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헤드라인 전술’이 점입가경이다. 10여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정책의 상징적 성과인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두고 국회 논란은 대단하였다. 특히 6.25 때 북한의 전차에 혼이 났던 군 원로들은 이것이 북한 전차에 접근로가 될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 우려를 달래기 위해, 오히려 북한군의 기계화부대가 이 회랑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조밀하게 구성된 장애물과 한미연합군의 포격 폭격으로 박살낼 자신이 있다고 작전의 명인 조성태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군 원로들의 기우를 잠재우기 위해 진력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군사상의 기우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된 걱정이 인질론(人質論)이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언제라도 북한이 개성공단에 투입된 남측 인원을 인질로 잡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통일부 답변은 ‘단비론’이었다. 개성공단은 계획된 800만평 중 100만평만 가동되고 있는데도 5만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노임으로 연 1억 달러가 북한에 건네지고 있다. 이 돈이 김정일-김정은에 넘겨져서 가뭄에 단비처럼 통치자금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함부로 개성공단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북한도 당연히 이를 꿰뚫고 있었기에 ‘모기장 전략’을 통해 황색 바람을 차단한다는 대응을 취해왔다. 남북대결은 이와 같은 쌍방의 끈기와 묘수의 싸움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데서 북한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 생겨났다.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도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북한 인민들에게 초코파이는 폭발적인 인기가 있다. 계를 들어 서로 몰아주기도 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초코파이를 달라고 데모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무리 김정은이라도 초코파이를 달라고 태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요덕수용소로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이해(?)에도 불구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북한에 준 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의혹이다.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당시 대다수 정부 인사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김정일에 속은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늘날 (겉으로는) 남북관계가 최악에 달한 시점에서 개성공단에 투입된 인원들이 인질이 될 위험성은 상존한다. 기묘한 것은 현재까지는, 북이 남쪽에서 들어오는 인원은 차단하면서 남쪽으로 나가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내려 보내는 막무가내의 지시가 어느 단계 (예를 들어, 장성택 선에서) 조정되고 김정은도 이것을 알면서 눈감아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반발이나 세계의 비난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북한에 들어와 있는 중국의 투자와 관광객을 생각해서 으름장만 놓지 실행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햇볕정책이 노렸던 것은, 또는 노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분 달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일종의 ‘아편론’이다. 그렇다. 아편은 참으로 끊기 어렵다.
Related Posts
- 명민했던 2야전사령관 조성태 "모든 보고는 내게만 하라. 위는 내가 책임진다"
- [김국헌의 직필] 대북협상에서 '형식'이 중요한 이유
- [김국헌의 직필] '김일성 족적' 알면 '3대세습 비결' 보인다
- [김국헌의 직필] '김일성의 책사' 김책과 맥아더
- [김국헌의 직필] "창이 한발 짧으면, 한걸음 앞으로 나가라"
- [김국헌의 직필] 대통령의 참모 장악법 "전화 5번 울려도 안받으면 잘라라"
- [김국헌의 직필] DMZ, 남북관계 새 장 여는 통로로 ‘최적’
- [김국헌의 직필] '정보기관스캔들' 명해결사 레이건
- [김국헌의 직필] 영국의 제국 경영술
- [김국헌의 직필] 박대통령, '박정희 정보기관 악용' 답습해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유럽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동맹간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 [김국헌의 직필] 한국외교, '삼각편대 전략'으로 나아가야
- [김국헌의 직필] '지방의원 보좌관제' 될 말인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대처에게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북-미 빅딜
- [김국헌의 직필] 북핵시대, 안수길의 '북간도'를 떠올리는 이유
- [김국헌의 직필] 장수왕의 평양, 김정은의 평양
- [김국헌의 직필] 북의 '하이브리드전략'에 맞설 대전략은?
- [김국헌의 직필] “前 장군은 없다”
- [김국헌의 직필]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
- [김국헌의 직필] 어떻게 이룩한 정부인데…
- [김국헌의 직필] '혈액형청문회' 그리고 남재준과 유인태
- [김국헌의 직필] '아시지의 聖' 교황 프란치스코와 피겨여왕 김연아
- [김국헌의 직필] '장군골프사건'이 문제되는 또다른 이유
- [김국헌의 직필] '행정의 달인' 고건의 대북관을 보며
- [김국헌의 직필] 국민이 바라는 장군이란?
- [김국헌의 직필] '정치적 천재' 달라이 라마와 중국 군관의 '호사'
- [김국헌의 직필] 북 '정전협정 백지화'는 '北中균열'의 신호탄?
- [김국헌의 직필] "MD 프로젝트 더 미룰 수 없다"
- [김국헌의 직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의 속셈과 주한미군
- [김국헌의 직필] 청와대 3실장(비서·경호·안보)에게 바란다
- [김국헌의 직필] 지금 '제헌 정신'을 돌아보는 이유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박정희한테 꼭 배워야 할 것은?
- [김국헌의 직필] 인재 안 키우면 나라의 미래 없다
- [김국헌의 직필] 남한 핵무장으로 북핵 대응한다고?
- [김국헌의 직필] 북핵해결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김국헌의 직필] 핵전략 외교관에만 맡겨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노태우와 연좌제, 그리고 인사청문회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정부' 인수위의 패착들
- [김국헌의 직필]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가 북핵 위기 '방어선'
- [김국헌의 직필] '비서실장'이라는 자리
- [김국헌의 직필] '선거의 여왕' 통치는 초년병···박근혜의 해답은 어디?
- [김국헌의 직필] 과학전공 박근혜가 나로호 성공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이동흡 김용준사태'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 [김국헌의 직필]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
- [김국헌의 직필] 키신저, 주은래 같은 '지략가' 어디 없소?
- [김국헌의 직필] 대등한 외교
- [김국헌의 직필] 차안에서 '하회' 기다리는 인수위원장···'무엇을, 어떻게'가 해답이다
- [김국헌의 직필] 하라 세쓰코와 맥아더, 그리고 역사인식
- [김국헌의 직필] 성공적인 국정은 관료 장악에 달려있다
- [김국헌의 직필] 남북 문화공동체 회복은 통일의 선결과제
- [김국헌의 직필] 역대총리 성적? JP 김황식 강영훈 이한동 이해찬 이회창 노신영···
- [김국헌의 직필] 통일한국의 수도로 '교하'를 떠올리는 까닭은?
- [김국헌의 직필] 말 한마디의 '무거움'과 '무서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의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 [김국헌의 직필] 박정희 '국민교육헌장'과 박근혜 '교육대통령'
- [김국헌의 직필] 마쓰시다 정경숙과 노다 전 총리
- [김국헌의 직필] 어설픈 독도 전문가들
- [김국헌의 직필]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와 '걸프전 영웅' 슈와르츠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