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명예살인’은 코란 가르침 아니다

종교의 탈을 쓰고 자행하는 명예살인(名譽殺人, honour killing)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5월27일자 보도에 “가족 허락 없는 혼인 ‘투석 살해’ 기독교 남편 따라 개종 ‘사형선고”라는 제하의 기사가 났다. 하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정법(正法)을 신앙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알아본다.

<27일 파키스탄의 제2도시인 펀잡주의 라호르시고등법원 앞에서 파르자나 파르빈(25)이 아버지와 오빠에 의해 돌에 맞아 살해당했다. 가족의 허락 없이 무함마드 이크발(45)과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이 이유였다. 파르빈은 임신 3개월인 상태였다. 파르빈은 그의 가족들이 이크발을 납치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에 자신의 뜻으로 결혼했다는 증언을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법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법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은 파르빈에게 벽돌을 던지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딸을 숨지게 한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가면서도 ‘딸이 허락 없이 결혼을 해 가족 모두를 모욕했기에 살해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은 불법이지만 파키스탄 인권단체 ‘아우랏재단’에 따르면, 매년 이렇게 숨지는 여성이 약 1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명예살인이 정부의 행정력이 잘 미치지 않는 시골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도시 중심가에 있는 법원 앞에서 대낮에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파키스탄 내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너무 충격적인 일이다.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수단에서도 무슬림인 메리암 이브라힘(27)이 기독교도 남성과 결혼하면서 개종했다는 이유 때문에 배교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됐다. 임신 8개월째이던 이브라힘은 지난 5월27일 옥중 출산을 했다.

수단은 무슬림 여성이 이교도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 남성은 기독교나 유대교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가능하다. 감옥에 갇힌 만삭 여성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인권단체들은 “여성은 자신이 누구와 결혼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석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상에 이런 불공정하고 부당한 처사가 아직 이슬람권에 남아 있는 것은 여간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유독 이슬람 사회에 남아 있는 명예살인은 어디에 근거하나? 이런 투석형(投石刑)의 잔재 때문에 이슬람이 원래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명예살인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코란>은 기본적으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며,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어떠한 직접적 살인도 금하고 있다. 게다가 남녀를 동일한 의무와 책무를 가진 인생의 동반자로 규정하면서 서구사회보다 몇세기나 앞서 무슬림 여성에게 이혼과 상속권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파르빈의 투석 형 소식을 접한 파키스탄인들은 현지 일간지 <돈 웹사이트>에 “2014년 파키스탄에 사는 사람들보다 1400년 전 아랍이 더 현대적이고 개방적이다”라고 한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 때문에 이슬람을 믿는 각 나라들이 이를 각자의 전통 가치관이나 문화특성에 따라 제각기 확대해석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슬람 국가에서 흔한 조혼(早婚) 문화가 여성의 교육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남성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여성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생계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고, 관습에 길들여진 남성은 여성을 학대해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교와 관습이 잘못 뒤섞인 문화 때문에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여성이 직접 남편을 처단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자흐라는 이웃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남편이 이사 가기를 거부하면서 자신을 상습폭행하자 남편의 몸에 불을 질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프간 전역에서 자흐라를 응원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끔찍한 학대를 당해도 도움을 요청할 곳 하나 없는 삶에 진저리가 난다. 자흐라의 행동에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들이다. 아프간 인권운동가인 후마이라 모하메디는 “여성들이 직접 가해 가족을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가해자가 별다른 처벌 없이 3~4개월 만에 풀려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여성들은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명예살인’은 가족, 부족, 공동체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조직 내 구성원을 다른 사람이 살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이유가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UNFPA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많게는 5000명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간통을 저지른 여성이나 혼전 성관계를 가진 여성에 대한 살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모두 명예를 위한 살인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란 무엇인가? “제악막작(諸惡莫作) 즉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무릇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자정기의(自淨基意)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시제종교(是諸宗敎) 이것이 모든 부처님과 성현의 가르침이다.” 종교가 참 쉬운 것이다. 이렇게 종교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이 종교다. 그러나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 종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슬람의 명예살인은 종교의 가르침이 아니다. 종교의 허울을 둘러쓰고 자신들이 짓는 죄악을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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