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민세상’ 김학준 전 아시아기자협회 이사장
학술·연구 부문···김병로·송진우·윤봉길 평전 등 근현대 정치 인물史에 업적
“민세 안재홍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학자이자 언론인이셨고, 해방 후 좌우합작과 통일 정부를 위해 노력하신 분입니다. 그분 함자(銜字)를 딴 상을 제가 받게 돼 영광입니다.”
제13회 민세상 학술·연구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김학준(79) 단국대 석좌교수는 민세상 수상과 관련한 대면(對面) 인터뷰를 끝내 고사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흠이 있고 부끄러워 차마 인터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세상 수상을 채찍이 담긴 격려로 알고, 앞으로 더욱 공부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인천대 총장, 국가기록연구원장, 한국정치학회장, 세계정치학회 부회장, 동아일보 회장, 단국대 이사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고전’으로 통한 ‘러시아 혁명사’를 비롯해 ‘남북한 통일정책의 비교연구’ ‘한국문제와 국제정치’ 등 여러 저서와 논문을 통해 한국정치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정치부장이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그가 써온 기사는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출고시켰다”고 사석에서 말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을 지냈을 때 노태우 대통령이 “당신은 나의 가슴이요 머리”라고 말할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는 일화도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시절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강의’로 정평이 났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드러운 톤의 다변(多辯)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에 감탄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국 근현대 정치인물사 연구에도 탁월한 업적을 남겨 ‘가인 김병로 평전’ ‘고하 송진우 평전’ ‘윤봉길 평전’ 등을 냈다. 김 교수는 “내가 정치전기학(政治傳記學)을 우리나라에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사실 정치학의 한 분야이고 선진국에선 상당히 발달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도 공부하고 소련도 연구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정치 지도자가 어떤 자질과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연구해 앞으로 정치인들이 조심하고 경계할 부분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도 받았다. 처음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 ‘독재자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정치 지도자의 결정 때문에 나라와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정치 지도자 연구에서 일방적 찬양이나 비판은 금물이고, 긍정할 점과 비판할 점을 구분해야 국민이 그들을 선택할 때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 연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정치학에서도 인물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