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불의한 세상에 맞선 김민기, ‘4기 위암’에는…

“김민기의 감성은 늘 소외받는 곳으로 향했다. 인천 피혁공장 노동자의 결혼식 축가로 만든 ‘상록수’,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노래극 ‘공장의 불빛’ 등이 있다. 김민기는 단순히 노래를 작곡하여 부르는 가수를 넘어서 젊은이들에게 부당한 세상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든든한 ‘뒷배’였다. 김민기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맞섰다.”(본문 가운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여든다섯 동갑내기인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가요무대’를 매주 시청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월) 저녁 10시 방송된 가요무대의 마지막 순서로 지난 7월 16일 별세한 현철 가수를 추모하면서 그가 1987년 리비아 사리르 대수로 공사현장에서 공연(가요무대)한 장면을 방송했다. 건설현장 모래땅에 앉은 수백명 근로자들을 위로하며 근로자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7월 23일(화) 조간신문에 1970년대 암울했던 시절 영롱한 노래들을 발표한 김민기 가수가 향년 73세로 21일 별세했다는 부음이 실렸다.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胃癌) 4기 진단을 받고 최근까지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병원에 통원하며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는 20일 오전 응급실에 실려가 21일 밤 별세 직전까지 가족들을 만나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인은 위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상태가 악화되어 ‘아침이슬’로 이 세상을 떠났다. 김민기는 2018년 한국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아침 이슬’ 김민기 작사, 김민기 작곡, 양희은 노래. 

긴 밤 지세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마음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아침 이슬’ ‘식구 생각’ ‘친구’ 등을 남긴 그는 1970년대 이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곡가 겸 가수, 공연기획자(학전 대표)이었다. 생전의 김민기는 스스로를 입버릇처럼 ‘뒷것’이라 불렀다. 즉 공연하는 사람들이 우선이니 ‘날 자꾸 앞으로 불러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그를 ‘앞것’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유족은 “일체의 조의금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렸다.

김민기(金敏基)는 1951년 3월 31일 전라북도 이리시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6·25전쟁 말기 부친을 잃고 서울로 상경했으며, 산파(産婆, 조산원)였던 모친이 돈을 벌어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다녀온 적도 있다. 경기중·고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통기타를 쳤던 그는 서울대 회화학과(69학번)에 입학하여 고교 동창 김영세와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래를 불렀고, 친구들은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도비두’는 명동 YWCA에 있던 포크송의 산실 ‘청개구리의 집’에서 노래하며 음악계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김민기는 아예 학교도 그만두고 음악에 빠졌다. 1971년 발표한 ‘아침 이슬’은 김민기 첫 앨법 ‘김민기’에 수록됐고, 이어 편곡해 가수 양희은에게도 줬다. ‘아침 이슬’은 기이하게 정치 바람을 탔다. 1971년에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건전가요 서울시문화상’을 받았고, 1975년에는 ‘묘지’라는 가사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아침 이슬’은 김민기가 술에 취해 수유동 공동묘지에서 잠들었다 일어나 4·19탑 근처를 걷다 수풀에 맺힌 이슬을 보며 지은 노래라고 한다. 금지곡이 된 ‘아침 이슬’은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 1987년 민주 항쟁, 2016년 광화문 시위까지 50여 년간 가장 많이 불린 운동권 노래가 됐다. 노래 ‘친구’는 고교 때 익사한 친구를 기리며 만들었지만, 시위 현장에서는 옥사한 운동권을 기리는 노래로 불렸다.

간결하고 서정적인 가사는 대중의 감성을 흔드는 데 더할 나위 없었다. 그의 감성은 늘 소외받는 곳으로 향했다. 인천 피혁공장 노동자의 결혼식 축가로 만든 ‘상록수’,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노래극 ‘공장의 불빛’ 등이 있다. 김민기는 단순히 노래를 작곡하여 부르는 가수를 넘어서 젊은이들에게 부당한 세상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든든한 ‘뒷배’였다. 김민기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맞섰다. 이에 김민기는 ‘불온한 가수’로 낙인 찍혀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김민기는 자신이 운동권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말이 길지 않은 김민기는 시위 현장에 나와 자기 노래를 부른 적도, 정치적 구호를 외친 적도 없다고 한다. 1991년 대학로에 문을 연 소극장 ‘학전(學田)’은 김민기의 ‘뒷것’ 정신이 구현된 공간이다. 故 김광석을 필두로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윤도현, 나윤선 같은 음악가들이 배출됐다. 1994년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사회적 고민을 가미한 작품으로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공연돼 70만명 이상 관람했다. 학전은 재정난과 대표의 병환으로 2024년 3월 15일에 폐관했다.

