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3금(三禁)은 생도문화의 일부

3금은 생도문화의 일부이다. 3군사관학교의 3금조항이 생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니 이를 시정하기 바란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3금제도는 생도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인권위의 판단과 상관없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제도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민생활의 다방면에 걸친 광범위한 관심과 요구에 대해 일면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차원과 범주의 적용에 있어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

이 세상에는 법의 영역이 있고 윤리도덕의 영역이 있고 종교 또는 예술의 영역이 있다. 각각의 영역에는 독특한 가치관과 기준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관생도에 있어 3금 규정은 법적인, 또는 인권의 문제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사관생도에 있어 스스로의 심신을 가다듬는 자율적인 다짐이자 약속의 하나이다. 이는 Honor System(명예제도=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커닝하지 않는다)과 더불어 사관학교의 개교 이래 독특한, 그리고 자랑스러운 문화이자 전통의 일부가 되어 왔다. 생도들은 이를? 불필요한 과도한 간섭이나 또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극기와 자제심을 통해 군인으로서 완성된 모습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시금석으로 생각해 왔다. 이것이 단순히 법의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인 또는 문화의 차원이 되고 있다는 것은 마치 신부나 수녀 그리고 승려들이 스스로 독신의 정절을 지키고 이를 수행해 나아가는 한 과정으로 여기는 것과 같은 차원의 것이다.

과거 일본군에서 연대기수는 연대의 상징인 연대기를 호위하는 청년장교로서 반드시 동정(童貞)일 것이 요구되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요구되었으며 이러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연대기수는? 연대의 승패와 함께 자신의 일신을 과감히 던질 수 있는, 즉 죽음을 뛰어 넘어 연대 장병의 선두에 서서 적진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한다.

사관생도 4년의 기간동안 금주, 금연, 금혼을 요구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건강하고 깨끗한 청년장교의 모습을 단련시키고자 하는 데 그 뜻이 있다. 그리고 이는 누구에 의해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생도들 스스로의 다짐과 서로의 약속에 의해 지켜져 온 결의인 것이다. 사관생도에게 이처럼 완벽한 깨끗함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는 사관생도의 신조를 체현(體現)하는 데 이러한 수양이 중요하고 효과적인 수련방법이라는 경험적 명제에 의한 것이다. 이는 사관생도 문화의 일부이자 전통으로 이에 대해 제3자가 적절하지 않은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일종의 논리적 오류(logical fallacy)다.

3금제도와 명예제도는 사관학교 교육의 불가결의 일부이다. 영어 격언에 “Courage is not exhibited in battlefield only.” 즉 “용기는 전쟁터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지만 육체적 용기뿐 아니고 도덕적 용기는 사관학교 교육을 통하여 함양되고 단련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련은 해서는 안될 것을 하지 않는 자제력,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는 실천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self-restraint(자제력)와 integrity(결벽성)을 육성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Arete(德)는 훈련을 통해서 얻어진다고 하였으며, 유교철학에서도 덕(德)은 득(得)과 통한다고 하여 훈련과 수련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부분의 생도에게 술과 담배가 그렇게 큰 유혹이 되지는 않지만 호기심에 의해서든 입교전의 잠시의 습관에 의해서든 술과 담배에 손이 가는 것을 감연(敢然)히 끊어버릴 수 있는 의지는 일종의 도덕적 용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지를 단련시키는 것이 쌓이게 되면 일종의 덕이 되는 것이며 이것은 나아가 전쟁터에서 발휘되는 용기의 모상(模像)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3금과 명예제도가 생도의 정신교육과 도덕훈련에 불가결의 요소요 방법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맥주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대고서는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이는 자신뿐 아니고 공직에 있을 때 회식하는 자리에서 부하들에게도 철칙으로 고집하고 요구하였던 내 나름의 원칙이었다. 이것은 생도시절 3금을 완벽하게 지켰던 도덕훈련과 맥을 같이 한다. Principle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변통을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영국군 니콜슨 중령이 비록 포로라도 장교는 강제노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제네바협약을 주장하면서 “This is a matter of principle.”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영군군 장교 나아가 영국 국민의 principle(원칙)을 중시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음을 기억한다. 원칙(Principle)이란 말하자면 이와 같은 것이다.

사관학교의 교육 또는 환경에 관한 논의는 국민들, 특히 사회지도층의 각별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지원 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믿는다. 3금제도는 명예제도와 함께 사관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으며 생도문화와 교육의 불가분의 한 요소라는 것을 긍정하고 이해하는 금도(襟度)가 필요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