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중국의 서해안 불업어업 ‘근본 퇴치법’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중국 어선이 한강 하구 중립국 지대에 들어와 불법 조업하다가 미국의 항의를 받고 서둘러 돌아갔다. 신문에서는 ‘미국, 중국 어선 퇴출’이라고 했으나 간략히 보도했으나 정확하게는 유엔사에서 미국 정부에 통보하여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항의한 것이다. 한강 하구 중립구역은 유엔사가 관할한다. 서해에서의 NLL과 달리 한강 하구에서 중국 불법조업 선박을 구축하는 것은 훨씬 쉽다.
정전협정에 규정된 관할권에 관해서는 미국은 무척 엄격하다. 유엔사가 관할구역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가를 중국은 잘 모르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후 개시된 경의선,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엔사 관할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유엔사의 관할권(jurisdiction)은 변함없이 인정하되, 우리 국방부가 통행의 편리를 위한 관리권(administration)을 갖는 것으로 절충하여 이 난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1995년 북미 장성급 회담이 개시될 때 우리 국방부는 이는 엄밀하게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임을 관철시켰다. 미국이 우리를 제쳐두고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회담대표도 미국군, 영국군, 한국군, 태국 내지 필리핀군이 같은 발언권을 갖되, 군정위 수석대표인 미군 장성이 시니어로서 회의를 진행하며, 영문과 국문 두 가지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하였고 이를 명문화한 절차(procedure)를 북측과 합의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을 북미 장성급 회담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장관이 국회 답변 도중 이를 혼동하여 중간에 쪽지를 널어 속기록을 수정한 일도 있다.
유엔사는 미국정부가 관할한다. 이는 1950년 7월7일 유엔사가 창설될 때 유엔이 미국에 부여한 임무요 권한이다. 이는 유엔사령관 지휘 교대를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엔군사령부기는 미국 대통령을 대리하여 국방부장관이 수여한다. 연합사령부기는 합참의장이, 주한미군사령부기는 태평양사령관이 수여한다. 주한미군은 태평양 육군, 태평양 해군, 태평양 공군과 위상이 같은데 준 통합사령부(sub-unified command)다. 주일미군사령부도 마찬가지다.
중국 연안에서 잡히는 고기와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갈치는 맛이 전혀 다르다. 장강과 황하를 통해 유입되는 부유물이 중국보다도 우리 연안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것도 자기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이는 양국 간 EEZ 협상에서도 나오는 문제다. 한중 양쪽에서 각각 200해리를 설정하려고 하면 많은 부분이 중첩되어 협상이 불가피한데 중국은 배후 국가의 넓이를 감안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 22만km², 중국은 960만km²다. 해양법 어디에도 없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말이 안 되는 것도 중국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
중국은 미국의 항의를 받자 한국정부와 협의하여 단속하겠다며 서둘러 퇴출시켰다. G2니 뭐니 하지만 미국에 거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아닌가? 요새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라고 해서 할 말은 하겠다는 투이지만, 사실 중국은 미국을 두려워한다. 우리가 21세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스탠스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할 것이 없다.
MDL이나 NLL이나, 중립구역이나 한치도 중국에게 짓밟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