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의 이란·콘트라 사건은 레이건 대통령 정부를 뒤흔든 일대 스캔들이었다. 미국은 레바논의 친이란계 무장단체에 납치된 인질을 석방시키기 위하여 이스라엘을 통하여 ‘적대국’ 이란에 고성능 미사일을 공급하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콘트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비밀작전을 폈는데 그 과정에서 콘트라에 무기를 공급하던 항공기가 추락하여 미국이 이란에 미사일을 공급한 것이 밝혀졌다. (이란은 후에 이 무기를 대이라크 전쟁에 써먹었다.)
이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 외교의 대원칙을 깨뜨리고 카터 당시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가 기억이 생생한 이란에 무기를 공급한 것이 폭로되어 자칫하면 레이건 대통령이 사임할 수도 있는 커다란 사건으로 비화되어 미의회는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집요하게 추적하였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끝까지 안보보좌관 맥팔레인, 포인덱스터 등을 지켜내고 특별행동그룹을 움직였던 노스 중령을 예편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였다. 동시에 Tower Commission을 설치하여 NSC의 권한과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국가안보·정보기관에 대한 조사와 개혁은 현인(wise men)들로 범국가적인 지혜를 모아서 강구해야지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삼을?범주가 아니다. 소련이 아프간에 침공해 들어간 것이 소련제국 몰락의 단초가 되었는데 그 결정적인 것은 미 중앙정보국이 파키스탄을 통하여 탈레반에 공급한 스팅거 미사일이었다. 아프간은 수천년 동안 침략자들의 무덤이었다.
19세기 말 인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아프간에 거점을 구축하려던 영국군이 카이버 고개에서 아프간군에 전멸한 것은 대영제국에 적신호였다. 이 비극을 20세기 후반 소련이 똑같이 되풀이 하였다. 아프간의 산악지형은 너무도 험악하여 소련군은 주로 헬기를 통하여서만 병력을 투입하고 군수물자를 수송할 수 있었는데 탈레반이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하여 공급한 스팅거 미사일로 헬기 활동을 차단하자 소련군은 19세기 영국군처럼 막대한 출혈만 남기고 아프간에서 철군하게 되는데 이는 미국이 월남에서 당하던 파국의 재현이었다.
정보기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익을 위한 다양한 과업을 수행한다. 정보기관의 능률을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의 영역과 방법이 존중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정보기관을 수사기관 등이 함부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말이 상상할 수도 없다. 영국에서는 지금도 MI-6의 장이 공개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모토는 정보기관 활동의 정수(精髓)와 긍지를 표현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규율을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능률을 극대화시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종편 방송의 ‘탕탕평평’에는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을 어떻게 정권안보에 이용했는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국정원이 멍드는 과정이 공개되고 있다. 환호하는 것은 잠재적이든, 가상적이든, 주적(主敵)이든, 우리의 적일 뿐이다. 이런 문제들을 지혜롭고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진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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