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2014년 아프간서 안보지원군 떠나면

‘우즈벡 이슬람운동(IMU)’ 중앙아시아 확산

6월 19일 탈리반(Taliban)은 아프가니스탄이슬람수장국 명의로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즉 아프간 땅을 다른 나라의 위협이 되도록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명의 배경에는 ‘포스트 2014’라는?사건이 놓여 있다.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철수하게 되는 그 사건 말이다.

탈리반의 성명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테러의 온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국제사회에는 의외의 희망적인 메시지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성명 하나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의 불안과 우려가 말끔히 가셔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중앙아시아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IMU(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 Islamic Movement of Uzbekistan)의 소식이 자주 들린다.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이 세력을 확대하고 전열을 재정비하여 중앙아시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U와 탈리반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중앙아시아 일대를 위협하던 IMU는 현재 파키스탄의 부족자치지역(Federally Administered Tribal Areas, FATA)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에 접하고 있는 부족자치지역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통제가 어려운 곳이다. 행정구역상 파키스탄에 속하지만 주민들의 대다수는 파쉬툰인들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주 민족인 파쉬툰인들이 이곳에 집중해서 살게 된 경위는 1893년 영국이 설정한 ‘듀랜드 라인’(Durand Line)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식민지의 유산인 셈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을 위시한 동맹군의 공격을 받아 궤멸상태에 빠진 탈리반 정권은 거점을 파키스탄의 부족자치지역으로 옮기고 저항을 계속해 왔다.

한편 2000년대 초까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지역에서 테러와 납치, 군사 행동을 일삼던 IMU는 탈리반 정권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삼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군과 NATO군의 공격을 받아 카불이 위태로와지자 IMU도 도주하는 탈리반을 따라 파키스탄으로 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 조직의 설립자이자 최고 수장이던 우즈베크인 주마 나만가니(Juma Namangani)가 미군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 IMU로서는 조직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부족자치지역으로 숨어든 IMU는 이 곳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IMU 내부에 분열이 초래되어 새로운 테러 조직이 독립해 나갔다는 정보도 있다. 여전히 중앙아시아의 해방과 우즈베키스탄 공략을 지상 목표로 설정하는 IMU 본진과는 달리, 범세계적 무슬림 해방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갈라져 나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민족이나 지역의 무장 조직이 아닌, 국제이슬람지하드운동의 일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서 ‘이슬람지하드연합’(IJU, Islamic Jihad Union)을 조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분석은 어렵다. 일례로 지난 6월 3일, 카불 북부의 도시 판지쉬르(Panjshir)에서 두 명의 우즈베크인과 한 명의 키르기스인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서방 언론에서는 이를 IMU의 소행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러를 조직한 세력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와란나흐르(Mawarannahr,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통칭하는 옛날식 표현 ― 필자 주) 지역의 정복이 임박했기를 알라께 기도드린다”. 필자는 이들이 IMU로부터 갈라져 나온 IJU 조직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지만 현 상황에서 사실 확인은 불가능하다.

카자흐, 우즈벡 등 IMU 세력 확장 ‘예의주시’

어쨌든 IMU 혹은 IJU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영내의 중앙아시아계 이슬람주의자들은 미군의 완전 철군 계획이 발표되면서 조성된 안보적 공백 상태를 이용해 최근 세력을 급팽창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경 지대인 파랴브(Faryab) 지방이 이들의 공략 타깃이 되고 있다.

5월 8일, 우즈베크인, 타지크인, 투르크멘인, 거기에 북코카서스(러시아령 체첸, 다게스탄 등)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자들까지 가세한 다국적 무장세력이 이 지역에 있는 저수 시설을 장악하려 시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의 반격을 받은 무장병들은 국경에서 불과 3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파랴브 산악지대로 숨어들었는데, 이 일대의 알마르(Almar), 카이사르(Qaisar), 고르마치(Gormach), 카람콜(Qaramqol) 그리고 파쉬툰 코트(Pashtun Kot) 등 지역에는 이미 탈리반의 군사 기지가 다수 들어서 있어 아프간 정부군도 접근하기가 어렵다.

