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점잖은’ 정 총리가 화난 이유? ···원전부품 위조·대사관 직무유기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정홍원 총리가 질타하였다. 정 총리 같이 강직하고 점잖은 분이 이런 극단적 언사를 쓴 것은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을 대변한다. 여기에 관계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대부분 정확성과 정밀성이 몸에 밴 과학기술자들이 아닌가? 위조부품을 쓰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알고 있을 이들이 이런 일에 공모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여름 전력대란이 눈앞에 닥쳐오지 않았는가? 이런 일은 한국의 과학 기술자 모두를 욕 먹이는 짓이다. 한국이 아직까지 기초과학에서 노벨상 언저리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국민의 중망을 모으던 황우석이 저지른 짓도 이런 사기(詐欺)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일이 아닌가?

라오스에서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압송되었다. 북한에서 기민하게 일을 해치우는 동안에 도대체 우리 라오스 대사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내 그럴 줄 알았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외교관들이 없지 않으나 아직도 대다수 외교관들의 근무자세와 국가관이 이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해외에서 대사관을 상대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분(公憤)하고 있는 행태다. 박근혜 대통령이야 한 번도 대사관에서 직접 사무를 본 적이 없을 테니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외교관의 자질, 책임의식과 국가관을 가감 없이 폭로한 사건으로 역시 천인공노할 일이다.

육사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inconceivable) 일이다. 문제는 생도들을 붙들고 폭탄주를 먹였다는 지도교수다. 사관생도의 금주 금연 금혼은 육사의 전통이다. 생도들이 졸업 전 훈육관과 교수들의 임석 하에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술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예외가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굳이 이렇게 술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임관 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잔을 먹더라도 취기가 있는 자세로 생도대를 거닌다는 것은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다. 문제는 바른 주법을 가르치지 못한 교수와 훈육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중령, 대령급 간부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학교 장군단이다.

특히 교장(superintendent)의 책임이 중하다.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각별한 사명감과 교육철학을 가져야 한다. 육사 출신으로서 육사 교장을 끝으로 군 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은 최고의 보람이요 영예다. 기갑병과 장교로서 보기 드물게 중장이 되고 수방사령관까지 지냈다는 학교장 박남수 중장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전역 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자진해서 전역을? 신청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 번 깨진 육사의 전통과 자랑은 어떻게 주워 맞출 것인가?

윤창중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같은 범주에 속한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공직자가 술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는 대통령의 입이 스물 몇 시간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찾지 않았는다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연발하는 것이 우연이고 불운인가? 무언가 국가기강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좌가 아닌가? 모두들 심기일전 대오각성(心機一轉 大悟覺醒)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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