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선투표율 60%···여성 “교육기회 달라” 36% 참여
탈레반 공격 없이 5년전 대선의 2배···첫 TV토론도 한몫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선거가 탈레반의 위협 등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대선에는 탈레반의 위협뿐만 아니라 폭우와 추위라는 악조건까지 더해졌지만 유권자 1200만명 가운데 700만명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투표율은 60%에 육박, 2009년 대선의 2배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투표자의 36%가 여성 유권자로 추산됐다.
전날 아프간 전역에서 열린 대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평온한 가운데 치러졌다. 특히 수도 카불에서는 단 한 건의 탈레반 공격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극소수 지역에서 폭탄 공격 등이 발생했으나 5년 전 대선때와 비교하면 공격이라 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
카불에서 투표에 참여한 주부 라일라 네야지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죽게 돼있다. 탈레반 위협도 두렵지 않다”며 “내가 행사한 한 표가 탈레반에 모욕적인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불에 마련된 여성 투표소에서 부르카를 쓴 채 주권을 행사한 파르와시 나세리는 이번이 자신의 첫 투표라며 “여성도 남성처럼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층도 적극 참여했다. 폭우에도 투표소를 찾은 70세의 하맘 치라그 알리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약 6500개 투표소 중 일부는 공격 등을 우려해 문을 닫았으나 6218개소에서는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산간지역에는 3200여마리의 당나귀가 투표용지 수송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린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용지가 모자라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례적인 투표율 상승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정치 의식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진 직전 대선 과정의 ‘학습효과’도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탈레반의 위협 때문에 투표율이 낮으면 차기 정부의 정통성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올해 말 미군 주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 처음 도입된 후보들간 TV토론도 유권자 의식 함양에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 나섰다. 탈레반이 2001년 말 미국 침공으로 권좌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일체의 사회활동이 금지된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축출 후 12년여 동안 교육을 받고 직장도 다닐 수 있게 됐다. 여성들의 정치권 진출도 이뤄졌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신장된 여성권리가 대선 실패로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됐다는 평가다.
‘탈레반 축출 이후’의 신세대 젊은이들도 차기 정부가 경제회생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적극 투표에 참가했다.
오바마는 “미국은 아프간 국민이 뽑은 새 정부와도 동맹관계를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안정되고 민주적인 아프간에 대한 지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대선이 아프간 통합과 안정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1년 말 미군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뒤 지금까지 12년여 간 집권해온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남은 대선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