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영원한 재야’ 장기표 선생과 ‘담낭암’

2024년 7월 장기표 선생이 암판정을 받은 직후 부인 조무하씨와. 당시 필자 이병철 부부와 1박2일 남도 나들이에 나섰다. 그의 마지막 장거리 여정이었다. <사진 이병철>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상(牛墒) 장기표(張琪杓)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담낭암(膽囊癌, gallbladder cancer) 투병 중 국립암센터에서 9월 22일(일요일) 오전 1시 30분쯤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7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며 건강 상태를 전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페이스북에 “장기표 선생님은 처음 담낭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이미 너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항암치료를 시도했으나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쉽지 않았습니다. 그제 금요일 퇴근 전 마지막 뵈었을 때 식사도 하시고 과일도 드시면서 표정도 매우 좋으셨습니다. 저 보고 바쁜데 일 보라고 하신 말씀이 마지막이었네요”라고 적었다.

고인은 1945년 12월 27일 경남 밀양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마산공고 화공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 후 학생운동 등에 투신하면서 1995년에야 졸업장을 받았다. 1989년 민중당 창당에 참여하여 진보정당에서 제14대부터 제17대까지 국회의원 선거에 연이어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보수정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시민운동의 대부이면서도 끝까지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지 못하여 이러한 행보로 ‘영원한 재야(在野)’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대 법과대학 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때 전태일의 분신자살이 일어나 그후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인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으로 9년을 감옥에서 지냈고, 12년의 수배생활을 보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을 비롯해서 여러 번 복역과 가석방, 석방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일체의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

고인이 노년에 국가에서 받은 돈은 국민연금과 베트남 참전 수당을 합쳐 월 220만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고인은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5.18민주화운동 보상금 10억원 받기를 거부했다. 그는 “받아야 되는 돈을 거부한 게 아니라, 받아서는 안되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이후 민주화유공자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은 1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고인은 “농사짓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특별히 보상금을 따로 받는 건 파렴치한 짓”이라고 말했다.

장기표씨는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폐지운동에 앞장섰다. 국회의원들이 수당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약 1억5700만원이다. 이런 국회의원 연봉을 도시 근로자 평균인 월 400만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특권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포함하면 180가지가 넘으며 이를 폐지하자는 운동이다.

고인의 마지막 소원은 ‘특권 없는 세상’이었다.

고인은 평생 사랑의 길을 열고 실천했다. 고인은 누구보다 투쟁의 원칙에 충실하고 철저했지만, 동시에 그 모든 지향점을 사랑에 두었다. 그래서 혹자는 ‘장기표주의(主義)는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젊어선 독재에 맞서, 나이 들어선 특권에 맞서 싸운 고인에게 정부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훈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달했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선생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회장’으로 진행되었다. 장례위원회는 고문(이창복, 이우재, 원학스님), 장례위원장(이부영, 김정암, 김부겸), 집행위원장(김문수, 문국주), 장례위원(200여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호상(護喪)은 고인의 60년 지기 이재오 전 국회의원이 맡았다. 9월 26일(목) 12시 경기도 이천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 안장되었다. 고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행복,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세상”을 염원하면서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가 만년에 앓은 담낭암은 담낭(膽囊, 쓸개)에 생기는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腫塊, 덩이)다. 담낭 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종(腺癌腫, adenocarcinoma)이 80% 정도를 차지하며, 일반적으로 담낭암이라고 하면 담낭 선암종을 말한다. 선암종이란 인체의 선(腺)조직, 즉 샘세포 조직에 생기는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22년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247,952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으며 그 중 담낭·담도암은 남녀를 합쳐서 7,452건이었다. 담낭암(C23)은 2,708건이었고, 기타 담도암(C24)은 4,744건이었다. 담낭·담도암은 전체 암 발생의 3.0%로 9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 당 조(粗)발생률은 145건이다.

