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정치가가 당대에 높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레이건과 대처도 당대에는 시비가 있었다. 더구나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통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나 산업화의 박정희도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을 받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박근혜는 최초로, 그리고 아마도 유일하게,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삼성동 자택에서 나설 때 당연히 차에 타고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면서 나올 줄 알았다. 아나운서도 그렇게 예상했다. 그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선인은 집밖으로 나와 환호하는 이웃에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상식(常識)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양식(良識)은 아닌 것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승만 대통령 당시에는 3부 요인-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이 같은 단상에 앉았다. 군사정부가 되면서 달라졌고 유신이 되고 문세광 사건이 터지면서 대통령의 주위는 더욱 고립되어 갔다. 국군을 열병하면서도 경호 차량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지만 이런 행태는 한마디로 ‘웃기는 것’이다. 영국 여왕 옆에는 불상사가 일어났을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은 필립공 밖에 없다. 여왕의 사촌 마운트바텐 공이 IRA의 공격을 받아 폭사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여왕과 수상 경호는 그대로다. 이것이 품위있는 나라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오래 동안 잊고 있던 품위와 격조가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번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이지 여당이 집권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부이다.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과 온전한 하나가 아니다. 앞으로 비전, 공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과 함께, 강창희 국회의장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국회가 부화뇌동할 때는 언론과 시민운동 등 제4부가 매를 들어야 한다. 사법부도, 국민들이 인내하며 자기정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횡보(橫步)는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다.?
야당도 하루 빨리 정비해서 국정의 동반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1469만표를 얻고도 친노의 한계 또는 민주당의 한계, 진영논리에 갇혀 중간층의 지지를 더 받아내고 확장해 나가는데 부족하여 패배한 것을 깨달았다면 이번 패배야말로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다음 정부가 빠질 지도 모르는 오만과 독선을 견제해가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정희 후보 등으로 자폭한 진보도 흡수하여 민주당이 정통 야당의 본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면 따뜻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모두들 잠시 잊고 있던 동양적 여인상을 재발견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대처, 메르켈, 힐러리와는 사뭇 다른 한류(韓流)가 될 것이다. 김정은도 이모의 품안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