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상륙…오·남용 우려도

복부비만은 만병의 근원일 정도로 위험하다는 연구가 많다.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유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다 <사진 연합뉴스>

비만(Obesity)은 그동안 의지 꼬리표가 붙어있어 살을 빼지 못하면 “의지가 약해서 그것도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듣기 다반사였다. 하지만 비만은 단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유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다. 이에 미국의학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지난 2013년에 ‘비만=질병’이라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전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3800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 세계 80억 인구에서 8명 중 한 명은 비만인이라는 얘기다. 성인 비만은 1990년에 비해 2배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은 4배나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3년 비만 팩트시트(2023 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한국인 성인 비만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1년 성인 전체의 비만 유병률이 38.4%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성인 비만은 체질량지수(kg/m2)가 25 이상으로 정의하며, 복부비만은 남자는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으로 정의한다. 비만률은 여성의 경우 2012년 23.4%에서 2021년 27.8%로 비교적 완만히 증가한 반면 남성의 경우 2012년 37.3%에서 2021년 49.2%로 약 1.3배 증가하여 전체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비만 유병률과 마찬가지로 복부비만 유병률 역시 증가하여 2021년 24.5%(남자 31.0%, 여자 18.2%)이다.

위고비는 용량별로 0.24mg, 0.5mg, 1.0mg, 1.7mg, 2.4mg 등으로 나뉜다.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꾸준히 투약할 경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비만 치료제(Weight-Loss Medicine)가 세계 산업계와 자본시장을 흥분시킨 한 해였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2021년에 출시한 성인용 비만치료제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1923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제약회사로, 세계 비만 치료 시장에서 50%, 당뇨 시장에서는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을 시작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에 시판되었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월 4회 최저 1300달러(약 170만원) 수준의 높은 가격임에서 테슬라 일론 머스크,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미국 수요가 폭증하면서 유럽 출시 일정이 지연되기도 하여 영국에서는 2023년 9월 출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위고비’가 2024년 10월 15일 도입되어 판매를 시작했다. 도매상 공급가는 4주분 기준 372,025원으로 책정되었으며 도매상 마진, 약국 마진, 처방전 비용 등을 합쳤을 때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50만-80만원선이다. 출시 이후 약국마다 가격에 차이가 있어 한달 분에 40만-50만원의 가격이 주이고, 수요가 많은 지역은 80만원까지도 판매중이다. 국내에서 비싼 이유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위고비는 복부나 허벅지에 놓는 피하주사이며, 1주일에 한 번 투약하는 방식으로 효과는 상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위고비 한 상자에는 주사기 1개, 주사바늘 4개가 들어있다. 위고비는 용량별로 0.24mg, 0.5mg, 1.0mg, 1.7mg, 2.4mg 등으로 나뉜다.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꾸준히 투약할 경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고비는 복부나 허벅지에 놓는 피하주사이며, 1주일에 한 번 투약하는 방식으로 효과는 상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위고비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5월에는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는 광고을 중단하기도 했다. 너무 잘 팔려서 더 이상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위고비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허가를 받았다. 기존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강력한 효과를 보여 허가를 받았을 때부터 ‘게임 체인저’라고 했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기반 비만치료제의 일종으로, 내분비계에 개입하는 전문의약품의 상표명이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여러 부가적인 효과가 밝혀진 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관리용 보조제로 사용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세마글루타이드(GLP-1 유사체)에 의한 핵심 작용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따라서 식사를 통한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체중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인간의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는 억제한다.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지속시켜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지만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최근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위고비·젭바운드는 GLP-1을 모방한 물질이 주성분으로, 체내 머무는 기간을 대폭 늘려 효능을 극대화한 것이다.

국내에 출시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 제약사의 ‘삭샌다’(2018년)와 ‘위고비’(2024년) 그리고 2025년 출시 예정인 일라릴리 제약사의 ‘마운자로’가 있다. ‘삭센다’ 투약방식은 매일 주사하는 것이며, 평균 7.5% 체중 감량(56주 투약 기준), 가격은 50만원 안팎(4주 투약 기준)이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이며 평균 14.9% 감량(68주 투약 기준), 가격은 80만원 안팎(4주 투약 기준)이다. ‘마운자로’는 주 1회 주사, 평균 22% 감량(72주 투약 기준)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비만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88.9억달러, 2026년 220.5억달러, 2028년 403.1억달러, 2030년에는 539.5억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삭센다(Saxenda)’를 ‘위고비(Wegovy)’가 곧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흥행에 성공하면 경쟁사 일라이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Maunjaro)’의 국내 출시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는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2분기 만에 판매액이 43억4300만달러(약 5조9천억원)를 넘어선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 이상 약품)이다. 임상 시험에서 평균 22%(72주간 투약 기준) 체중 감량 효과를 거뒀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체질량지수(BMI, 체중(kg)을 키(m) 제곱으로 나눈 값) 30이상인 성인 고도 비만 환자이거나, BMI 27이상 30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비만의 동반 질환을 보유한 성인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허점을 활용해,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유통·거래하고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이 아닌 만큼 체중 감량의 보조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보 노디스크 제약사는 지난해 장폐색과 관련된 부작용을 위고비 약물 설명서에 추가했다. 췌장염과 신장 기능 저하, 담낭 질환, 저혈당 등도 부작용으로 보고돼 있다. 이탈리아 베로나대학 연구팀은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즈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법인인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전문의약품의 허가 목적 외 사용에 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를 감시, 예방, 교육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위고비’ 출시를 계기로 비만 치료제 오·남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고비’는 출시 이전부터 비만 환자들의 관심이 급증하여 ‘삭센다’ 출시 당시보다 더 심한 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위고비’도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투약 중단 시 다시 살이 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위고비’가 비만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미국의 노벨 생리의학상’이라고 불리는 ‘래스커상'(Lasker Award) 수상자로 비만 치료에 혁명을 불러온 연구자 3인이 선정되었다. 래스커재단은 9월 19일 조엘 하베너(Habener·87)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브(Mojsov·77) 록펠러대학 교수, 로태 비에레 크누센(Kndsen·60) 노보노디스크 제약사 최고과학고문을 2024년 래스커상 임상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젭바운드 등이 기반이 되는 GLP-1을 발견하고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비만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 환자들의 고통을 줄였다는 것이다. 래스커상은 의학분야 최고 권위의 상 중 하나로, 수상자 중 상당수가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수상했다. 이들이 인류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다음 달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세계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고, 비만 치료의 역사를 바꿨다는 점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래스커상’은 1945년부터 한 해에 한 차례 의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며, 앨버트 래스커와 그의 아내 메리 래스커가 설립한 래스커재단(Lasker Foundation)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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