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아랍인 이름 보면 ‘가문’ 알 수 있어

사우디, UAE 등 걸프국가에서는 ‘이름+아버지 이름+할아버지 이름+가문’까지 풀네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UAE 독립기념일 행사때 코로 인사하는 UAE 사람들
사우디, UAE 등 걸프국가에서는 ‘이름+아버지 이름+할아버지 이름+가문’까지 풀네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UAE 독립기념일 행사때 코로 인사하는 UAE 사람들

출신부족까지 한눈에…여성 현대식 이름 짓기 늘어나

아랍 나라에 가려고 비자 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면 경험해 봤으리라. 이름을 적는 서류에 어머니 성을 포함해 4칸이 펼쳐져 있는 것을 말이다. 한번은 한국인이 별로 없는 사우디 남부 지잔에서 운전면허를 새로 신청한 적이 있는데, 모든 서류와 조건을 다 구비했음에도 담당 직원들이 한국인 이름을 전산망에 어떻게 올릴지 몰라서 여권과와 교통경찰청을 이틀이나 돌아다닌 적이 있다. 우리 이름 구조를 그네들의 시스템에 넣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중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아랍 이름에 관한 것이다. “왜 그렇게 이름이 복잡하냐”, “대체 무슨 의미냐” 등.

아랍 이름은 기본적으로 ‘①본인 이름-②아버지 이름-③할아버지 이름-④가문이나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사람 이름이 ‘야흐야 무함마드 아흐마드 쉬라힐리’라고 한다면 이는 야흐야란 사람이 쉬라힐리라는 부족 출신이고, 할아버지는 아흐마드이며, 아버지는 무함마드라는 의미다. 이름을 통해서 가문과 3대 가보(家譜)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아랍 국가가 이 방식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인들은 흔히 본인과 아버지 이름만을 사용하고 할아버지 이름은 관청 등에서 본명(full name)을 요청할 때만 사용하며 가문 등은 대개 쓰지 않는다.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에서는 대부분 본인 이름 뒤에 성(보통 출생지나 직업)을 넣는다. 예를 들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경우 바샤르(사령관)는 자기 이름이고 알아사드가 성이다.

이러한 정통 이름 말고도 ‘쿤야’라는 것이 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해보면 자녀가 있는 부모를 부를 때 ‘철수 엄마’, ‘영희 아빠’라고 부르는 식이다. ‘아부 무함마드(무함마드의 아버지)’, ‘움무 무함마드(무함마드의 어머니)’와 같이 불린다. 단순히 부르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또 공식 이름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한국에서는 ‘철수 아빠’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거나 공식 서류에 올리지는 않는데, 아랍인들은 공식문서에 본명보다 이 쿤야를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다.

‘아무개 아빠’라는 표현이 있으니 당연히 ‘누구 자식’이란 표현도 있다. ‘누구 아들’이란 의미로 ‘이븐(ibn)’이나 ‘빈, 븐(bin)’이 쓰인다. 또 ‘누구 딸’이란 뜻의 ‘빈트(bint)’도 있다. 유명한 이슬람 사상가 이븐 칼둔(Ibn Khaldun)은 ‘칼둔의 아들’이라는 의미다.

예전에는 아랍 무슬림 국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관습대로 부모가 점성가와 상의해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방식 대신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아들과 손자 이름을 지어주거나 어머니가 딸의 이름을 지어준다.

아랍인 이름에는 종교와 관련된 뜻이 많은데, 이슬람에서 이름은 심판의 날에 불리기 때문이다. 종교가 곧 생활인 무슬림들은 이름에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종교적 의미 담은 이름 많아

따라서 아랍인 이름은 알라의 사도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 집안의 이름이나 무슬림의 위인 또는 그 후손들 이름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이슬람 경전에서 빌려 온 이름들도 적지 않다.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와 그 이름의 변형인 아흐마드, 마흐무드, 하미드 그리고 무함마드의 아버지 압둘라, 삼촌들인 아부 탈립, 함자, 압바스 등이 많이 애용된다. 그리고 무함마드의 사위인 알리와 알리의 아들인 후세인, 하산 등이 선지자 집안들이다.

특히 ‘종’, ‘하인’이란 뜻을 지닌 ‘압드(abd)’를 활용한 이름이 많은데, 신이나 예언자의 하인이란 뜻의 이름을 통해 종교적 신념을 드러낸다. ‘신의 종’이란 뜻에서 압드알라, 압둘라(Abdullah)라는 이름이 나왔다. 여성은 ‘압드’ 대신 ‘아마(amah)’라고 하는데, 신의 종을 이름으로 표현하면 ‘아마툴라(Amatullah)’가 된다.

무함마드 딸인 파티마, 그의 부인들인 카디자, 아이샤, 자이납 등도 무슬림 여성들이 많이 애용한다. 아랍의 조상인 이스마일, 카아바 신전을 건립한 이브라힘(아브라함), 또 다른 선지자들 이름인 무사(모세), 다우드(다윗), 술라이만(솔로몬), 야흐야(요한), 일야스(엘리야스), 자카리야(자카리야), 유수프(요셉), 이사(예수) 등도 모두 사랑받는 이름이다.

요즘 아랍 여성들은 현대식 의미의 이름도 많이 사용한다. 자밀라(아름다운), 수아드(행복한, 행운이 있는), 쌀와(편안함), 라일라(밤), 알리아(고상함) 등 좋은 뜻을 가졌거나 부르기 좋은 이름들을 선호한다. 그 밖에도 나지마(별), 와르다(장미), 하비바(연인), 말라크(천사), 마람(희망), 파티마(무함마드 가족), 야스민(자스민), 주흐르(꽃) 등이 여자이름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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