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교 기관지의 부편집인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개인 의견이란 있을 수 없으니 당 고위층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 우선이 정도로 슬그머니 내밀어본 것일 게다. 이것은 한국, 북한, 미국에 함께 보내는 중국의 의향이다. 더불어 북한 핵에 대해 할 수 있는데도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는 여론을 달래보려는 공작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되는 이유로 △이념에 입각한 대북관계는 매우 위험하고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지정학적 동맹론은 구시대적이며 △현 정권 아래 북한은 영원히 개혁?개방을 할 수 없고 △중국은 북한을 혈맹이라고 생각하는 데 반해 북한은 중국을 전략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이 언젠가는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다섯 가지를 들었다. 그리고 한반도 통일은 한국 주도로 이루어져야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와 산하 공직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고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하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가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 대부분은 공감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여야 한다.
통일이 되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 주한미군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는 것이듯이 여기에 대해 우리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미간의 문제이지 남북간, 북미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김대중 정부의 NSC 결정과 같은 논리로서, 주한미군은 한미간의 문제이지 중국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한국은 중국의 입장에는 유의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영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과 같다. 냉전 당시 서독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당연하나 영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데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 하는 점이 있었다. 미국은 영국인이 세운 나라이지만 냉전시대 영국은 미국의 연장(extension)이었다. 냉전이 끝난 다음에도 미군은,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에도 계속 주둔하고 있다. 미군 공군기가 훈련하며 내는 소음 등으로 농민들의 불편은 적지 않다. 그러나 영국민은 한국이나 일본에서처럼 이에 대해 정부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소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주영미군에 대한 영국정부의 입장은 윌슨, 블레어 등 노동당 정부에서도 일관되어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 입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명확히 천명한 그대로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통일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결정은 미국의 먼로 독트린이나 닉슨?사토오 선언과 같은 획기적 의의를 갖는 외교정책 선언이다. 중국은 이 선언의 논리와 무게를 실로 무겁게 음미하여야 한다. 혹시 한국 내 친중파를 꼬득여 “통일이 되었는데 미군이 왜 필요한가?” 라고 소요를 획책할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미국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MD에 참여한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기술적 재정적 고려 이전에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미국과 발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세계전략적 의의는 한마디로, “한국은 동양의 영국이다.”
Related Posts
- [김국헌의 직필] '커밍스의 6·25 기원설'에 대한 반박
- [김국헌의 직필]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멘토 '박정희'의 딸, 그리고 시진핑
- [김국헌의 직필] 북-중관계 제대로 알면 남북관계해법 보인다
- [김국헌의 직필] '김일성 족적' 알면 '3대세습 비결' 보인다
- [김국헌의 직필] 김일성의 '사천왕' 최현의 아들 최룡해
- [김국헌의 직필] "창이 한발 짧으면, 한걸음 앞으로 나가라"
- [김국헌의 직필] 대통령의 참모 장악법 "전화 5번 울려도 안받으면 잘라라"
- [김국헌의 직필] DMZ, 남북관계 새 장 여는 통로로 ‘최적’
- [김국헌의 직필] '정보기관스캔들' 명해결사 레이건
- [김국헌의 직필] 영국의 제국 경영술
- [김국헌의 직필] 박대통령, '박정희 정보기관 악용' 답습해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유럽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동맹간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 [김국헌의 직필] 한국외교, '삼각편대 전략'으로 나아가야
- [김국헌의 직필] '지방의원 보좌관제' 될 말인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대처에게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북-미 빅딜
- [김국헌의 직필] 햇볕정책과 '아편론'
- [김국헌의 직필] 장수왕의 평양, 김정은의 평양
- [김국헌의 직필] 북의 '하이브리드전략'에 맞설 대전략은?
- [김국헌의 직필] “前 장군은 없다”
- [김국헌의 직필]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
- [김국헌의 직필] 어떻게 이룩한 정부인데…
- [김국헌의 직필] '혈액형청문회' 그리고 남재준과 유인태
- [김국헌의 직필] '아시지의 聖' 교황 프란치스코와 피겨여왕 김연아
- [김국헌의 직필] '장군골프사건'이 문제되는 또다른 이유
- [김국헌의 직필] '행정의 달인' 고건의 대북관을 보며
- [김국헌의 직필] 국민이 바라는 장군이란?
- [김국헌의 직필] '정치적 천재' 달라이 라마와 중국 군관의 '호사'
- [김국헌의 직필] "MD 프로젝트 더 미룰 수 없다"
- [김국헌 칼럼] 북핵, 중국도 위협할 수 있다
- [김국헌의 직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이 박근혜 주목하는 이유···“자식 양육은 국가대사”
- [김국헌의 직필] 청와대 3실장(비서·경호·안보)에게 바란다
- [김국헌의 직필] 지금 '제헌 정신'을 돌아보는 이유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박정희한테 꼭 배워야 할 것은?
- [김국헌의 직필] 인재 안 키우면 나라의 미래 없다
- [김국헌의 직필] 남한 핵무장으로 북핵 대응한다고?
- [김국헌의 직필] 북핵해결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김국헌의 직필] 핵전략 외교관에만 맡겨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노태우와 연좌제, 그리고 인사청문회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정부' 인수위의 패착들
- [김국헌의 직필]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가 북핵 위기 '방어선'
- [김국헌의 직필] '비서실장'이라는 자리
- [김국헌의 직필] '선거의 여왕' 통치는 초년병···박근혜의 해답은 어디?
- [김국헌의 직필] 과학전공 박근혜가 나로호 성공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이동흡 김용준사태'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 [김국헌의 직필]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
- [김국헌의 직필] 키신저, 주은래 같은 '지략가' 어디 없소?
- [김국헌의 직필] 대등한 외교
- [김국헌의 직필] 차안에서 '하회' 기다리는 인수위원장···'무엇을, 어떻게'가 해답이다
- [김국헌의 직필] 하라 세쓰코와 맥아더, 그리고 역사인식
- [김국헌의 직필] 성공적인 국정은 관료 장악에 달려있다
- [김국헌의 직필] 남북 문화공동체 회복은 통일의 선결과제
- [김국헌의 직필] 역대총리 성적? JP 김황식 강영훈 이한동 이해찬 이회창 노신영···
- [김국헌의 직필] 통일한국의 수도로 '교하'를 떠올리는 까닭은?
- [김국헌의 직필] 말 한마디의 '무거움'과 '무서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의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 [김국헌의 직필] 박정희 '국민교육헌장'과 박근혜 '교육대통령'
- [김국헌의 직필] 마쓰시다 정경숙과 노다 전 총리
- [김국헌의 직필] 어설픈 독도 전문가들
- [김국헌의 직필] 안보·통일 아우르는 '국가안보실'로 대전략 수립해야
- [김국헌의 직필]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와 '걸프전 영웅' 슈와르츠코프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 통일대통령을 꿈꾼다면···
- [김국헌의 직필] 군통수권자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