 백의종군하도록 한 것을 바로잡아 수군통제사로 재기용, 명량해전에서 왜군을 격멸토록 한 것이다. 이순신이 나라를 구한 성웅이라고 하지만 유성룡이 아니고서는 이순신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성룡의 탁월한 전쟁지도는 <징비록>에 나와 있다. 이 징비록이 조선에서는 별로 읽히지 않았는데 100년 후 일본에서 필독도서로 되어 있는 것을 조선통신사가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는데 군주가 신통치 못하여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이항복, 이덕형, 이원익 등 인재가 많이 나왔다. 유성룡은 이들을 대표한다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 산적한 일은 임진왜란 당시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어렵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앞으로 10년 사이에 우리는 북한 체제의 치명적 전환,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외교·안보적 비상사태, 그리고 민생과 경제의 혼미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음 나라를 이끌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를 잘 골라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여 유성룡에 대해 각별한 존숭을 표명한 것이 눈에 띈다.

다음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은 우선 도지사, 광역시장들을 주목한다. 이들은 사실상 소정부를남 구성하고 꾸려왔다. 도백의 치적은 결과로 나타난다. 국회의원같이 수사(修辭)만으로 되지 않는다.

해운회사 구조조정을 두고 경제팀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걱정이다. 청와대 수석·경제수장들이 모여 하는 서별관 회의의 구조조정이 “폭탄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설계도 한 장 없이 공사를 한다”고 비아냥 받고 있다. 구조조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산업은행이 실패한 재벌이 되고 있다. 정치권을 배경으로 내려와 연봉 수십억씩 받다가 실패하면 그냥 자리를 뜨는 무책임한 경영진으로는 안 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김학렬, 장기영, 남덕우 부총리만한 믿음이 가는 경제 팀이 나와야 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는’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어떻게 이루어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황희와 같은 포용력이 있으면서도 유성룡과 같은 대국을 지니고, 장기영과 같은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성공시키는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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