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Yes, Prime Minister>라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다. 관료와 정치인의 티격태격을 그린 것인데 배꼽을 쥐고 웃을만한 일들이 곳곳에 나온다. 얼마 전 102세로 돌아가신 여왕의 모후도 즐겨보았다고 한다.
인수위에서 하는 일들을 두고 비판이 많다. 첫째 교수들이 많은데 이들이 국정 운영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당선인이 안전을 중시한다고 해서 꼭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어야 되는가? 옛날 사람들은 호를 여러 개 가진 분들이 있었지만 이름은 하나였다. 정부 부처도 각 개인의 이름만큼이나 무게가 있어야 한다.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그린 영화 <토라 토라 토라>를 보면 야마모도 이소로쿠가 연합함대사령관으로 취임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임자는 신임 사령관에게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인계함”, 후임자는 전임자로부터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인수함” 딱 한마디씩이다. 이로써 세계 3대 해군의 하나인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사령관직 인수인계는 끝난다. 우리 군에서도 지휘관의 업무 인수인계는 대략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전후임자가 직속상관 앞에서 업무를 인수하고 연병장으로 나가 이임 및 취임식을 갖는다. 그것으로 끝이다. 사단장 군단장 참모총장 장관에 이르기까지 이 방식은 동일하다. 지휘관은 바뀌나 조직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 인수인계가 가능한 것이다.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이 새로운 정책을 만든다고 수선을 피우는 곳이 아니고, 재고조사(在庫調査)를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전보다는 나아진 것이지만 이것도 어폐(語弊)가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이 요동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다. 이런 일이야말로 당선인이 지금까지 정부를 운영해본 전임자들 즉 역대 대통령 및 총리들과 상의해서 할 일이지 생판 초짜 교수들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정치인은 관료를 통해서 일을 해나간다. 그들의 심복(心服)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면이든 탁월한 면이 있어야 한다. 합참의장 가운데 유독 오탈자와 한자가 틀리는 것에 지적을 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이 방법으로라도 지휘주목을 하도록 만들었다. 필자는 국방부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실무자, 과장들에게 영문 서한의 정관사 부정관사, 단수 복수 하나까지 착오가 없이 완벽을 기하도록 요구하고 교육하였다. 대북 대미 교섭의 논리와 문안을 토씨까지 직접 작성하였다. 실무자와 과장들은 이와 같은 필자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암실사심(暗室邪心)은 신목여전(神目如電)이요, 인간사어(人間私語)는 천청여뢰(天聽如雷)라는 말이 있지만 상관은 이토록 철저해야만 부하를 장악할 수 있다. 정치인이 관료를 장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에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전두환은 집권과정에서 무리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성장 위주로 한계에 이른 박정희 경제를 숨을 고르는 경제로 안정시키고 노태우로 하여금 유례없이 성공적인 서울올림픽을 치르도록 한 것은 군인의 기본특질인 현장중시의 국정운영이 주효하였음을 긍정해야 한다. 민주투사라던 서생(書生) 김영삼이 나라를 거덜낸 행태는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항상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공(功)은 살리고 과(過)는 피하며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Related Posts
- [김국헌의 직필] DMZ, 남북관계 새 장 여는 통로로 ‘최적’
- [김국헌의 직필] '정보기관스캔들' 명해결사 레이건
- [김국헌의 직필] 영국의 제국 경영술
- [김국헌의 직필] 박대통령, '박정희 정보기관 악용' 답습해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유럽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동맹간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 [김국헌의 직필] 한국외교, '삼각편대 전략'으로 나아가야
- [김국헌의 직필] '지방의원 보좌관제' 될 말인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대처에게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북-미 빅딜
- [김국헌의 직필] 햇볕정책과 '아편론'
- [김국헌의 직필] 장수왕의 평양, 김정은의 평양
- [김국헌의 직필] 북의 '하이브리드전략'에 맞설 대전략은?
- [김국헌의 직필]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
- [김국헌의 직필] 어떻게 이룩한 정부인데…
- [김국헌의 직필] '혈액형청문회' 그리고 남재준과 유인태
- [김국헌의 직필] '아시지의 聖' 교황 프란치스코와 피겨여왕 김연아
- [김국헌의 직필] '행정의 달인' 고건의 대북관을 보며
- [김국헌의 직필] 국민이 바라는 장군이란?
- [김국헌의 직필] '정치적 천재' 달라이 라마와 중국 군관의 '호사'
- [김국헌의 직필] "MD 프로젝트 더 미룰 수 없다"
- [김국헌 칼럼] 북핵, 중국도 위협할 수 있다
- [김국헌의 직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이 박근혜 주목하는 이유···“자식 양육은 국가대사”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의 속셈과 주한미군
- [김국헌의 직필] 청와대 3실장(비서·경호·안보)에게 바란다
- [김국헌의 직필] 지금 '제헌 정신'을 돌아보는 이유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박정희한테 꼭 배워야 할 것은?
- [김국헌의 직필] 인재 안 키우면 나라의 미래 없다
- [김국헌의 직필] 남한 핵무장으로 북핵 대응한다고?
- [김국헌의 직필] 북핵해결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김국헌의 직필] 핵전략 외교관에만 맡겨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노태우와 연좌제, 그리고 인사청문회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정부' 인수위의 패착들
- [김국헌의 직필]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가 북핵 위기 '방어선'
- [김국헌의 직필] '비서실장'이라는 자리
- [김국헌의 직필] '선거의 여왕' 통치는 초년병···박근혜의 해답은 어디?
- [김국헌의 직필] 과학전공 박근혜가 나로호 성공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이동흡 김용준사태'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 [김국헌의 직필]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
- [김국헌의 직필] 키신저, 주은래 같은 '지략가' 어디 없소?
- [김국헌의 직필] 대등한 외교
- [김국헌의 직필] 차안에서 '하회' 기다리는 인수위원장···'무엇을, 어떻게'가 해답이다
- [김국헌의 직필] 하라 세쓰코와 맥아더, 그리고 역사인식
- [김국헌의 직필] 남북 문화공동체 회복은 통일의 선결과제
- [김국헌의 직필] 역대총리 성적? JP 김황식 강영훈 이한동 이해찬 이회창 노신영···
- [김국헌의 직필] 말 한마디의 '무거움'과 '무서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의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 [김국헌의 직필] 박정희 '국민교육헌장'과 박근혜 '교육대통령'
- [김국헌의 직필] 마쓰시다 정경숙과 노다 전 총리
- [김국헌의 직필] 어설픈 독도 전문가들
- [김국헌의 직필] 안보·통일 아우르는 '국가안보실'로 대전략 수립해야
- [김국헌의 직필]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와 '걸프전 영웅' 슈와르츠코프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 통일대통령을 꿈꾼다면···
- [김국헌의 직필] 군통수권자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