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최악의 동반자, 미국과 중동
역사만화 ‘속고 속이는 중동과 미국의 관계사 ①1783~1953’
18세기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동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만화(그래픽노블)가 나와 소개한다. “최악의 동반자”는 프랑스 이슬람 전문 역사가 장피레르 필리유와 프랑스 독립만화의 기틀을 잡아 온 만화가 다비드 베가 합작해 만든 프랑스 그래픽 노블로 중동, 아랍 국가들의 역사와 종교, 정치적 갈등과 기존의 영국과 프랑스 외 미국과의 관계를 설명한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총 3부작으로 예정된 작품의 1부이며, 서론에 해당하는 <오래된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로 시작해 <해적>, <석유>, <쿠데타>의 4가지 키워드로 오스만 제국과 신생 독립국 미국과의 첫 수교과정에서부터 1953년 미국의 CIA가 주도했던 이란 쿠데타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2~3부에서는 9.11과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분쟁에 이르기까지의 사건들을 통해 중동지역과 미국의 관계를 조명한다. 현재 집필 중인 2부가 올 상반기에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책은 4000년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이야기’인 길가메시 이야기가 오늘날 국제정세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 고찰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북아프리카 지역들을 통해 미국과 오스만 제국이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해적>, 제1사우디 왕국(디리야 왕국)으로부터 오늘날의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사우디 정부가 끈끈한 관계를 맺게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석유>, 1953년 미국의 CIA가 주도했던 이란의 쿠데타 과정을 이야기해주는 <쿠데타>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복잡다단한 중동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해 준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중동사는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반면, 미국이 그들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중동사를 깊숙히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알기 쉽지 않다. 중동-북아프리카지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영국과 프랑스, 특히 이 둘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중동 지역에 각종 불행의 씨앗을 던져놓고 떠난 사이 유대인들과 함께 영향력을 키워나간 미국이 그 이전부터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오스만 제국과 수교를 맺는 과정에서 어떻게 중동지역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인디언들을 제외하고는 외부의 그 누구와도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는 미국이 건국 이후 처음 분쟁을 겪게 된 지역이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이었다는?대목은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간 오랜 악연의 시발점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또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의 역사적 배경과 윤곽을 간단하나마 엿볼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미국이 오스만 제국 당시부터 중동지역에 끼친 영향력 외 중동 국가들을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포섭한 과정,?? 중동지역 통치자들과 반대 세력들간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세계 역사의 흐름을 자신들의 앞으로 바꾸어 놓은 전략들이 잘 나타나 있다.
상당히 넓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중동지역를 알아나가려는 초심자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오늘날의 정세를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양장 하드커버로 상대적으로 책값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이슬람-이슬람교, 이슬람교도-무슬림 같은 표현들을 같은 책 안에서도 뒤섞여 표기되어 있는 점이 아쉽다. 이슬람, 무슬림으로 통일하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2~3권까지 나와 완간된다면 뒤섞여 있는 고유명사 표기에 대해 어느 정도 통일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글 : 장피에르 필리유(Jean-Pierre Filiu)
이슬람 역사 전문가이다. 요르단, 시리아, 튀니지, 미국 등에 머물며 프랑스 외무부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레바논 내전 당시 민간인의 비극에 대한 보고서를 UN의 인권위원회에 제출하거나, 아프가니스탄의 지역에서 인도주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등 전쟁 중 발생하는 인권 문제에 관해 연구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미테랑과 팔레스타인Mitterrand et la Palestine>(2005), <지하드의 경계Les Frontieres du jihad>(2006)가 있고, <이슬람의 종말L’Apocalypse dans I’Islam>(2008) 로 프랑스 역사 협의회의 최고 상인 오귀스탱티에리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9개의 목숨을 가진 알카에다Les Neuf Vies d’Al-Qaida>를, 2011년에는 <아랍 혁명La Revolution arabe>을 출간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교의 객원 교수였으며, 현재 파리 정치 대학교 파리 국제 관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끊임없이 현대의 이슬람 및 이슬람 세계 안팎의 충돌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림 : 다비드 베(David B.)
본명은 피에르 프랑수아 보샤르(Pierre-Francois Beauchard). 1959년 남프랑스 님므 출신의 프랑스 만화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프랑스의 〈새로운 만화nouvelle bande dessin?e〉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주자이다. 파리의 응용미술 고등학교를 졸업, 1985년부터 만화계에서 활동했다(<천둥 대장에게 삼바는 없다네>). 이후 수많은 만화 잡지에 시나리오와 만화를 기고했고 ― <Okapi>. <A suivre(다음 편)>, <Tintin Reporter>, <Chic> ― 선배 만화가인 조르주 피샤르Georges Pichard(1920~2003)와 자크 타르디Jacques Tardi(1946~ )의 영향을 받아 독창적인 흑백 스타일의 화풍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