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아랍의 봄, 시작은 ‘청년실업’ 문제

아랍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요르단 최고의 대학 요르단 대학교 졸업식장 풍경. 이 곳을 졸업해도 취직률은 낮다.

지난 칼럼을 통해 걸프지역 국가에서 근무하는 CEO 이하 임원들의 평균 급여수준을 소개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이 지역의 실업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사우디의 실업문제는 알왈리드 왕자와의 인터뷰 글에서도 언급된 바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아래 글은 걸프 비즈니스 3월호에 소개된 기사 ‘MENA jobless levels are a ticking timebomb: The Great Job Sqeeze (44~45페이지)’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설명을 보완해 재정리했다.

‘사회정의’보다 ‘배고픔’ 문제로 시위 촉발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함께 아랍 세계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에 직면해 있다. 아랍인들이 이집트 카이로부터 시리아 알레포, 요르단 암만, 바레인 마나마까지 거리에서 분노에 넘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바로 일자리 문제다.

그들이 독재자 아래 있든, 독재 정당하에 살든, 왕정 하에 있든 아랍 청년들은 오직 ‘일자리’ 한가지 만을 위해 싸우고 있다. 품위니, 사회 정의니, 사회와 경제성장에 의미있는 참여니 하는 것들 모두 일자리를 가진 후에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자신들을 구해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는 “재정 위기로부터 아랍의 봄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세계 발전 흐름 속에서 일자리 문제가 정책 토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아랍 세계에서 좋은 일자리가 적게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최신 자료는 중동지역 청년 실업률이 2012년 세계 평균 12.7%의 두 배 이상을 상회하는 26.4%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황이 더욱 나빠 청년 실업률은 그보다도 조금 높은 27.5%를 기록하고 있다.

2012-1017 전세계 지역별 청년 실업률 전망(출처: 국제노동기구 ILO)

위 표에서?보듯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전체 실업률은 2017년까지 계속 2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분간은 지난 2012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 평균 청년 실업률의 두 배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인 실업문제는 유럽과 북미 지역이 더 이상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데서 비롯된 낮은 경제 성장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실업 문제는 이와 달리 기본적인 고용구조와 시장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아울러 지역 및 국가의 특성에 따라 다른 원인을 안고 있는데, 석유 자원이 없거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중동-북아프리카 국가와 석유 자금이 넘쳐나는 부유한 GCC 걸프 국가로 나눠볼 수 있다.

가난한 아랍 국가 EU의존도 높아

대부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정부들은 자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맞춰주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제성장은 높은 출생률을 따라 잡기는 커녕 경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늘어나는 노동력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 현재 3억5500만명인 아랍세계의 인구는 매년 2.1% 늘어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일부 나라의 인구성장률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평균 인구성장률보다도 더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실로 엄청난 청년 실업률로 휘청거리는 나라들이 있다. 예멘(35%), 이라크 (43.5%), 튀니지(29.6%)와 같은 나라들이 그렇다. 예멘과 튀니지는 정권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라크는 늘어나고 있는 오일머니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지난 몇 년간 심각한 내부문제로 정세불안의 위기 속에 있어 왔기에 이런 높은 실업률은 놀랄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 외에도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다른 나라는 바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두 번째로 높은 45.6%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알제리다.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EU의 영향력이 엄청나고 의존도마저 높은 상황에서 EU의 경제위기 및 침체는 북아프리카 경제에 직격타를 날리게 될 정도의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높은 실업률로 인해 과거 의견 내기를 두려워했던 여러 나라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실망을 표명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아랍의 봄’과 같은 운동을 통해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무너뜨리는 등 정치적으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물론 기존의 정권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에겐 많은 정치적 부담감을 안겨주게 됐다. 현실적인 문제로 설령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걸프국가, 정부 의존도 높이는 복지정책 양날의 칼

걸프국가에서의 고용은 여전히 문제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아랍세계에서의 문제처럼 심각한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석유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수익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덕분에 걸프국가의 정부들은 공공분야 일자리에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알 마사 캐피탈에 따르면 GCC 국가들은 향후 10년간 실업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3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내야만 한다고 말한다. GCC 국가들은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경제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재정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걸프국가의 인구가 2011년?4500만명에서 2012년?5700만명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일자리 창출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일 머니에 기반을 둔 광범위한 복지 시스템의 도움으로 정부 계정의 재정지출 비용면으로 볼 때 GCC국민들의 부는 점점 증가되고 있는 추세”라고 쿠웨이트의 마르카즈 연구소를 이끄는 라구 소장은 말한다.

