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의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박근혜 당선인은 책임총리제를 한다며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 부처의 인사권을 보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총리의 권한을 대통령이 빼앗은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제다. 정부의 구성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무회의는 의결기관이 아니라 심의기관이다. 국무회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일종의 거수기(rubber stamp)에 지나지 않는 것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모두의 책임이다. 대통령은 내각을 구성하여 정부를 운영하는 팀을 조직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굳이 차관 이하 국실장까지 챙기려 하지 않는 게 좋다. 차관은 실무관료를 대표하며 장관이 부처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일종의 참모장이다. 차관(참모장)은 장관(지휘관)이 직접 고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영삼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선택하였지만 차관은 당 사무총장이 고르도록 하였다. 권영해 장관이 국방부 업무에 정통하여 국방부를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으니?이를 견제하기 위해 차관은 다른 부처에서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재무부차관을 지낸 사람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차관은 전력증강위원회의 의장으로 전력증강업무의 총책임자인데 전차와 장갑차도 구분 못하는 인사를 보냈으니 장관이 얼마나 불편하며, 본인은 얼마나 송구하고 실국장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것은 정부를 운영해본 적이 없는 ‘민주투사’가 대통령이 되어 인사를 하다 보니 생긴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희비극’이었다.

따라서 차관은 장관에 일임하고 실국장은 장차관에 맡기면 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실장 인사도 청와대에서 일일이 참견하였는데 사실은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농단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관료들이 장차관보다도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모양이 되어 장관의 장악력이 제대로 서지 못하게 되는데 그 책임과 폐해는 대통령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군의 진급제도는 가장 정교하게 제도화된 것이다. 각군 참모총장은 진급심사위원회를 거친 인사안에 대해 추천권을 행사한다. 국방부장관은 각군의 안을 제청심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에 제청한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최종 결재한다. 노무현 정부에선 군의 인사안을 청와대의 인사수석실에서 다시 칼질했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각 부처의 인사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이런 것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 및 장관의 인사권을 법규에 맞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정부 운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유명무실하게 된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실질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정부운영 철학과 방법에 달려 있는 것으로,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라 국무총리와 더불어 조각(組閣)을 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박정희는 정부와 권력 운영의 달인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 운영에 있어서는 ‘초짜’나 다름없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무총리의 보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황희, 이항복, 류성룡, 채제공 같은 재상을 고르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상의하여 정부를 구성해야 된다.?이것이 국무총리의 제청권과 부처의 인사권을 정상화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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