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글루텐 프리’ 식품 열풍
한국 ‘빵집’과 일본 ‘쌀집’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제품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0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글루텐프리 식품 관련 구매행동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0%가 글루텐 프리 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다.
글루텐(gluten)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가루에 물을 가하여 반죽을 하면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서로 결합하면서 글루텐이 형성된다. 밀로 만든 빵의 전체 단백질 중에 75-85%를 차지하며, 대부분 가공식품도 글루텐 함량이 높다.
미국의 경우, 밀(wheat)을 섭취했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약 6%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밀 알레르기와 글루텐 과민증(sensitivity), 셀리악병을 가진 사람들이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은 장 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글루텐프리(gluten free) 식품은 글루텐이 포함된 음식에 예민한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최근 글루텐프리 식품이 일반인에게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글루텐프리 식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개선’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지나친 밀가루 음식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글루텐프리 식품을 선호한다. 한편 글루텐프리 식품은 밀가루와 글루텐이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의 대체 식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글루텐에 대한 예민함과 셀리악병은 서로 다른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글루텐은 물 분자를 결합해 우리가 먹은 음식을 젤(gel)로 만든다. 그로 인해 음식물은 더 분해되기 어렵게 되고, 소화도 더 어려워진다. 글루텐 섭취를 끊어야 할 때는 Δ소화가 잘 안 될 때, Δ별다른 이유 없이 팔 뒤쪽에 닭살이 생길 때, Δ만성적으로 피곤할 때, Δ어지럽거나 두통이 있을 때, Δ호르몬 합병증이 있을 때 등이다. 여러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들이 아침시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간편식에는 쌀가공식품(주먹밥, 죽, 떡)이 빠지지 않는다. 쌀로 만든 먹거리를 활용해 학생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사업은 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 쌀 소비세대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비만(肥滿) 환자를 치료해온 결과 하루세끼 쌀밥을 잘 먹으면서 밀가루 등 다른 탄수화물을 안 먹는 게 비만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고령자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근감소증을 막기 위해서도 하루 세끼 쌀밥 식사가 중요하다. 우리는 ‘쌀밥은 비만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