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세월호 참사 어떻게 보나?

<사진=뉴시스>

세월호사건 발생 3년, <아시아엔> 자매 월간 <매거진N>은 2014년 6월호에 ‘세월호 특집’을 기획·보도했다. <아시아엔>은 세월호 인양을 계기로 더 이상 제2, 제3의 세월의 사건이 이땅에서 영원히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한다. <아시아엔>이 3년 전 <매거진N> 특집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이유다.(편집자)

매거진N 2014년 6월호 세월호 특집판

[아시아엔=이상현 기자] 지구촌 사람들은 지난 4월16일 한국의 남해바다 진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큰 놀라움과 짙은 슬픔을 공유했다. <매거진N>은 특별히 한국에서 수년간 살아온 외국인들이 이번 사고를 보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함께 나눴던 슬픔과 아쉬움, 분노를 찬찬히 되새겨 보면서 한반도에서 다시는 똑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혜와 교훈을 간추려 보려는 목적에서다.?

논평 꺼리는 외국인 많아

예상대로 “외국인으로서 솔직한 대답을 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완곡한 거절이 많았다.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일부 답변은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해도 완강하게 손사래를 치는 외국인이 많았다.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네팔 출신자들은 “응답하겠다”라고 대답한 뒤 연락두절인 경우였다. 터키 출신의 한 유학생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마음 아프고, 안타깝다’는 말 밖에 못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으로서 더 이상 말하는 것이 실례가 될 것 같습니다”라면서 인터뷰를 고사했다.

기자에게 미안해 했던 그는 다른 터키 출신 인터뷰이를 물색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한테도 물어봤는데 하겠다는 친구 없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일본 출신의 한 이민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의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감안할 때 이민자 신분에서 이번 비극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며 연신 사과했다.

5년 이상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온 외국인들은 세월호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전 국민적 애도와 분노의 분위기는 ‘한국문화의 집단적 특성을 보여준다’고 이해하고 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금전만능주의’와 ‘잘못된 권위주의’를 꼽았다.

세월호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복종의 문화’(중국인)와 ‘연장자 예우’(벨기에인), ‘기업의 무책임’(미국인)이 지적됐다. 유럽 출신의 이민자 위르겐 게마이어씨는 “나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구조를 위한 균형적 정보가 매 상황마다 공유되고 피드백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는 ‘당산대지진’을 이번 세월호 참사에 견줬지만 “그것은 자연재해였을 뿐”이라고 세월호 참사와는 거리를 뒀다. 익명을 부탁한 미국 오레곤주 출신 O씨도 “9·11 참사가 가장 끔직했다”고 했지만, “9·11 참사는 테러리스트의 짓이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고 구별했다.

인구 700만명의 유럽국가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위르겐씨는 “벨기에에도 사소한 사고가 있긴 했지만 세월호 사고에 견줄만한 큰 사고는 없었다”면서 “이렇게 큰 사고와 견주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이다.

1. 참사 피해자들은 물론 한국인 대부분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예전보다 더 큰 안타까움과 정신적 외상, 분노를 보여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동렬 동북아신문 발행인=금전만능의 사회에서 이제는 자기 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세계 최초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한국인의 자부심,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정부를 믿고 따르던 신뢰가 각각 무너졌다.

위르겐 게마이어=적당한 절차가 뒤따랐다면 엄청난 시간, 인명, 구조가능성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 수백겹이 쌓인 결과였다. 이런 잘못 중 하나가 최초 발생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이런 총체적인 문제점에서 비켜갔을 것이다. 기업의 탐욕은 물론 정부의 간과도 묵과할 수 없다. 모든 요인들이 합쳐져 재난을 극도로 키웠다.

오레곤 맨=이번 사건으로 한국인들은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등 어마어마할 정도로 공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집단적 특성은 아마도 이번 사고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 근본적 이유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2.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첫 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그 단추가 무엇이라고 보나?

위르겐 마이어=한국문화의 특수성이 아니라, 현대 한국문화가 돈을 궁극적인 목표로 만들어 버렸느냐의 문제다. 사고 발생 전에 만들어졌던 모든 잘못들은 기업의 탐욕과 부패가 줄줄이 얽힌 결과에 다름 아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전통 문화유산을 무시하고 극도로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빠졌다.

이동렬=금전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안전경시 풍조가 잘못 끼운 첫단추라고 생각한다.

오레곤 맨=한국사회를 보면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잘못한 경우에도 권한을 따지는 것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3. 한국이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사고가 불가피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나?

