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키신저, 주은래 같은 ‘지략가’ 어디 없소?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가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 강택민을 평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특히 주은래에 대해서는 “60여년 공직생활에서 나는 주은래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키는 작지만 우아한 자태며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번득이는 눈빛으로 그는 탁월한 지성과 품성으로 좌중을 압도했으며 읽을 수 없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고 평하고 있다.

강택민에 대해서는, “미소 짓고 크게 웃고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상대방과 접촉하면서 유대감을 깊게 했다. 중국이든 소련이든 이같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 지도자는 전례가 없었다”고 했다.

키신저가 누구인가? 메테르니히 이래의 외교의 천재다. 미소 양극체제의 세계질서 속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정립(鼎立)의 새로운 질서를 창출한 희대의 경세가요, 현세(現世)의 제갈공명이다. 이러한 키신저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준 지도자를 가졌던 중국 인민이 부럽다. 키신저에게 이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는 아마 이승만 박정희 정도일 것이다.

키신저는 “국제무대에서 주요 2개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중국은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공진화(共進化)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무대에서의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국내의 긴급한 사항을 추구하고 가능하면 협력하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 관계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국은 “현재 중국 영토내의 민족의 역사는 모두 중국역사”라는 주장으로 고구려, 발해도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떼를 쓴다. 중국 역사에 독자적 연호(年號)를 쓴 지방정권이 있었던가?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간부가 서해상에서 어족 씨를 말리고 있는 중국 어민들에게 “한국 공안기관은 무기를 들지 말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무례와 오만함의 극치다. 정부 관료의 대외발언은 모두 최상층 공작회의에서 면밀히 검토하여 내려온 것일 터이니 이것은 즉 후진타오 등의 발언과 다름이 없다. 대단히 유감이다.

중국 장교들과 만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술을 극히 사양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공무수행중인 당정군(黨政軍)의 간부는 어떤 자리에서도 자기 주량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경애하는’ 주은래 총리의 교시가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주은래에 대해서 중국인은 만강(滿腔)의 경의를 표시하고 있었다. 근래 한국에 이만한 인물이 있었던가?

중국의 <삼국지연의>의 조조 유비 손권, <초한지>의 항우 유방과 같은 천하쟁패(天下爭覇)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우리도 이승만 박정희 김일성, 또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서로 얽히는 줄거리를 조정래나 황석영이 각색하면 그에 못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고, 이 정도라면 일본의 <대망(大望)>에 뒤지지 않는 한류(韓流)의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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