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사우디, GCC 최초 자동차 생산 ‘도전’

2010년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양산을 꿈꾸었던 SUV 가잘-1의 이미지

재규어 랜드로버와 ‘얀부’에 자동차 생산라인 협상 중

사우디가 자동차 생산국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UAE의 일간지 더내셔널(The National)은 최근 사우디가 지난해 타당성 검토를 위한 초기계약을 체결한 후 현재 자동차 생산라인을 얀부 산업도시에 설치하기 위해 재규어·랜드로버와 협상하고 있다고?보도했다.

재규어·랜드로버 고위관계자는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10억 달러 상당의 투자와 세계 최저가의 알루미늄 공급을 조건으로 협상하고 있다”며 “이 협상과 관련해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이 성사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홍해에 있는 얀부시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라아 나시프 얀부 왕립위원회 위원장은 “재규어·랜드로버와의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계약이 성사될 경우 2017년 첫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높은 석유 의존도에서 탈피해 산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그간 소홀했던 왕국 내 산업기지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와 민간 업체들은 걸프만에 인접한 동부지역의 주베일과 더불어 양대 산업단지 중 하나인 서부지역 얀부에 530억달러 상당을 투자해 왔다.

저렴한 탄화수소 원료 공급이 가능한 사우디는 석유화학산업을 구축하고 SABIC(Saudi Basic Industries Corporation)을 동종업계 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있는 업체로 키워내면서 산업화에 대한 잠재성을 보여준 바 있다. 사우디는 석유화학 제품을 플라스틱으로 변환하는 다운스트림 산업개발을 장려해 기초 원자재 수급과 소비재를 위한 부품 제조망을 구축하고자 애쓰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이러한 발전의 정점으로 간주되는 자동차 생산과 같은 복잡한 제조과정 속에 자체 생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높은 석유의존도 탈피 산업다각화의 일환?

알라아 나시프 위원장은 13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지역 다운 스트림 위크컨퍼런스(The Middle East Downstream Week Conference) 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 계약이 일단 성사되면 사우디의 산업화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부터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이 국내에서 공급될 것이며 언젠가는 모든 자동차 부품을 사우디 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재규어·랜드로버가 노리는 것은 내년 초 무렵부터 차량생산에 사용될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시작할 예정인 마아덴 알코아JV(Ma’aden-Alcoa Joint Venture) 프로젝트의 알루미늄 제련소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왕국 내에서 나온 각종 자원 등의 원자재를 사용해 초저가에 생산하는 것으로, 알루미늄은 재규어 랜드로버 생산의 핵심 금속이다. 이에 대해 라탄 타타(Ratan Tata) 타타그룹 명예회장 겸 재규어 랜드로버 소유주는 “이 제련소는 사우디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원가에 알루미늄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 추가 인센티브로 10억 달러로 추산되는 제조공장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전체비용 대부분을 사우디 정부가 제공하며, 관련시설과 기반시설물들은 재규어 랜드로버 측에 임대로 제공된다.

나시프 위원장은 “사우디의 연간 차수입량이 100만대에 근접하고 걸프와 다른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수요를 포함한 국내수요를 감안하면 사우디내 자동차 제조업은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다임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의 계약은?????

이와 관련해 2010년 킹 사우드 대학(King Saud University)은 초기 자본금 5억 달러로 리야드에 공장을 짓고 ‘세단1’이라 명명한 사우디 최초의 차량을 생산해 내기 위해 한국의 다임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대표 전영근)와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품을 선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계약에 따르면 사우디, 걸프 및 북아프리카 시장을 목표로 한국-사우디 합작의 5인승 모델인 ‘세단1’을 2년내 3만5000리얄의 저가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당시 계획된 합작사는 사우디정부 투자펀드가 60%, 다임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가 30%, 킹사우드대학이 1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업을 유치하고자 애쓰고 있는 사우디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생산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생산인력, 특히 사우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좋은 제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수입의존도 100%인 자동차 산업 육성은 사우디 입장에서는 수입 대체 효과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이긴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어떤 인력으로 채우느냐가 문제다.

외국인들도 어떻게든 사우디인으로 교체해 보려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일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고, 또 제조업을 기피하는 사우디인들을 어떻게 준비시켜 투입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만약 제대로 성과를 거둘수 있다면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도 민간기업들에게 사우디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기존처럼 상대적인 생산성 저하라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 항공이나 은행들처럼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대부분의 직원들을 사우디인으로 교체하며 성공적인 사우디제이션의 예로 언급된 바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이용객들의 원성을 유발하게 만들었던, 생산성 저하라는 사우디제이션의 부작용을 함께 보여준 실례이기도 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