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사우디,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 강화
외국인 근로자 750만명, 불법체류자 100만~200만명 추정
사우디아라비아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여권법과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중소업체 소유주에 대한 구속기간을 늘리기로 했다.?또 보다 철저한 단속 및 적발을 위해 1000명의 검사관을 고용하는 등 새로운 단계를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아딜 알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최근 MBC(사우디 방송)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는 750만명의 외국인이 있고 그들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계속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면서도 “사우디로 일하러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은 사우디 국내법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지난 몇 달간 20만명의 외국인들을 추방했으며, 기존의 사우디제이션 정책을 업그레이드시켜 2011년 말부터 도입된 ‘니따까 시스템’에 의해 합법체류 중이던 84만명의 외국인들이 대부분 사우디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니따까를 도입한 후 지난 18개월간 약 60만명의 사우디인이 민간영역에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외국인 40만명은 업무 인수인계 관계로 여전히 고용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시민들이 이에 대한 각종 위법사항을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무료 전화 회선을 설치할 것이며, 기업체 소유주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회사가 실정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노동부는 경찰을 대동하고 외국인 노동자 고용실태 조사를 위해 사업체를 조사할 1000명 이상의 검사관을 고용할 예정이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적발될 경우 사업주는 위반 정도에 따라 △불법체류 외국인 1인당 10만리얄 (약 3000만원)의 과징금, 또는 △징역 2년형, △벌금형과 징역형을 동시에 처벌 받는다.
아딜 알 파키흐 장관은 압둘라 국왕이 명령한 3개월간의 유예기간 내에 론칭하게 될 새로운 단계의 노동부 할당 시스템은 업종에 상관없이 직원 수에 따라 고용 할당율(49명 이하 10%, 50명 이상 12%)이 적용된 현재 시스템의 단점을 개선해 소매업종에서는 사우디인들의 고용비율을 높이는 등 차이를 두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건설업계 및 용역업체 타격 불가피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12%로 추정되는 사우디인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수십만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시켜 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계속 시행하게 될수록 지난 수십년간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에너지, 건설, 서비스 산업의 민간영역에서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랍 각지에서 온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역시 사우디 노동부와 내무부의 강경한 정책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정책이긴 하지만 외국인을 쫓아내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그 자리를 사우디인들이 100%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기적인 추방정책으로는 경제운용에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사우디 내에는 합법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 외에도 100~200만명, 혹은 그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의 단속 강화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쫓겨나 이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줄어들게 되면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예멘 정부와 인도 캐를라 주정부는 사우디 정부의 강경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오고 있다.
사우디 내 일부 업체와 각종 학교들은 당국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일부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집 안에만 머무는 일이 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오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의 비자 획득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의 단속 강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우디 주식시장과 업계 전망에 대한 기대심리 조사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등 사우디 경제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동부와 내무부가 본격적으로 외국인 불심검문 및 단속조치를 시행한지 1주일만인 지난 4월 초 압둘라 국왕이 관련 부처에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그들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주라고 직접 명령할 정도로 사우디 사회가 불안해질 징조는 이미 시작됐다.
유예기간이 주어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사우디 경제와 사회에 어느 정도 큰 파장을 안겨줄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종료 시점에서 사우디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라마단 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노동집약적이고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절대적인 건설업계 및 용역업계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건설 프로젝트의 공기가 지연되는 등 여러가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니따까 강화와 더불어 정부의 할당치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영세한 용역업체들이 사업을 접어, 거리의 청소부들이 줄어들면서 위생상황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자체들이 노동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운전 허용하면 외국인 줄일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줄이는 것은?위에서 언급했듯?사우디인의 실업률을 낮추고 내수경제 활성화 등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다. 급여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수입 거의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쓰지 않고 모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체 입장에서는 외국인보다 급여와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드는 사우디인이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는 인건비 증가로 압박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늘어나는 비용만큼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나마 감당할 만하지만, 현실은 사우디 직원들의 인건비 증가와 생산성 증가가 기대만큼 정비례하지 않는다.
민간기업도 가능한 사우디인을 고용하지 않지만, 사우디인도 민간기업을 가능한 기피한다. 편하게 일하는 공공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세면서 급여수준마저 낮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압둘라 국왕이 대규모의 복지정책을 발표했을 때 공무원들의 최저급여를 3000리얄(약 90만원)로 인상한다고 해서 민간업체에서 일하는 사우디인이 불만을 표현한 적도 있을 정도로 공공부문과 민간영역의 급여차가 있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을 낮추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여성의 운전 허용이 거론된다.
외국인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들의 운전허용을 주장해 온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왈리드 왕자가 노리는 것은 50만~70만명으로 추산되는 ‘House Driver’라는 특수 직종을 없애는 것이다.
‘House Driver’는 말 그대로 가정용 운전사로 여성들이 운전을 못하는 현실에서 가정에 고용되는 운전사다. 업체에 고용되는 일반 직원들과 차별을 둬 ‘이까마’ 갱신비용이 일반 외국인(연 750리얄)에 절반 정도(연 350리얄)에 불과하고 정부의 각종 제한조치에서 열외로 빠지는 직종이다. 하지만 ‘House Driver’로 들어와 업체나 다른 직종, 다른 스폰서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아 관계당국의 주요 적발대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슈라 위원회에 여성의 운전허용을 요청하는 탄원서가 다시 한 번 제출된 상황에서 목적은 다르지만 알왈리드 왕자가 지지의사를 표현하고 있어 보수적인 사우디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