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남북 문화공동체 회복은 통일의 선결과제

티베트나 위구르와는 달리 만주족이 독립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은 만주어가 사실상 사멸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는 사멸된 만주어를 되살려 놓았는데 어감상 중국어와는 판이하게 들린다. 중국어와 만주어의 차이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보다도 더 크다는 어느 언어학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연할 수 밖에. 만주어는 한국어나 일본어와 같은 퉁구스 어족이고 부착어인데 반해, 중국어는 시노 티베트어 어족이고 고립어이기에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중국인이 비교적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은 어순이 영어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한국어와 한글은 세계에 유일한, 우리만의 것이며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의 집약이다.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는 괴상한 부호들을 방치하고 ‘가카새끼 짬뽕’과 같은 천박한 은어들이 떠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언어도 변화하고 진화한다. 그러나 ‘바르고 아름다운 틀’ 안에서다. 국어학자와 문인이 민족문화의 담지자(擔持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지자’가 무슨 뜻이지 20~40세대에게 물어보라. 제대로 아는 젊은이는 1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자를 배운 학생이라면 ‘擔持者’가 무슨 뜻이지 헤아려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자도 우리말과 글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잘 사용하면 된다.

한글 전용은 북한에서 먼저 이루어졌고 외국 학술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도 남쪽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한글학자 주시경의 제자로, 남쪽의 최현배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던 국어학자 김두봉이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였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던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대장경의 국역도 북한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이러한 북한에서 진취적인 노력으로 이룩된 산물은 통일되었을 때 활용하면 된다. 지금 남북한의 국어학자들이 하나로 된 국어사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핵이 어찌되었든, 천안함 연평도가 어찌되었든, 이러한 부문에서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오랜 동안의 공산당 독재와 문화혁명으로 고유문화가 많이 상실된 중국과 같이 ‘김일성 민족’ 북한에도 우리 전통문화 가운데 남아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조선족이나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에게 남아 있는 고유의 요소, 특히 언어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요소를 발굴함과 동시에 한류를 한층 더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성장과 복지에 이은, 우리 사회 차세대의 과제다.

남북이 합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 퍼져 있는 8000만 동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문화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사회의 선진화와 문화의 세계화를 이룩하여야 한다. 유엔에서는 6개 국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다. 이 6개어는 각각 한 민족 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힌두어 독일어 일본어는 이 범위에 들지 못하나 하나의 동아리를 이룬다. 우리말도 이 범위에는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도록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 문화공동체가 이룩되어야 통합과 통일도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문화공동체의 생장(生長)은 통일을 위해서는, 온몸을 도는 피를 맑고 풍부하게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