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북핵시대, 안수길의 ‘북간도’를 떠올리는 이유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전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는 이때?안수길(安壽吉)의 <북간도>(北間島)가?생각난다. <사상계>에 <북간도>가 연재됐다.?중학생이던 나의 뇌리에는 지금도 북간도를 읽으면서 느꼈던 만주에 대한 상념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수년 전 몽골의 케를렌강에서 문득 느꼈던 ‘본향에 온 것 같다’는 생각도 이와 같을 것이다.
아쉽지만 만주가 우리 민족의 강역(疆域)에서 사라진 것은 이미 1000년이 넘는다. 신라의 통일 이래 만주는 오래동안 한민족에게도, 한족(漢族)에게도 망각의 땅이었다. 여진족이 만주에서 흥기하여 금(金)을 세웠으나 요(遼)나 송(宋) 원(元)과 다투면서 만주는 금의 본부가 아니었다. 더구나 누루하치가 일어나 청(淸)이 중국을 정복한 후로 주력인 8기(旗)는 연경 인근에 근거지를 얻고 만주는 봉금(封禁)되었다. 그러다가 청이 쇠망하게 되자 한족이 대거 만주에 밀려들어 만주는 한족의 차지가 되었다. 오늘날 만주 인구의 대부분은 한족이고 만주족은 사실상 절멸되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영토문제에 오기(驚氣)를 발하는 내막과 이유를 알아야 한다. 중국은 한족이 인구의 90%이나, 그들은 중국 영토의 50% 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 권력의 중추인 중공중앙위정치국에 비한족(非漢族)은 전혀 없다. 200여명의 중앙위원회에도 소수민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2000여명이 넘는 rubber stamp 전인대(全人代)에나 소수민족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얼굴을 내밀 정도다. 이처럼 이제 한족에 의한 전중국의 정복은 거의 완성되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주변민족에 대한 불안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와 위구르는 불교와 회교라는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언젠가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하는 한족의 불안은 크며 중국의 관심은 항상 여기로 향해져 있다. 국토의 완정(完整)이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것은 이를 말한다.??
그러다보니 숫자는 얼마 되지 않으나 소질이 우수하고 세계 유수의 중강국(中强國)인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조선족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심지어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을 지낸 조남기 상장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을 중국방문 당시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김영환 납치 고문사건도 이러한 중국의 경계심이 보통사람들에 의해서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제 그만 만주를 잊자. 불안에 떠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만주를 잊었다는 것을 보여주자. ‘일송정 푸른 솔은…’으로 중국인들을 놀라게 하지 말자. 이제 군대로 영토를 확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FTA로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으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가자. 한글과 한류로 문화영토를 확장해 나가자. 조차(租借)도 99년을 기한으로 한다. 100년이 넘으면 귀속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떠난지 1000년이 넘은 만주에 대해 아직도 구강(舊疆)이라고 미련을 품는 어리석음은 이제 버리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의 영토조항을 기본으로 삼고 이는 통일 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임을 맹약하자.
중국인들의 불안을 가시게 하자. 이래야만 우리도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역사 침탈을 방지하기 위한 근거를 확고히 하자. 우리는 과거에 대해서 미련을 갖지 않으니 너희도 미련을 버려라. 조선 초 세종대왕의 압록강 이남의 6진과 두만강 이남의 4군의 설치로 우리 민족의 강역은 정리되었다. 통일 후에도 한민족의 강역(疆域)은 이로써 정리하자.
한민족과 한족간의 오랜 갈등을 정리하고 평화조약을 맺자. 오데르 나이제를 포기한 독일 통일의 지혜와 용기를 본받자. 통일의 준비는 바로 이런 것을 공고히 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