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아랍권 최고 인기 스포츠 ‘축구’

2012년 4월 리야드 축구 경기장 <사진=이중한>

“여성은 경기장 출입 제한, SNS와 유튜브로 축구소식 알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을 기다리던 아랍 시청자들은 갑자기 새까맣게 변한 TV 화면에 깜짝 놀랐다. ‘알자지라 스포츠’ 채널의 월드컵 독점중계에 항의하기 위해 누군가 송출을 방해한 것이다. 중계권료가 높아지고 많은 채널들이 중계를 포기하자 축구를 아무나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항의다. 아랍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아랍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동네에 모여 공을 차고,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거나 집과 카페에서 TV로 시청하면서 SNS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한국에선 거의 중계하지 않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도 아랍권 TV로는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를 지켜보는 한국 축구팬들이 아랍어를 배워야겠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영표 거쳐간 ‘사우디리그’, 축구팬 반응 화끈

8월 중순 이후 시작하는 3대 걸프리그 중 가장 큰 사우디리그는 메인 스폰서의 이름을 따 압둘라티프자밀 리그(AbdullatifJameel League)로 불린다. 1부 리그에 14개 팀이 있는데, 최다 우승팀(13회) ‘알힐랄’이 최고 인기다. 리야드를 연고지로 하는 ‘알힐랄’은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이 선정한 20세기와 21세기 최고 아시안클럽에 선정된 바 있다. 설기현, 이영표, 유병수가 거쳐 가면서 걸프리그에 한국선수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사우디 프로 축구리그

최대 라이벌인 ‘알잇티하드’와의 더비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에 빗대 ‘사우디의 엘 클라시코’로부른다. ‘알잇티하드’는 2000년대 중반 한국팬들에게 ‘알깡패’로 불렸을 정도로 아챔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천수가 활약했던 ‘알나스르’와 송종국에 이어 곽태휘가 뛰고 있는 ‘알샤밥’이 유명하다.

아랍권에서 여성은 원칙적으로 축구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없다. 따라서 경기장 관중은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축구팬이 없을 리는 없는 법. 그래서 TV 시청뿐 아니라 SNS를 통한 정보교환이 활발하다. 경기 중 골이 터지면 5~10분 뒤 동영상이 유튜브로 올라온다. 인터넷만으로 사우디리그 소식을 아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아랍 축구팬들은 ‘알힐랄’에서 김기희 영입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트윗에 올라오자 곧 김기희의 국가대표와 K리그 시절 활약상을 모아놓은 11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한국에선 만들지 않은 영상이었다. 또 외국 선수나 감독이 사우디에 첫 발을 내딛는 날이면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환영하는 이들이 바로 아랍 축구팬들이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만큼 부진은 바로 냉랭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 시즌 이상 활약이 쉽지 않고 외국 선수들은 자주 바뀐다.

사실사우디리그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최근 ‘알잇티하드’에서 ‘알샤밥’으로 이적한 스트라이커 나이프 하자지는 이적료 2500만 리얄(75억원), 연봉 800만 리얄(24억원)로 놀라운 몸값을 자랑했지만, 외국 선수들은 종종 밀린 급여를 받았다는 소식이 나올 정도로 구단 재정이 불안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리그 개혁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특히 여성의 경기장 입장 허용문제는 핫이슈다.

2012 년4월 리야드 알힐랄 메가스토어 <사진=이중한>

카타르리그, 관중 경품으로 1500만원 내걸기도

한국선수들이 가장 많이 뛰고 있는 카타르리그는 ‘카타르 스타스 리그(Qatar Stars League)’로 불린다. 3대 리그 중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유럽에서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현금 등 다양한 경품을 내걸어 축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 특징인데, 지난 시즌 한 결승전에서는 현금 5만 카타르리얄(1500만원)을 1등 부상으로 걸기도 했다.

이정수가 뛰고 있는 ‘알사드’는 최다 우승팀(13회)이지만, 2011년 아챔 4강 1차전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 난투극을 펼쳐 한국팬들에게 악명을 얻기도 했다. 남태희가 소속된 ‘레퀴야’가 최근 신흥 강호로 떠올랐고, 고슬기를 영입한 ‘엘자이쉬’는 상무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팀이다. ‘엘자이쉬’의 소유주는 카타르군(軍), 구단주는 카타르군 참모총장이다.

UAE리그는 창설 40주년을 맞은 올해 ‘아라비안 걸프 리그(Arabian Gulf League)’로 이름을 바꿨다. 포항팬들에게는 신형민이 이적한 ‘알자지라’가 잘 알려져 있지만, UAE리그에서는 최다 우승(11회) ‘알아인’이 독보적이다. 최근 이슈는 걸프컵 우승을 이끈 MVP 오마르압둘라흐만의 이적문제다. 그는 지난 해 이미 맨시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고, 다른 유럽 명문팀들이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구단주 역시 이적이 가능하다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리그와 카타르리그와 달리 UAE리그는 여성이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사우디리그보다는 SNS 교류가 낮아 경기영상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챔 등을 통해 사우디 클럽과 시합할 때면 전체 경기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다.

한국에서걸프리그를 보려면 아랍권 방송이 직접 제공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사우디리그와 카타르리그는 모든 경기를 무료 채널에서 보여주지만, UAE리그는 무료 채널에서 보여주는 일부 경기만 볼 수 있다. 유료 채널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역제한에 걸려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는 더운 낮을 피해 밤에 이뤄지는데, UAE와 카타르리그가 저녁 6시(한국시간 자정) 전후 시작하고, 사우디리그가 밤 8시(한국시간 새벽 2시) 이후 시작한다. 사우디리그의 경기 시간이 더 늦는 이유는 무슬림들이 모든 예배를 다 끝낸 뒤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계절의 영향도 있어서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경기 시작시간이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