김민기의 앓던 위암의 경우 위(밥통 胃)는 우리 몸의 내장기관 중 가장 넓은 소화기관으로 배의 윗부분 왼쪽 갈비뼈 아래와 명치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자신의 주먹 두 개 크기이며 신축성이 있어 잘 늘어난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통과하는 소화기관은 크게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나뉘어진다. 주머니 모양의 소화기관인 위는 위로는 식도, 아래로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다. 식도와 연결 부위에 있는 분문(噴門)과 십이지장과 연결 부위에 있는 유문(幽門)이라는 두 괄약근(括約筋)이 위 내의 음식물이 식도나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조절한다.

위는 위쪽부터 위저부, 위체부, 위전정부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앞벽, 뒷벽과 더불어 우측의 간 쪽 벽면은 소만(작은굽이)이라고 하고, 좌측의 비장 쪽 벽면은 대만(큰굽이)이라고 한다. 위벽은 안쪽부터 점막층, 점하막층, 근육층, 장막층 네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암은 점막층에서 발생하므로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시행하면 초기에 위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위암(胃癌, Stomach cancer)이란 위에 생기는 모든 암(악성 종양)을 말한다. 위암에는 위 점막 상피에서 생기는 위선암과 점막하층에 생기는 악성림프종, 근육육종, 간질성 종양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위선암이 약 98%를 차지한다. 위선암(gastric adenocarcinoma)이란 위장 점막 세포에서 발생한 암 중 선암(腺癌) 세포로 구성된 암을 말한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만성 위축성 위염, 장이형성, 위소장 문합술(吻合術), 식이 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 감염, 유전 요인, 기타 환경적 요인 등이 있다. 위선암을 일으키는 단독 원인은 없으며, 여러 환경적인 요인(후천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선천적 요인)이 여러 단계에 작용하여 발병하게 된다. 환경적 요인이란 위장 점막에 작용하는 미세환경, 생활습관, 식이습관 등을 일컫는다. 위선암의 발생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2-3배 증가한다.

위암의 증상으로는 상복부 불쾌감,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팽만감, 식욕부진 등이 있다. 위선암은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에서부터 격심한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위염(胃炎)이나 위궤양(胃潰瘍) 증세와 유사하여 환자들이 쉽게 무시할 수 있다. 위암이 진행되면 구토, 토혈, 하혈, 체중 감소, 빈혈, 복수(腹水)에 의한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위암은 증상과 진찰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방사선 검사(위장 조영술)나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고 조직 검사로 최종 진단된다. 위 내시경 검사는 위장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의심되는 부위에 대해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위암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菌) 감염 여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위암이 진단되어 치료방법을 결정하고자 할 때 초음파, CT, MRI 검사 등을 시행한다.

위암 1기는 암이 위 안쪽 안벽에 국한되어 있는 단계이며, 5년 생존율은 90%까지 높아질 수 있다. 2기는 암이 근처의 림프절이나 위의 더 깊은 층으로 전이되었을 수 있으며, 5년 생존율은 70-85%이다. 3기는 암이 주변 장기나 다발성 림프절을 침범한 경우이며, 5년 생존율은 30-60%에 이른다. 4기는 암이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돼 치료가 어려워 5년 생존율은 20% 미만이다.

위암의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치료법은 수술로 암 병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조기 위암이나 국소 림프절에 약간 전이된 3기초기 암은 근치적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병기(病期)는 대개 완치보다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암 환자에게 항암제(沆癌劑)를 사용한다. 항암제는 독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의사의 감독 하에 정기적인 검사를 하면서 주의해서 써야 한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으로 위암 수술을 대신할 수 있다. 치료 내시경 수술이란, 입을 통해 치료 내시경을 위에 넣은 뒤, 내시경 끝의 집게로 암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다. 이 수술은 위와 기타 조직이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종양이 튀어 올라 있거나 평평한 형태이며, 크기가 2cm 이하이고,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 시행할 수 있다.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 필수이다. 짜고 매운 음식 섭취를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흡연은 위선암의 위험도를 2-3배 증가시키므로 금연해야 한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므로 40세 이후에는 1-2년에 한번씩 위내시경 검사가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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