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사우디 “이제 여성도 자전거 탈 수 있어?!”

유원지에서 사륜차(Buggy)를 즐기는 사우디 여성들. <사진=AlYaum.com>

사우디 일간지 <알-야움>은 1일 사우디 종교당국이 이번 주부터 23년 만에 그동안 여성에게 금지시켰던 공공장소에서의 자전거와 전동사륜차(Buggy) 즐기기를 허용해주도록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전폭적인 허용은 아니다. 단정하게 옷을 입고 남성 가족친지나 보호자(마흐람)들이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컴파운드나 프라이빗 비치 등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즐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즐길 수 없었다.

<알-야움>은 사우디 권선징악청(Committee for the 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 내 익명의 소식통을 언급하며 사우디 여성들이 단정하게 아바야와 히잡을 갖춰입고 낙하나 기타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 바로 도와줄 수 있는 남성 보호자와 함께 한다면 공원이나 해안 산책로, 그리고 기타 장소에서 자전거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여성들이 동행해야 하는 남성 보호자가 어떻게 지켜볼 것이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사우디 권선징악청은 외국 여성들이 자전거나 전동 사륜차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 적은 결코 없었다고 밝히며, 여성들의 자전거 및 전동 사륜차 이용은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허용하는 것일 뿐 운송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즐기기도 그렇다. 봉변당하기 딱 좋으니까.)

단, 사우디 종교당국은 자전거나 전동 사륜차를 즐기려는 여성들에게 이를 허용한 종교당국의 방침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집단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은 피해서 즐길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종교당국이 제한한 탑승조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사우디 여성들이 입어야 하는 아바야가 이 기구들을 즐기기에 불편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NGO의 사미아 알 바와르디 대표는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아바야를 입고 기괴하게 운전하는 것은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사우디 최초의 여성영화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영화 ‘와즈다’의 트레일러. 사우디 내에서 최초로 찍은 극영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식은 해외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사우디 영화 ‘와즈다(Wadjda)’가 상영된 후에 나왔다. 사우디 여성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가 극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은 98분짜리 이 영화는 사우디에서 찍은 최초의 극영화로도 기록됐으며, 사우디 정책상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는 리야드 외곽에 사는 11살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 뿐 아니라 지난 주 여성 스포츠클럽을 허용해주겠다는 정부 방침까지 이번 정책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공공장소 여성 자전거 허용 소식이 보도된 날이 하필 4월 1일이었기 때문에 만우절 거짓말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을 정도로 많은 사우디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개정안이 발표된 시점이 사우디 슈라위원회에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가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나왔기에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에게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방침을 시발점으로 전격적으로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이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일단락하고 또 다음 기회로 넘어가게 될지 정부당국의 결정이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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