중앙아시아와 인접한 파랴브 지역에서는 우즈베크어와 투르크멘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영국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을 사이에 두고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19세기 말 이전까지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인도 북부는 모두 하나의 문명권이었으며 민족이나 국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도 아프가니스탄에 우즈베크인이나 타지크인 등 중앙아시아 계통의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현지를 취재한 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파랴브 지역에서 IMU(혹은 IJU)는 중앙아시아와 북코카서스 출신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IMU 병사들보다 더 전문화돼 있고 탈리반과 연대해서 작전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해와 올 해 연이어 발생한 두 건의 자살 폭탄 테러 작전이었다. 2013년 4월, 탈리반이 ‘할리드 빈 왈리드(Khalid bin Waleed) 춘계 대공세’를 개시한다고 선언한 직후, 파랴브 지역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

아프간 정부군 복장을 한 탈리반 무장병들이 파랴브 지역 내 법원 건물 안에서 자살 폭탄을 터뜨려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 영내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서는 최대 희생자를 냈던 이 작전에는 IMU 무장병도 가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사건이 있기 전인 2012년 10월에는 파랴브 역내 이슬람 사원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정부 관료를 포함하여 41명 사망)가 발생했고 이 역시 IMU가 탈리반과 합동으로 감행한 것임이 확인됐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6월 13일 회동을 갖고 2014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안보상황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두 대통령의 우려는 예상밖으로 컸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특히 카리모프는 “2014년 NATO 동맹군의 철군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력적인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별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지리적 위치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사실 전문가들은 우즈베키스탄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발흐(Balkh) 지방의 경우, 다른 아프간 북부 지방에 비해 오히려 IMU의 존재감이 경미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4월, 발흐 지방에서 두 명의 IMU 고위급 지도자가 작전 중 체포된 바 있어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카자흐스탄이 우려하는 바는 자국민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월경하여 그곳에서 IMU에 가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체첸과 북코카서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과격파 조직 ‘코카서스수장국’(the Caucasus Emirate)이나 카자흐스탄 서부에서 존재가 확인된 살라피주의(Salafism, 이슬람근본주의) 단체와 연계하여 카자흐스탄에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카자흐 정부의 생각이다.

일례로 2013년 6월에 아프가니스탄의 바다흐샨(Badakhshan) 지방에서 적발된 IMU 자살특공대의 소속원 5명 가운데 한 명이 카자흐스탄 국적자였다. 수사 결과, 그는 파키스탄의 북와지리스탄(North Wazaristan) 주에서 훈련을 받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바다흐샨으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카자흐스탄 국가안보위원회 의장 누르타이 아비카예프(Nurtay Abykayev)는 바다흐샨 지역에서 활동하는 카자흐 국적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 내기 위해 그동안 러시아 공안당국과 협조해 왔으며 이들의 수는 적어도 100명은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200명 이상의 IMU 무장병들과 이에 동조하는 타지키스탄 내 이슬람 과격파 ‘자마아트 안사룰라’(Jamaat Ansarullah) 소속원들도 위에서 언급한 루트를 통해 바다흐샨으로 들어갔다. 또 인접한 누리스탄(Nurista) 지방에는 파키스탄과 우즈베크, 북코카서스 그리고 아랍인 이슬람 무장병들이 천 명 이상이나 은닉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변에 있는 캄데쉬(Kamdesh), 바르기 마탈(Bargi Matal), 두아브(Duab), 완스 와이갈(Wanth Waigal) 등의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 오던 투르크메니스탄도 IMU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2001년 10월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 전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은 물라 오마르(Mullah Omar)가 이끄는 탈리반 정부에게 연료와 석유를 공급했었다. 자기들을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조건이 붙었을 것이다. 현재 조국을 쫓겨나 해외에서 활동중인 투르크멘 반정부 세력(‘투르크메니스탄민주당’)이 IMU 내부의 투르크멘인들과 공조하여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를 전복시키려 획책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는바, 베르디무하메도프(Berdimuhammedov)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등골이 오싹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IMU는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지난 5월 20일, 파키스탄에서 훈련을 받고 모스크바에서 테러를 감행하려던 우즈베크인 IMU 세포조직이 적발됐으며, 그보다 한 달 앞서 파키스탄의 북와지리스탄 주 미란 샤(Miran Shah)에서 체포된 IMU 소속원들(우즈베크인 1명과 북코카서스 출신자 1명)은 파키스탄의 과다르(Gwadar) 항에 있는 중국 관련 시설과 중국령 신장 위구르 지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과 NATO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반 정도다. 현 시점에서 드러나는 IMU 관련 정보를 정리해 보면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 IMU는 빠른 속도로 북아프가니스탄 지역을 향해 세력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그 결과 특히 국경을 길게 접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실제적인 위협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 탈리반은 북아프가니스탄에서 IMU와 합동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중심 무대는 파랴브 지역이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 역시 IMU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2014년 미군과 NATO군의 철수 이후 발생할지도 모를 안보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6월 13일, 카자흐스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대테러 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훈련에는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으로부터 5천명 규모의 병력이 참가했다. <현승수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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