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통일한국의 수도로 ‘교하’를 떠올리는 까닭은?

조선시대 중국사신이 경복궁을?가리켜 삼각산 밑의 ‘일개 와옥(一介 瓦屋)’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베이징의 자금성을 보니 그런 말도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국의 수도나 정부의 위치(seat of government)는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비전과 기상을 표상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적 브랜드의 하나이다. 북한산과 같은 명산을 조산(祖山)으로 하고 관악산과 같은 악산(嶽山)을 안산(案山)으로 하며, 한강과 같은 큰 강을 끼고 있는 서울은 세계의 수도 가운데 드문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정도(定都) 이래 600년, 조선의 경성(京城), 남한의 수도로서는 족하였지만, 통일한국 천년의 수도, 동아시아의 허브로서는 미흡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통일전망대가 있는 교하(交河)가 통일한국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서울대 최창조 전 교수의 주장에 관심이 있어 돌아보니 과연 탄복할만한 길지다. 서울과 개성의 중간에 위치하여, 북으로는 개성의 송악산, 남으로는 북한산, 서로는 강화의 마니산에 둘러싸이고, 호호탕탕(浩浩蕩蕩)한 한강과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예성강이 합치고 있으며, 인천공항이 지척이라 통일한국의 수도로서, 베이징이나 도쿄에 손색이 없는 웅도가 될만한 곳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통일한국의 사관학교라 하여 바로 이곳 주변을 찍은 지도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역시 여기에 통하는 선구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룡대에 3군본부가 들어선 것도 30년이 넘었다. 국방부에서만 근무하다가 육군본부를 내려가보니, 참모총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참모부장들의 사무실이 사뭇 으리으리한지라, 내역을 물어보니 박정희대통령이 수도를 옮기는 계획을 추진할 때 바로 정부가 들어 설 자리로 준비된 것이라 하지 않는가? 총장실은 총리가 집무할 방이고 참모부장실들은 모두 장관실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자운대에 들어서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자운대를 가보니 금병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데 바로 최제우의 수운교(水雲敎)의 성지라 한다. 저 앞으로는 갑천과 금강이 휘돌아 흘러가는 형국이 이 역시 길지라, 역사와 지리에 조예가 깊은 윤일영 장군에 의하면, 통일이 되기 전, 남한에서 이러한 길지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수도이전이 중단되는 바람에 교육사령부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국가안보를 책임질 중견장교들의 수업과 단련의 중심기지가 되었으니, 이 역시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처럼 한 나라의 수도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조상의 얼과 지혜가 서린 영지가 되어야 한다. ‘한번 해본 소리로 재미를 본’ 이야기 따위에 얽매어 고집을 피울 일이 아닌 것이다. 그 기준은 한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민을 생각해야 하며, 현재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백 수천년을 살아갈 후손들을 생각하는 대계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조만간 닥쳐올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동포들이 다소나마 마음의 위안을 누릴 수 있는 통합을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접근하고 준비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한 나라’를 예비하는 정치인들의 자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