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무산’ 둘러싸고 청와대에 추파 던지는 사람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영남권 신공항 결정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박근혜 정부가 한 일 중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는 논평을 하고 나섰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하였으며, 더민주의 김종인 의원도 “지역 간 갈등문제를 고려해 비교적 중립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후한 평가가 나온 것이 왠지 수상하다. 그런가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끌고 가지 못해 실패한 것”이라고 하였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해서 아무 것도 만족시키지 못한 정부”라고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부산과 경북에서는 모두 극도의 반발이 나왔다. 밀양,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추진하던 시민들은 큰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는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하였고, 권영진 대구시장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거꾸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은 “김해공항 확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이러다가는 새누리당은 TK와 PK 모두를 건지려다 모두 잃게 생겼다.
동아일보는 김해공항 확장 칼럼을 쓴 청와대 전 안보수석 천영우를 등장시켰다. 천영우 전 수석은 “김해공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군기지도 2039년까지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여수공항으로 이전하는 대안도 있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김해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막대한 미군 증원병력과 전쟁수행 물자가 들어오는 전략기지다. 물동량은 서울 기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수공항은 이러한 김해 기지를 도저히 대신할 수 없다. 주한 미공군 기지도 함께 있다. 이들의 의견은 들어보았는가?
안보수석은 외교안보를 통틀어야 하므로 선정에 신중을 고려해야 한다. 안보수석이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하는 데만 집중하여서는 안 된다. 안보수석이 군 인사 관련 영향력을 무기로 군을 길들이려고 하면 망국적인 정치군인이 양산된다. 역대 안보수석으로는 김종휘, 임동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교부 출신이 왔는데 여기서 문제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인가해 주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중은 강했으나 사용군인 공군의 판단을 존중하고자 하는 이상희 장관의 입장도 확고하여 현재의 절충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때의 완강한 공군 입장에 비추어보면 김해 기지 관련 천영우의 발언은 도저히 공군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경과는 어떻든 영남권 신공항 관련 대통령의 결정은 내려졌다. 이를 굳이 김해 신공항 건설로 포장하며 공약 파기가 아니라고 에둘러 변명할 것도 없다. 이 과정에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은 선심성 공약으로 지역갈등을 키우는 행태를 지양함으로써 公約이 空約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가적 대사를 외국 용역에 맡기는 행위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 제1의 서비스로 정평이 난 인천공항을 건설·운용하는 한국이다.
이래서야 국가 건설 관련 우리의 노하우를 어떻게 아시아·아프리카에 수출할 수 있겠는가?
공인의 최소한의 덕은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남에게 핑계를 미루지 않는 것이다. 신공항 관련 결정은 누가 뭐래도 박근혜 정부가 내린 결정이다. 프랑스 용역 팀은 돈만 받고 사라지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