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잡이 중국어선 나포를 보며···세월호사건 뒤 ‘해경 해체’ 정말 잘한 일인가?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NLL을 넘어 꽃게잡이 어장에 들어온 중국 어선을 어민들이 직접 잡아서 해경에 넘기는 사태가 일어나 국회에서 해군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되지 않으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항의하면 중국에서는 “단속은 하지만 쉽게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대꾸한다. 이것은 북핵문제와 같이 중국이 말은 번드르르 하나 실제 행동은 뒤따르지 않는, 즉 일구이언 표리부동(一口二言, 表裏不同)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중국 정부의 이 발뺌이 전혀 엉뚱하지만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인구와 면적에서 한국과 맞먹는 성이 많은 중국에서 정부에서 하는 일이 밑으로 내려가 집행되는 데는 적어도 한 단계가 더 있다. 외교부에서 한국 정부의 항의를 접수하여 국무원에서 지시를 내리면 농업부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산동성, 요령성 등으로 명령을 내린다. 성에서는 현으로 내려간다. 실제 집행하는 부서는 그 밑으로 더 내려간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상부에 정책이 있으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고 한다고 한다. 어떻게든지 빠져나간다. 이를 막으려면 인민에 권력이 실제로 먹히는 중국 공산당에 “꽃게잡이는 우리의 핵심이익”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도 중국 어선으로부터 입어료를 받고 어장을 내주되, 북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통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고 남조선 해군에 잡히지 않도록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남북 어선이 접근하지 못하는 황금해역(남북해군에는 일종의 buffer zone이다)에는 중국 어선들이 수백 척씩 들어와 꽃게와 조기를 싹쓸이해간다. 이를 바라보는 어민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이번에 어민들이 중국 어선을 나포했다는 것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북방한계선(NLL)은 해상에서의 군사분계선과 같다. 북방한계선을 지키는 것은 해군의 임무다. 그 밑으로 어선이 출입할 수 있는 어로한계선이 있다. 어민들은 우선 어로한계선을 북방한계선에 최대한 근접하게 북상시켜 주기를 원한다. 해군으로서는 이 요구를 들어주기에 어려움이 많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어선에 끼어 들어와 우리 해군을 기습하는 것은 북한 해군의 상투적 전술이기 때문이다.
2004년 이전 남북 군사당국은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두고 회의를 벌였으나, 남북대화가 중단된 이후 이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심지어 정전협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북방한계선을 지켜내는 것은 해군의 실력이다.
해군의 임무 수행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의 한 본부가 되었다. 해경의 능률과 사기는 독자적 체제를 가지고 있던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해경은 구조에 집중하고, 심지어 수사권 확보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해군에 부담을 더 지울 것이 아니라 해경을 강화해야 한다. 해경을 성급히 해체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국회에서는 이런 근본적 문제부터 검토해야 한다. 정부 안에서 누군들 이런 문제제기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국회든 정부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전후좌우를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