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아랍아이돌’ 우승자, 그 뒷이야기

아랍아이돌 우승자 팔레스타인 무함마드 앗사프 <사진=사우디 MBC방송>

많은 아랍팬들, 그 누구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바라던 작은 희망이 이뤄졌다. 지난 22일 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생방송으로 방영된 아랍아이돌 시즌2 최종회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단합을 이끌어낸 웨딩싱어 무함마드 앗사프가 이집트 출신 아흐메드 자말, 시리아에서 온 파라흐 유스프를 제치고 최종 우승자로 확정됐다. 그는?참가과정부터 시작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준수한 외모, 가창력 등으로 ‘평화의 로켓’, ‘아랍의 탐크루즈’라는 별명을 얻으며 정치적, 사회적 반향과 함께 해외 언론들의 관심까지 불러왔다. <우승 확정 후 마지막 노래?영상>

팔레스타인들에게 무함마드 앗사프는 단순한 오디션프로그램 참가자 중 한명이 아닌, 팔레스타인 국가대표였다. 또 앗사프가 출연한 ‘아랍아이돌’은 국제사회 암묵 하에 이스라엘의 억압과 탄압에서 사는 그들의 현실을 전해주고 있는 정치적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무함마드 앗사프의 이름이 최종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 곳곳에서는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두 지역 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생방송을 지켜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것 이상으로 환호하며 팔레스타인을 연호했고,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거나 집에 있던 사탕들을 던져주는 등 기쁨을 표출했다.

따뜻한 웃음을 가진 그는 아랍아이돌이 진행되는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부심을 무대중심으로 끌어왔다. 고국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격자무늬 스카프 ‘케피에’를 두르고, 무대 밖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력탄압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가 최종회를 앞두고 진행된 21일 공연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에 대한 찬가 ‘케피에를 들어라’를 불렀을 때 베이루트 MBC TV스튜디오에 있던 수많은 방청객들이 벌떡 일어섰으며, 야외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그는 우승소감을 통해 수 십년간 이스라엘의 억압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오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반대쪽에 있는 웨스트뱅크, 동예루살렘으로부터 고립돼 있다. 이스라엘이 가하고 있는 지난 10년간의 여행제한은 이들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다. 지난 2007년 하마스가 정권을 맡으며 가자지구는 더욱 고립됐고 이슬람 세력 하마스와 웨스트뱅크를 다스리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파타흐 간의 증오는 더욱 깊어져만 갔다. 지난 2006년 펼쳐진 10년만의 총선에서 하마스가 과반수 의석을 장악하며 제1당이 되었으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다루기 무난한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이들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다. 마흐무드 압바스도 하마스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간 셈이다.

하마스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변인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과 성격이 불경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가자지구에 몰아닥친 아랍아이돌의 열풍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슬람은 창시자 무함마드의 얼굴도 그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알라 외의 우상(아이돌) 숭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선전과 가자지구에 대한 그의 발언에 힘입어 더욱 거세진 대중들의 여론을 묵인해줬다. 이러한 인식전환의 신호로 가자에 있는 변호사 예히 예무사는 이번주 그를 ‘팔레스타인 예술대사’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물론 보수적인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쇼에 빠져 독립쟁취를 위한 투쟁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렸다며 이러한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 생방송 중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그에게 친선대사로서 외교관 자격을 부여했으며, UN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지역 청년대사(Regional Youth Ambassador for Palestine Refugees)로 지명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그에게 외교여권을 발급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의 아버지 자베르 앗사프는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아사프에게 계속 음악활동을 하고 싶으면 더 이상 가자지구에서는 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내에는 공인된 음악학원이 없고, 사람들은 공연을 하기위해 스스로 자금을 투자해야만 하기에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아랍아이돌에 참가하기 전 무함마드 앗사프는 가자지구 내에서 공연을 열거나 웨딩싱어 등 행사용 축가를 불렀으나 돈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절 같지만, 자세히 보면 기도임을 알 수 있다. 최종 우승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무함마드 앗사프 <사진=방송 캡처>

무함마드 앗사프의 실력을 보여주는 일화??

올해 초 가자지구에 있는 고향마을을 방문한 한 팔레스타인 사업가는 자신의 가족행사에 스포츠 바지와 점퍼를 입고 낡은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호텔로 걸어 들어오는 한 청년을 보고 놀랐다. 그 가수는 밴드 없이 혼자 왔고, 20분 후에 낡은 청바지와 류트(옛현악기)를 들고 온 또 다른 젊은이와 합류한다.

정식 가수를 기대했던 사업가는 행사품위를 떨어뜨리는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경비원들을 불렀지만, 그 가수를 불러 온 친구가 가수의 노래를 일단 들어보라고 설득해 마지못해 공연을 수락한다.

그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허름해 보이는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사업가는 노래를 듣는 순간? 이 남자가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졌음을 알게 됐다. 그의 밴드는 류트 하나만 있는 보잘것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노래가 끝난 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자신의 꿈이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로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 살며 가자대학(Gaza? University)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던 22살의 팔레스타인 청년 무함마드 앗사프였다.

그는 리비아의 미스라타에서 1989년에 태어났으나 4살 때부터 귀국한 부모님과 함께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서 생활했다. 수학 선생인 그의 어머니 인티사르는 그가 5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또래답지 않은 원숙한 목소리를 가졌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타고난 가창력을 살려 결혼식 등 행사용 가수로 경험을 쌓았고, 인기 있던 현지 TV 프로그램에 나가 진행자의 칭찬 속에 민족 전통 노래를 부르던 2000년에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종종 현지 음반기획사로부터 계약 제의를 받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너무도 험난했던, 오디션 응모기??

그 행사로부터 두 달 후 무함마드 앗사프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우디 소유의 MBC에서 방영하는 아랍권 최고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에 참가한다. 하지만,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는 길은 너무나도 험난했다.

무함마드 앗사프는 아랍 아이돌 오디션에 응시하기 위해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육로로 이동했는데 국경에서의 문제로 이틀을 허비하게 된다. 그나마도 이집트인 국경요원을 겨우 매수한 끝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디션이 열리는 호텔에 겨우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감시한이 지난 뒤여서 호텔 문이 닫혀져 있었고, 진행요원들은 더 이상 응시지원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는 호텔벽을 타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번호표를 받지 못해 다른 참가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홀 안에 희망 없이 앉아 참가자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한 팔레스타인 참가자가 그의 노래를 듣고는 “나는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하지 못할 것임을 알지만, 당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번호표를 그에게 건네주면서 극적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Top10에 진출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아랍아이돌에서 쏟아진 가수들의 극찬

아랍아이돌의 한 회에서 레바논의 유명 가수 라게브 알라마의 노래를 부른 이후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것 이상으로 그의 공연에 감명을 받은 원곡자 라게브 알라마가 그에게 자신의 노래 ‘야라이트 피이카비하’를 부르고 싱글로 낼 권리를 주었다. 아울러 그의 목소리가 로켓과도 같다며 ‘로켓’이란 별명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UAE의 가수이자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아흘람 알샴시는 그가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은 방청객이고 그는 그 쇼의 스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을 했고, 레바논의 낸시 아즈람은 그의?공연을 본 뒤 ‘진정한 가수’라고 불렀으며, 핫산 엘 샤페이는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줄 안다며 그의 목소리를 튜너에 비유할 정도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험난했던 오디션 응시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그는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Top3에 올랐고 아랍세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알려진 스타가 됐다. 아랍아이돌 방송이 제작되는 레바논에서는 그를 ‘아랍의 톰크루즈’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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