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북 ‘정전협정 백지화’는 ‘北中균열’의 신호탄?

북한 정찰총국장 김영철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 무슨 소리인가? 국제조약은 어느 일방이 백지화를 한다고 하여 쉽게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다. 정전협정 5조 62항에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쌍방은 정전협정 당사자로서의 유엔사와 공산군을 말하며 공산군은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으로 되어 있다.

북한 인민군의 이 조치는 과연 중공군과 합의한 것인가? 중국은 이를 분명히 한다. 아니면 중국은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고 이를 복원시키기 위하여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납득할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때는 유엔사는 중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스스로 방기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렇게 되면 중국은 앞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회담에도 참여할 수 없다.

1954년 제네바회담에는 20개국이 참가하였다. 유엔군은 미국을 비롯하여 참전 16개국과 한국이, 공산측에서는 소련 중국과 북한 등이 참가하였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회담에 참가자격이 있는 나라는 원래는 20개국이었다. 90년대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열린 4자회담에는 유엔사는 미국과 한국이, 공산측에서는 러시아가 해체된 소련의 지위를 계승한다는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제외되어 결국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하였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현재의 공식적인 avenue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를 수용할 수 없고, 또 앞으로 전개될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에 참가하려면 이 시점에서 입장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더불어 중국이 이 상태를 방치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북한에 개입할 국제법적 정치적 근거가 약해진다. 중국에서는 북한의 자제를 요구하는 외교부 성명을 냈지만 이것으로는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마땅히 중국이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를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천명하는 입장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전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이 광폭해지는 것은 연례행사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기를 꺾기 위한 양동도 더해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유야무야(有耶 無耶) 햇볕정책의 재판이 되도록 끌어가려는 기도가 분명하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가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 김정은 주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정군의 간부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에 대한 전율(戰慄)과 공포(恐怖)가 정전협정 백지화라는 극약으로 드러난 것이 간파된다.

이제 북한이 중국에 부담이 된다는 것은 더욱 더 명확해졌다. 이를 파고들어 전과를 확대하는 것은 국방부와 외교부 몫이다. 국방부를 중심으로 합참과 유엔사, 연합사가 한 치의 흐트러짐과 착오도 없이 이 위기를 처리하여 오히려 북중 균열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보실은 그 중심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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