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교 기관지 부편집인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되는 이유를 든 가운데 “북한 핵이 언젠가는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희한(稀罕)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1969년 중국은 우수리강 유역의 진보도에서 소련군과 충돌했다. 소련군은 다만스키(진보도)에 유인되어온 중공군 일개 사단을 득의의 포격전으로 멸살했다. 이는 마치 1939년 일본 관동군이 노몬한에서 주코프의 소련군에 일패도지(一敗塗地)한 것과 같았다. 중국은 경악했다. 일시 중소 핵 대결의 가능성도 떠올랐다. 그러나 1964년에야 핵을 갖게 된 중국은 초강대국 소련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것이 1972년 모택동이 닉슨과 손을 잡은 이유다. 1979년 중국이 월남을 침공해 패퇴하는 망신을 당하리라고 당시 누가 상상이나 하였던가? 그러나 역사적으로 중국과 월남은 동북아에서의 한중관계와 같이 천년을 두고 대립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지정학적, 역사적 갈등은 언제고 재연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는 ‘현재는’ 이라는 제한이 붙는다.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 핵은 필연적으로, 머잖아 일본 및 대만과 일본의 핵 무장을 가져온다. 핵을 가지게 된 대만을 중국이 생각대로 일국양제(一國兩制)로 통일할 수 있을까? 지금 중국은 통일을 위해 대만을 공작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대만도 나름대로 중국을 요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핵을 가지게 되면 조어도(센카쿠/다오위다오 제도) 분쟁에서 일본을 감당하기가 생각대로 될까? 미국이 일본의 NOLT(Nuclear Options Lead Time)가 수개월이 되도록 방조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일본은 미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시초부터 철저히 통제한 한국과는 다르다. 일본을 동양의 번견(番犬)으로 키운 영국의 전략은 미국도 마찬가지로 내려 받았다.
가장 현실적이고 치명적이며 통제하기 어려운 위협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유출된 북한 핵물질이 신강 위구르와 티베트의 독립운동가(테러리스트)에게 유입되는 경우다. 이 경우 굳이 정교한 핵무기가 아니라 소량의 핵물질만 들어가도 ‘dirty bomb’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북경 자금성과 중남해의 인근에 dirty bomb을 묻어 놓고 티베트의 완전자치를 요구하며 분신하는 승려들이 나올 때 중공 정치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렇게 되면 북한 핵은 미군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은 여러 곳에서 흔들린다.
김일성 왕조의 섣부른 핵 장난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중국의 핵심이익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번 당교 부편집인의 문제제기는 자라나는 중국의 전략가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맹아다.
중국의 지도부가 하루 빨리 정신을 번쩍 차리고 북한 핵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로서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해 나설 때가 됐다. 한국 사람은 북한 핵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요 한국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되지만, 아울러 중국도 북한 핵은 바로 중국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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