국민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석유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이 베풀어지고 있는 복지천국에서 살고 있기에 실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인근 국가들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에 놀란 걸프 정부로서는 자국민들의 불만을 낮추고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복지정책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GCC국가의 강력한 복지정책들은 간접적으로 자국민들의 적극적인 구직의지를 떨어뜨리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자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걸프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심각한 일자리 문제에 봉착했다. 전체 걸프국가 인구의 2/3가 살고 있으며, 두자리 수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에서의 실업문제는 다른 이웃 걸프국가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사우디 인구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이웃 국가들은 소수의 자국민과 다수의 외국인으로 이뤄져 있지만, 사우디는 이웃 5개 GCC국가 자국민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약 1900만명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자국민과 상대적으로 소수의 외국인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력으로 복지의 천국을 누릴 수 있는 이웃 나라들과 달리 사우디는 정부의 힘만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자국민들로 인해 이웃나라에 버금가는 강력한 복지정책 추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쩌면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의 양대 잠재적인 불안요소를 꼽는다면 초고령화, 종합병동화된 왕실의 장래와 국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들의 실업문제로 인한 경제적 악순환을 들고 있을 정도다.

지난 2011년 사우디 정부는 외국인 직원당 사우디 직원의 고용율에 따라 해당 회사들에게 보상하거나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니따까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지만, 니따까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인해 추가비용만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작은 비즈니스 및 단순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업종에는 부적합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사우디 노동부는 쿼터를 추가하는 외국인 노동자 1명당 연 2400리얄의 과징금을 부과해 재계부터 그랜드 무프티까지 이 논란에 뛰어드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니따까는 2011년 초 젯다 경제포럼에서 유명무실했던 기존의 사우디제이션(사우디인 고용정책)이 실패했음을 공개 선언하고 이를 업그레이드시켜 새로운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다. 니따까는 외국인 직원수 대비 사우디인 고용비율에 따라 회사를 4등급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회사에 대한 처벌과 보상을 내리는 정책이다. <표 참조>

니따까 등급별 회사에 내려지는 보상과 처벌. 처벌은 한마디로 사업 접으라는 얘기.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관계자는 “사우디인 고용정책을 단기간에 너무나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신규사업진출을 위한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더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사우디 실업문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걸프 국가들은 민간부문 고용창출에 있어 부분적인 성공을 거둬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창출된?700만개의 일자리 중에서 민간부문이 창출한 일자리는 620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들이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근무태도 변화·중소업체 육성 일자리 창출 동력?

걸프국가, 그리고 아랍지역 전체에서 일자리 창출은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교육 개혁과 직업훈련은 업체의 요구에 부합하는 숙련된 노동력을 준비시키는데 매우 결정적인 문제다.

매킨지에 따르면 아랍국가들은 청년 실업으로 인해 매년 500억 달러를 잃고 있다. 이는 이러한 아랍국가들 중 많은 정부에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는 있지만, 이러한 기관을 수료한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취직시키는 발전 기반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늘고 있는 교육기관과 의미있는 취직을 보장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있어서의 엄청난 괴리를 지적하며, 이들 교육기관 졸업생들 중 단지 1/3만이 실무에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괴리가 존재하는 것은 이들의 근무태도가 그야말로 ‘남다르기’ 때문. 아랍인들의 일반적인 근무태도에 대해 한국인과 비교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인. “누군가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혹시나 만약 아무도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내가 기필코 해내고야 말거야! 안 되도 되게 한다!”

아랍인. “왈라히 (정말로) 누군가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친구가 하게 내버려둬. 그런데 만약 아무도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야! 하비비! (야! 친구야!) 남들도 못하는 그 일을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겠니! 인샤알라~!”

아무리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어 교육기관을 늘리고 유능한 선생들을 섭외해서 교육시켜봤자 기본적인 근무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민간 부문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인력양성 문제와 더불어 걸프 국가와 같은 석유 수출국들이지만, 이라크, 이란, 알제리, 리비아 등은 탄화수소 수익을 석유화학, 금융, 통신, 서비스업 등과 같은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과 개발사업은 또 다른 중요한 일자리이자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다.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민간 부분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정부 계약은 또한 민간 투자자들에게 자국민 고용정책을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아랍 정부들은 또한 선진국에서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소기업체의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아랍 정부들과 그들의 발전 파트너들은 포괄적인 성장과 사회정의 실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그들의 경제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실패는 지속적인 정국불안과 불안정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위정자들은 기존의 장기집권하는 정권이든, 새롭게 탄생한 정권이든 국가의 발전과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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