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폭염, 심장과 위장도 위협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강 수칙’ 매뉴얼을 마련했다. 온열질환 의심 땐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 물, 얼음 등으로 닦아줘야 한다. 동시에 부채나 선풍기로 체온을 낮추면 좋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온열질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한다. 사진은 극심한 폭염으로 물병을 통째로 들이키고 있는 남성 모습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올해 최악의 여름이 시작되어 6월 중순에 섭씨 40-50도를 기록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하지(Haji·성지순례) 중 1천10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그랜드 모스크의 기온은 51.8도에 달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하지 기간이 여름과 겹치면서 폭염으로 심혈관 질환, 열사병 등으로 숨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LA 화재도 열돔현상(Heat Dome)으로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살인적 폭염은 열돔현상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는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반구형 모양으로 가둬놓는 현상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날씨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환경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가 더워진다는 것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적도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하나뿐인 지구는 앞으로 미래 세대의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환경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무더위로 인하여 온열질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온열질환이란 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의식 저하 등을 동반하며,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000명에 육박했으며,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32명으로 집계했다.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중추는 땀을 적정 체온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로 지속되면 체온 조절 중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체온이 정상 수준보다 높게 올라 신체에 이상증상이 나타난다. 온열질환인 일사병과 열사병은 이름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지만 차이가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심부체온: 일사병은 40도 이하이며, 열사병은 40도 이상이다. 증상: 일사병은 30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어지러움, 약간의 정신 혼란, 즉시 회복되는 실신 등이며, 열사병은 의식 비정상, 섬망(譫妄), 발작, 경련, 어눌함 등이 나타난다. 호흡: 일사병은 정상 또는 빠른 호흡이며, 열사병은 정신 혼란과 동반된 느린 호흡 또는 빠른 호흡이 발생한다. 피부: 일사병은 땀으로 축축하며, 열사병은 건조 또는 땀으로 축축하다.

일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시원한 실내나 그늘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있을 땐 벗으며, 시원한 물을 충분히 마신다.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칼륨, 칼슘, 나트륨 등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갔을 수 있어 이온음료나 소금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시원한 곳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 몸이 회복된다. 그러나 고령자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몸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반면 열사병 환자는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도 환자의 체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차가운 물을 적신 수건으로 환자의 몸을 닦고 부채질하거나 선풍기를 쐐주면 체온이 빨리 낮아진다. 의식을 잃은 열사병 환자에겐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해선 안 된다. 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열사병은 뇌, 심장, 간 등 장기의 온도를 높여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하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강 수칙’ 매뉴얼을 마련했다. 온열질환 의심 땐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 물, 얼음 등으로 닦아줘야 한다. 동시에 부채나 선풍기로 체온을 낮추면 좋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온열질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한다.

온열질환은 ‘건강 수칙’만 잘 지켜도 예방이 가능하다. 즉 △물 자주 마시기 △시원하게 지내기 △더운 시간에 활동 자제하기 등 건강 수칙 준수만으로도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갈증이 없어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챙 넒은 모자로 햇볕을 차단한다. 헐렁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하여 발생 위험이 올라가는 질병에는 △일본뇌염 등 모기매개 질환 △장내 바이러스 관련 식중독 및 수인성 감염병 △열대야 증가로 인한 수면장애 △폭염 일수 증가로 인한 열탈수 등 온열질환 △해수면 온도 상승과 관련된 비브리오 패혈증 △태양광 과다노출에 의한 피부암 △대기 중 미세먼지와 오존 증가에 따른 호흡기 질환 △혈압 상승으로 인한 고혈압 △당대사 지연으로 인한 당뇨병 △신진대사 높이는 갈색지방 활동 저하로 비만 증가 △심장 기능 부담 증가로 심혈관 질환 증가 △폭염과 자연재해 증가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 등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기후로 인하여 우리 몸의 위장, 대장, 심장 등도 더 힘들어 진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장내 바이러스와 세균의 증식이 빨라져 음식 섭취를 통한 식중독 발생이 늘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연도별 감염성 장(腸)질환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2010년 289.9만명에서 2017년 455.9만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354.9만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에는 다시 441.5만명으로 증가했다.

폭염 등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그람음성균인 비브리오균이 활발하게 증식한다. 비브리오균에 속하는 세균에는 비브리오 콜레라균, 패혈증 비브리오균, 장염 비브리오균 등이 포함되며 각 균별로 서로 다른 질병을 일으킨다.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콜레라(제1군 법정 전염병)는 급성 설사와 탈수의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콜레라균은 분변이나 구토물로 오염된 음식과 물을 통해 감염되며, 날것이나 덜 익은 어패류가 감염원이 되기도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한, 발열 등의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과 설사, 복통, 하지통증 등을 유발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어패류를 날 것이나 덜 익힌 채로 먹었을 때 또는 어패류 바닷물 갯벌에 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이 피부 상처에 접촉되었을 때 감염된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식중독을 일으킨다. 이 균은 해수온도 섭씨 15도 이상이 되면 증식을 시작하여 20-37도의 온도에서는 3-4시간 만에 100만배로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장염비브리오균은 어패류의 표피 내장 아가미 등에 부착되어 식중독을 일으키며, 어패류에 부착된 장염비브리오균이 냉장고, 조리기구, 사람의 손을 통하여 다른 식품으로 이동하여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브리오균이 일으키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질병의 공통 감염 경로인 어패류를 주의해서 섭취해야 한다. 어패류를 구입한 후에는 비브리오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하게 냉장보관 해야 한다. 여름철엔 어패류를 가급적 날로 먹는 것을 피하고, 비브리오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섭씨 8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여 섭취하는 것이 좋다.

미국 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이면 뇌졸중은 평소보다 66%,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관상동맥질환의 사망 위험도 약 20% 높아진다. 더위로 땀 배출을 늘리기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심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심장의 1분당 혈액 박출량은 3리터씩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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