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아랍권 새 맹주에 도전하는 카타르


카타르-오만 공동관광비자 개설합의와?배경????

조만간 하나의 단수비자로 카타르와 오만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카타르 내무부에 따르면 카타르와 오만은 최근 33개국 국민들이 도하국제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받을 때 카타르와 오만 양국을 하나의 단수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공동관광비자를 발급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관광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관광객은 비자유효기간 동안 카타르와 오만을 별도의 비자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만 3국으로의 여행은 허가되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다른 나라를 나갔다 돌아올 경우에는 새로운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카타르-오만 공동관광비자의 유효기간은 1개월이며, 1달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2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다.

공동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33개국은 아래와 같다.

안도라,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핀란드, 독일, 홍콩, 아일랜드, 일본, 룩셈부르크, 모나코, 뉴질랜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바티칸, 호주, 벨기에, 브루나이,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아이슬랜드, 이탈리아, 리히텐스타인,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산마리노, 대한민국, 스웨덴, 미국 (무순)

공동관광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신청자격은 ▲양국간 합의서에 명기된 상기의 33개국 국민으로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인 여권과 ▲귀국 항공권을 소지한 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단, 임시 여권 소지자에게는 발급되지 않는다.

공동관광비자라고 하면 EU처럼 육로로 쉽게 국경을 오갈 수 있나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두 나라의 상황은 독특하다.

이 비자는 양국이 국경을 맞닿고 있지 않아 카타르와 오만을 육로로 이동할 경우 사우디와 UAE를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오직 항공편으로 양국을 이동할 경우에만 사용 가능한 비자다. 이동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굳이 두 나라간 공동관광비자를 만들게 됐을까?

카타르, 돈 앞세워 사우디 아성에 도전장?

최근 들어 각종 외교적인 문제에 개입하면서 중동지역 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카타르의 외향확대 움직임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70년대 오일 쇼크로 인해 석유로 벌어들인 든든한 자금을 앞세워 그 이전까지 지역 외교에서 중심 역할을 자임해오던 이집트를 밀어내고 중심에 나선 사우디의 아성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진 것이 바로 카타르다.

2022 월드컵 개최에 이어 하계 올림픽 유치 삼수에 도전하고 있는 카타르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 외에도 기존의 아랍국가들과 달리 다양한 외교적 이슈에 뛰어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문제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과 능력을 가진 배포 큰 카타르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바로 태생적인 한계, 미니 국가라는 점이다. 국토면적이나 인구수가 작아도 너무 작다. 사우디 면적 (2,149,690 km2/세계 13위) 대비 0.53%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영토(11,571 km2/세계 164위)로 봐도, 사우디 인구 (26,534,504명/외국인 근로자 포함/세계 45위-2010년 기준) 대비 6.40% 밖에 되지 않는 적은 인구 (1,699,435명/외국인 근로자 포함/세계 148위-2010년 기준)가 바로 그것이다.

미니 국가인 카타르는 GCC(Gulf Cooperation Council/걸프협력회의) 회원국 중 유일하게 GDP가 10만 달러를 넘는 국가이기 때문에 여유있는 경제력으로 GCC 내 타 회원국들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GCC 내에서 정치적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가가 필요하다. 특히, 사우디가 EU를 본따 GCC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GU(Gulf Union/걸프연합)를 결성하려고 드는 요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 카타르 입장에서 손잡을 만한 국가는 어디일까?

사우디와 카타르를 제외한 다른 GCC 회원국은 바레인, 쿠웨이트, UAE, 오만이 있다. 우선 바레인은 사우디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을 정도 밀접한 관계로 사우디의 GU 창설 제안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국이다. 반정부 시위로 정국혼란 시 병력을 파병하여 지원해주는 사우디를 지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다음 쿠웨이트는 어차피 비슷한 미니 국가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그럼 남은 건 UAE와 오만이고, 이들 모두 사우디의 GU 창설 의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UAE와 손잡기는 서로 꺼림직하다. 두 나라 모두 지역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메가 프로젝트의 추진 등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오만. 거리상으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GCC 내에서 사우디에 비해 두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UAE 만큼의 경쟁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관계를 맺기에는 제격이다. 오만 입장에서도 비록 덩치는 작아도 카타르가 경제적으로는 훨씬 나은데다 오만의 또 다른 수입원인 관광 수입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카타르의 제안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관광비자로 비자업무를 단순화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큰 메리트는 그동안 외국인 유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항공 교통망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적기인 오만 항공의 취항국은 42개국에 불과하지만, 파트너쉽 관계를 맺고 있는 카타르 항공은 124개국에 취항하고 있어 공동관광비자를 활용하여 다양한 관광 패키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사우디와 바레인이 의도 하는대로 GU를 결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GCC 회원국들 사이에 카타르-오만처럼 또 다른 움직임이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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