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대학 ‘PNU’…캠퍼스에 메트로가
사우디의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대(Princess Noura bint AbdurRahman University, 약칭 PNU)는 리야드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대학이다. 원래 1970년 개교한 리야드 여대로 시작했으나, 세계 최대 규모의 건물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고등교육 도시 내 최신식의 여성고등교육기관을 세우라는 압둘라 국왕의 비전에 따라 53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리야드 전역에 34개 캠퍼스를 갖춘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자 대학도시(University City for the Princess Noura bint Abdulrahman University for Women)로 2008년부터 확장 개편 됐다.
지난 3월 콘월공작 부인(찰스 황세자의 부인)의 프린세스 누라여대 방문 취재기에 따르면 여성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학교 내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은 대형 현관 홀 벽에 걸려있는 압둘라 국왕을 포함한 초상화가 전부라고 한다. 압둘라 국왕 지원으로?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압둘라 국왕 고모 이름서 명칭 따?
현재의 학교 이름은 압둘라 국왕의 아버지이자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국왕의 누나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녀의 이름을 따왔다. 누라는 아랍어로 ‘빛’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알 사우드 공주(1875~1950)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국왕의 한 살 많은 누나로 압둘 아지즈 국왕이 종종 “나는 누라의 동생이다”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그의 동생 무함마드도 같은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가부장 중심의 문화를 가진 ‘극보수마초’ 국가인 사우디 건국자가 어떻게 누나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까?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녀는 ‘남성 40명분의 마음’과 위대한 지혜를 가진 장부스타일의 여성이었다고 한다. 당대 사우디 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식자였으며, 카리스마 있는 성품과 강건한 정치적 사고를 바탕으로 권력 다툼에서 밀려 쿠웨이트로 쫓겨났던 동생 압둘 아지즈가 권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격려했고 압둘 아지즈 국왕도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그녀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녀는 압둘 아지즈 국왕의 핵심 자문역 중 한 명이었으며, 심지어 그가 공석 중일 때는 그의 위치에서 국가를 통치했다.
그녀의 매우 진보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사우디에 처음으로 전화가 도입됐을 때 많은 이슬람 성직자들이 전화를 ‘악마의 도구’라 간주해 사용을 거절했을 때, 그녀는 반대하는 그들조차 전화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기기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전화기 사용을 지지했다. 이외에도 압둘 아지즈 국왕의 자녀들이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훈육을 위해 고모에게 보냈을 정도로 누라 공주는 사우드 가문에 속한 어린조카들의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둘라 국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를 만들면서 자신의 성장기에도 영향을 주었던 고모의 이름을 따왔다. 그의 고모처럼 능력 있는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싶은 바람이 담긴 것이다.
세계서 가장 큰 10대 대학 중 하나 ???
프린세스 누라 여대의 규모는 450만권의 장서를 보유할 새 도서관을 포함하여 800만㎡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리야드와 대학도시를 연결하는 10개의 출입문과 학생 및 직원들의 기숙사, 모스크, 기혼학생이나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오락시설을 포함한 800여 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 대학 중 하나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여성들의 운전이 불허된 나라에서 안 그래도 드넓다는 캠퍼스를 어떻게 다닐까? 그 답은 바로 메트로다. 셔틀버스가 아닌 셔틀 메트로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학교 내에는 학교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총연장 11.5km의 전자동식 메트로와 학생들을 위한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 리야드공항에서 리야드로 들어가다 보면 철로가 보인다. 처음에는 수동으로 메트로를 운영했으나 2012년 9월 4일 사우디철도 당국으로부터 캠퍼스내 자동화 전철의 운영면허를 취득했다. 사우디 철도 당국 이외 부에 철도 운영권을 넘겨 준 것은 프린세스 누라 여대가 최초였다.
사우디 대학생의 58%를 차지하는 여학생들 중 겨우 14%만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85%는 교육계, 6%는 보건계, 9%는 공공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 국왕은 “여성은 자상한 어머니, 모범적인 시민이자 생산성 있는 직원이 됨으로써 국가의 내부와 외부에서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국가경제의 구축에 기여하며, 최고 수준의 사회와 국가를 대표하기 위한 의무보다 큰 책임을 수행한다. 또한 나라 밖에서는 그녀가 속한 나라와 공동체의 대사가 됨으로써 그녀의 종교적 신앙과 우리의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슈라위원회’에 사상 첫 여성위원을 지명하는 등 여성의 사회참여를 장려하고 있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전거 탑승 금지, 학교에서조차도 체육활동 불허 등 여성에게 주어졌던 많은 금기사항들을 풀어주는 우호적인 상황 속에서 대표적인 상징인 여성들의 운전금지 제한이 언제 풀리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