이동렬=복종의 문화가 끔찍한 사고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배가 침몰하는데도 학생들 거의 모두가 시키는 대로 제 위치만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볼 때 ‘복종의 문화’와 이번 참사의 인과관계는 분명히 근거가 있다.

위르겐 마이어=한 가지 드는 생각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비효율적인 행위도 용납되는 점이다. 노인은 실수를 해도 책임을 면하는 반면 보다 민첩한 젊은이들은 연장자들의 실수를 바로잡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반드시 상급자가 하급자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을 때만 긴급상황에서 상급자의 조치가 성공적일 수 있다. 나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구조를 위한 균형적인 정보가 매 상황마다 공유되고 피드백돼야 한다.

오레곤 맨=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고 보지 않는다. 어느 한 개인이라도 점검하고 사고를 예방했더라면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책임을 묻는다면 세월호 소유 선사와 운항안전 점검을 맡은 회사 내부에 한정돼야 할 것 같다.

4. 귀하가 태어나고 자라며 머물렀던 나라에서도 세월호 사건 못지않은 희생자를 낸 사고가 있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을 사고와 이번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동렬=중국에서도 당산대지진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자연재해였다. 세월호는 자연재해와 다른 인재(人災)에 가깝다.

위르겐 마이어=대부분의 참사는 인간의 오류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불가피하다. 거기엔 대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있다. 정부는 기업을 위해 안전기준 규제를 완화해 주고, 이에 따라 사고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항상 이익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기관으로 행동해야 한다. 부패는 사회의 근간을 손상시키고, 이에 따라 사회는 그 자체로 손상돼 드러난다.

오레곤 맨=단연 9·11 사건이다. 9·11은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범죄였고,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결부된 사고다.

5. 이번 세월호 참사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누구의 어떤 점이었다고 보나? 정부 각 부처, 공직자, 대통령, 국내외 언론, 시민들, 네티즌 혹은 다른 어떤 누구라고 보는지 말해달라.

이동렬=물에 빠지고 있는 승객들에 대한 구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안전시스템의 작동문제를 꼽고 싶다.

위르겐 마이어=언론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 참사에서 언론은 구독률과 시청률을 늘리려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데 집중했다. 언론의 역할은, 특히 재난보도의 경우에는 더욱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보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언론이 선전과 마녀사냥을 주도해선 안 된다. 일단 말과 행동으로 나온 모든 것들은 검증을 거쳐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밝히기 위해 최대한 취재해야 한다. 정확성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부정확한 언급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오레곤 맨=몇 가지가 떠오른다. 우선 대부분의 선원들이 탑승객 구조에 거의 노력하지 않은 점이다. 선원들은 스스로 그리고 가족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했다. 두 번째는 ‘현장생중계’(non-stop coverage)의 문제다. 현장 생중계와 같은 내용의 정보를 다시 보여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세 번째 정부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러한 느슨한 규제를 허용한 데 대한 비난의 대부분을 짊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정부는 똑 같이 정부 규제를 모두 도매금으로 팔아치웠다.

6.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언론의 문제가 자주 지적이 됐다. 평소 한국언론에 대해 독특하다고 느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장점과 단점 위주로 말씀해 주면 좋겠다.

이동렬=장점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투. 단점은 진실을 밝힌다고 국익과 시민의 정서를 아랑곳 하지 않고 파헤치는 병폐라고 본다.

오레곤 맨=거듭 말하지만 현장생중계를 빙자한 ‘같은 내용의 정보 다시 보여주기’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CNN도 얼마 전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사건 때 그랬다. 그런 사건을 그런 식으로 보도하면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 뉴스는 보도범위가 분명해야 한다. 한 얘기 또 하고 그런 식은 곤란하다.

7.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한국이 새로 거듭나 더 투명하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달라.

이동렬=사회전반과 범국가적인 안전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빨리 빨리’가 행복한 것이 아닌, 안전한 환경 속에서 생산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실제로는 ‘더 빨리 가는 길’이란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위르겐 마이어=언론은 스스로 진지해지고 정부는 자국 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형태의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기업은 도덕적 신념에 부합해 추가이윤을 위해 윤리를 저버리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세월호 참극에 포함된 세 이해관계자들이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천착해야 할 과제다.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난다면, 세월호 참사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것이다.

오레곤 맨=한국의 투명성강화는 갈 길이 멀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 순위는 세계 55위다. 정부 책임성 부문에서는 국제 평균치인 69%를 밑돌고 있다. 산업계에 대한 규제가 뭔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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