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대통령의 참모 장악법 “전화 5번 울려도 안받으면 잘라라”

후배들과 부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전화는 다섯 번이 울리기 전에 받을 것, e메일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볼 것. 근무 중 음주는 한 잔을 넘기지 말 것.

문제는 ‘근무 중’이다. 간부에게 근무는 오후 6시 퇴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장교, 부사관은 영외근무자다. 병사와 같이 병영에서 24시간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외에서 거주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간부에게는 24시간이 모두 근무시간이다. 상황이 벌어지면 언제라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상태를 최선,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 그러면 근무외 시간은? 정식으로 휴가명령을 받고 임무를 대리자에게 인계한 다음이다. 주은래는 당정군의 간부들이 외국사절과 환담 중에도 자기 주량의 3분의 1만 먹도록 하였다. 오찬과 만찬도 회담의 연속이다. 이를 제대로 모르고 공식회담이 끝났다고 하여 마음을 놓고 있다가 북한이 파놓은 함정에 농락되어 갑자기 북한에 유리한 언행을 보이는 학자, 목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10중 8, 9는 이렇게 하여 북한에 코가 꿰인 자들이다.

12?·12를 두고 말이 많다. 혐의가 있으면 참모총장이라도 조사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 체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통수부-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승인을 받고 참모총장의 임무를 대리자에게 인계한 다음이다. 참모총장 연행에 대한 대통령의 결재를 받을 것을 가정 또는 전제하고 총장을 체포했다? 무어라 하건 통수부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합수부가 정승화 총장을 체포한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이것으로써 전두환은 박정희의 유고로 국가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몇 시간 동안 국가 및 군통수부를 마비시켰다. 최규하 대통령이 결재시간을 명기한 것은 이를 분명히 하고 역사에 남기기 위해서였다. 12?·12가 군사반란인 이유다. 정승화의 행적을 두고 논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온 국민의 기대를 받았던 육사 출신이 군의 통수계통을 마비시키는, 군인으로서 가장 치욕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데 대해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또는 결정적일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고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관료는 이를 안다. 특히 사관학교 출신들은 생도시절부터 자기절제에 대해 각별한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민간인들은 대체로 이런 교육을 받지 못한 가운데 각자의 개인적 도덕적 수준에 맡기기 마련인데 이러다보니 천차만별이다.

박정희는 밤 12시에도 대장들을 전화로 불러내었다. 얼마나 지휘주목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박정희의 이런 지휘기법을 알고 있는 군 지휘관들은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고건 전 총리의 <중앙일보> 연재를 보면 이러한 박정희의 용인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박정희 시대에는 그런 긴장이 있었고 그에 따른 성취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멀리 갈 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카리스마가 강하다고 하는데 마음에 안 맞으면 상대를 않고 레이저 눈빛으로 기를 죽이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그런 종류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 업무에 정통하고 조직을 주목시키는 점에서 탁월하였던 카리스마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비서관, 장관들을 장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무시로 전화를 걸어 다섯 번 이상 벨이 울리는데도 받지 않으면 목을 자르면(?)된다. 이것이 통치술(統治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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