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비자 늑장 발급으로 아프간 통역 6천명 ‘생명 위험’
주둔 미군 통역으로 활동해온 6000여명 아프간 현지인의 ‘아메리칸 드림’이 미 정부의 비자 문제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국무부와 의회 관계자 등의 말을 빌려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미군과 정부기관 근무 현지 통역의 미국 재이주를 규정하는 ‘특별이민비자'(SIV) 기한이 9월 30일로 종료됨에 따라 6천명 가량의 아프간 통역의 미국행에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비자발급 마지막 단계에 와있는 300명도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미국행이 좌절되면 생명의 위협까지 당할 처지에 놓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신뢰추락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올 예산연도에 SIV 발급자를 확대하고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의회가 정한 올해 SIV 발급 한도는 3천명이다.
국무부는 SIV 기한 종료 전에 한 건이라도 더 발급해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부처간 협의, 보안 우려, 행정 처리 지연 등으로 난항을 빚고 있다. 2012년 가을의 경우 국무부가 발급한 SIV는 전체 신청자 5700명 중 32명에 불과했으며 대다수 신청자들은 비자발급 1단계인 카불 주재 미 대사관 단계에서 막혔다.
이같은 상황은 아프간 고등교육자를 출국시키면 두뇌유출(brain darin)이 발생한다는 주장과 함께 아프간 거주 미국인 보안 강화와 대조적으로 아프간 통역 신변 문제에 대한 인식부족 탓에 벌어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미군의 신뢰를 확보한 일부 신청자조차 ‘잠재적 안보 위협’으로 분류돼 사실상 거부된 실정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해 SIV에 대한 정밀 재검토 등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으며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에서 “자격이 되는 일부 사람들도 부주의로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문제를 시인했다.
SIV와는 대조적으로 어학 특기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은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무부는 올해 초부터 매달 400명꼴로 어학 특기자들에 대해 비자를 발급해왔으며, 이들에 대한 비자 처리 기간도 8개월로, 대기 시간도 절반 가량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SIV 제도개선 필요성은 의회와 행정부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의회가 추가 비자 발급에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와 비자 발급을 추가적으로 받은 아프간 통역들에 대한 재이주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에 달려있다.
블루메나워 의원은 “SIV라는 우물은 이미 물이 고갈된 상태”라면서 “미국의 구원과 약속 이행을 갈구하는 아프간 통역을 방치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게 뻔하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단기적인 처방과는 별도로 SIV 제도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대상을 비정부기관, 미 언론기관 등에 근무한 아프간인들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내년 회계연도에 SIV 발급 대상자를 3천명으로 한다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희망자 수보다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