우리 주변에는 ‘쓸개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5년 전에 담낭 절제술(담낭 제거 수술)을 받아 ‘쓸개 없는 남자’가 되었으며, 담낭에서 담석 7개가 나왔다. 담낭 절제술은 한국인이 흔히 하는 수술로, 10위권 안에 들어있다. 담낭을 제거하면 담즙을 분비하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기름진 음식과 튀긴 음식은 피해야 한다.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식물성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담낭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통 다른 부위(특히 위나 간)에 문제가 있을 때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이는 담낭이 복부의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담낭암은 담석 치료를 위해 절제한 담낭 조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며, 암이 아주 급격하게 진행되어 근치적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담낭은 간 아래 7-10cm 가량 작은 주머니 형태로 ‘쓸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장기이며, 간외(肝外) 담도(膽道)와 연결되어 있다. 담낭은 간관(肝管)을 타고 나온 담즙을 가느다란 나선형의 담낭관을 통해 받아들여 농축한 뒤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저장고 같은 곳이다. 담즙(膽汁, 쓸개즙, bile)은 녹갈색 액체로, 간세포에서 분비되어 쓸개세관(bile canaliculi)을 거쳐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농축되어 분비된다.

담즙은 쓸개염(bile salt), 빌리루빈(bilirubin)과 콜레스테롤(cholesterol) 등이 복합된 것으로 소화효소는 아니지만 지방을 미세하게 쪼개는 유화작용(乳化作用)을 함으로써 이자(췌장, pancreas)에서 분비되는 프로리피아제(pro-lipase)를 리피아제(lipase)로 활성시켜 지방질의 분해와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담즙은 인체에서 유일한 콜레스테롤 분비통로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하루에 약 600ml 정도 분비된다.

담낭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통 다른 부위(특히 위나 간)에 문제가 있을 때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이는 담낭이 복부의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담낭암은 담석 치료를 위해 절제한 담낭 조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며, 암이 아주 급격하게 진행되어 근치적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담낭암 진단을 위해 초음파검사,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경피경간 담도조영술(PTC),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등을 시행한다. 종양표지자(tumor marker)란 종양 세포에 의해 특이하게 만들어져서 암의 진단이나 경과 관찰에 지표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담낭암에서 종양이 담낭을 둘러싸고 있는 장막(腸膜)을 넘었는지의 여부, 간과 다른 장기를 침범한 정도, 림프절 전이 유무, 멀리 떨어진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병기(病期, stage)를 나눈다.

즉,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서 암세포가 담낭의 점막이나 근육층 내에 국한된 단계(조기 담낭암이며 병기로 1기), 암세포가 담낭 장막하 결합조직(결체조직)까지 침윤한 단계(2기), 간이나 장막, 하나의 주위 장기를 침범했거나 국소 림프절로 전이된 단계(3기), 그리고 종양이 주 간문맥(main portal vein)이나 간동맥, 두 개 이상의 주위 장기를 침범했거나 멀리 있는(원격) 림프절이나 장기로 전이가 된 단계(4기)로 나눈다.

치료 방법은 종양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담낭암의 1차 치료법은 수술이며,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항암화학요법(항암치료)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일정한 주기로 체내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항암제란 암세포의 발육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 약제의 총칭이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을 했지만 암의 원천 절제가 어려웠을 경우, 또는 국소적으로 많이 진행되어 절제가 불가능하지만 전이는 되지 않은 경우에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암을 치료할 때 정상 세포와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만 제거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치료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부작용의 종류와 정도는 치료를 받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심지어 한 치료와 그 다음 치료가 다르기도 하므로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부작용의 최소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담낭암은 다른 암보다 발생 빈도는 낮으나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전이가 잘 되어서 평균적으로는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를 일찍 발견하기 위해 계속 관찰해야 한다. 수술 당시 암이 진행된 정도가 심할수록 재발 위험도 높으며, 재발 시에는 전신적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6-2020년의 담낭 및 기타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9.0%(남자 29.8%, 여자 28.2%)로 보고되었다.

암환자는 암을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담당 의료진을 믿고 의연하게 암과 맞서야 한다. 수술 후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3-6개월이 걸리므로 3주째부터는 서서히 뢀동을 시작하여 하루 30분-1시간 산책을 포함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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