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칼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전세계 20위권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카자흐?국부펀드에 대한 관심 증폭

카자흐스탄 경제는 자원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카자흐스탄 GDP의 약 3/4이 자원의 채취, 개발 및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따라서 다른 자원기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외경제 여건에 따른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경제의 이러한 취약점을 인식하고, 카자흐스탄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고, 후속세대를 위한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원유 등의 자연자원에서 확보된 외화를 바탕으로 2000년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국부펀드(Kazakhstan National Fund)를 창설하였다.

창설 이후 카자흐스탄 국부펀드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그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최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투자활동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국부펀드 자산 규모는 이미 세계에서 20위권 정도로 다음의 표는 전세계 국부펀드의 자산규모에 따른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

전세계 국부펀드 규모별 순위 및 투자재원 <자료= Sovereign Wealth Fund Rankings, Sovereign Wealth Fund Institute(2012년 6월 기준)>

카자흐스탄에서 원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서구의 글로벌 원유개발 기업들이 카스피해 연안에서 원유자원 탐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1997년 ‘국가전략자산 통제위원회(the Agency for the Control over Strategic Resources)’는 카자흐스탄의 네덜란드 병 징후를 경고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천연자원으로부터 확보된 이익을 축적하는 펀드의 창설을 공론화 했다.

이후 실제로 펀드는 2000년 8월에 출범했으나, 정부는 2002년 4월 당시 타스마감베토프(Imagnali Tasmagambetov) 국무총리가 의회에서 텡기즈(Tengiz)유전의 카작 정부 지분 매각으로 인해 쉐브론(Chevron)사로 부터 지급받은 금액을 재원으로 국부펀드를 창설했음을 시인하면서 공식화됐다.

이어, 2000년대 원유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재원이 되는 자원수출은 대폭 증가하였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원유가격은 잠시 폭락하기도 하였으나 2000대 이후 대체로 높은 국제원유가격이 유지됨에 따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부펀드, 자원의존도 경제 탈피 목적 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 될 수 있다. 첫째는 ‘저축(savings)’의 목적으로,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채권과 같은 장기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부의 다음 세대로의 이전을 목표로 한다.

둘째는 ‘안정화(stabilization)’의 목적으로 상품가격의 변동성으로부터 국가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펀드의 두 가지 목적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어 국부펀드의 초기에 저축 기능과 안정화 기능은 각각 펀드의 75%와 25%의 비율로 구성되었으나, 이후 80%와 20%로 변경되었다. 2005년 6월 국부펀드에 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안정화 부문이 국제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펀드의 안정화 목적의 기금은 원유, 가스와 크롬, 아연, 납, 구리 등의 4개 광물가격에 따라 연동됐다.

이 가운데 원유가격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5년에 한 번씩 조정되는 ‘기준원유가격(reference price for oil)’을 책정하여 국제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준가격대비 초과 이익은 국부펀드로 귀속되고, 국제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기준가격대비 초과 손실분은 국부펀드에서 정부재정으로 역으로 귀속되는 정책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조치 이전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부펀드의 재원이 되는 세금을 내는 원유관련 기업의 명단을 마음대로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러한 조처 이후, 정부의 영향력은 감소되고 원유가격에 변동이 국부펀드 재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국부펀드에 대한 영향력은 다시 강화되었고, 특히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위기극복 프로그램의 시행을 위해 국부펀드의 재원이 정부재정의 일부로 사용되게 됐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부펀드의 재원 사용과 관련해 대통령령에 의해 강력하게 그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입안했다. 이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재원은 연간 80억 달러(USD)를 초과하는 금액의 정부재정 지원 및 다른 용처로의 전용을 금지하고, 자산을 해외 시장에만 투자하며 장기적으로 2020년까지 재원을 900억 달러(USD)까지 확대해 GDP의 30%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운용원칙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몇 번의 부침을 겪었으나 향후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은 긴급한 상황을 또 다시 겪게 되지 않는다면, 국부펀드의 두 가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현재 노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국부펀드처럼 공격적 투자는 보이지 않아

국부펀드의 운영은 대통령이 임명한 운영위원회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운영위원회에는 국무총리, 재무부장관, 하원(Mazhilis)의장, 중앙은행장과 다수의 고위공직자들로 구성된다. 중앙은행은 약 40%의 자산을 운용하며 나머지는 외부 운용사들에 의하여 운영된다. 외부 운용사들은 시티은행(Citibank), 유비에스(UBS), 암로은행(ABN AMRO) 등 국제적인 금융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암로은행이 국부펀드 투자에 대한 보고서 작성, 투자국에 대한 세금납부 등의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부펀드의 상세한 투자내역과 포트폴리오의 지역별, 상품별 분산내역은 알 수 없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부펀드의 계정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였으나,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되었고, 국부펀드에 대한 간략한 회계보고 수준의 내용만을 재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투명성은 2009년도에 37개국 53개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실시된 실증연구에서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책임운영과 투명성(Accountability & Transparency)은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평균인 57점 보다는 높게 나타났으나, 수단(2점), 아랍에미리트(4점), 카타르(7점), 키리바시(7점), 베트남(7점) 등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국가들을 제외하면 그리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투명성이 결여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부펀드의 지배구조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국부펀드의 규정을 제정하거나 변경하거나, 국부펀드로부터의 자금 이전과 관련하여 승인할 독단적 권리를 가지며, 재무부가 작성한 연간 운용보고서 및 외부감사를 승인할 권리, 국부펀드 운영위원회의 의장으로서 운영위원회의 구성을 결정할 권리, 국부펀드와 관련하여 중앙은행, 재무부, 운영위원회를 구속하는 규정을 제정할 권리 등 국부펀드 운영전반에 관련하여 매우 광범위하고 독단적인 권리를 갖는다.

특히 대통령의 국부펀드 운영에 대한 규정과 견제장치가 없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국부펀드 재원을 전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의회는 국부펀드의 자금 이전과 관련하여 대통령으로부터 발의된 안을 투표를 통해 승인할 권리는 가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국부펀드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으며 이러한 미미한 권리 역시 카자흐스탄의 권력구도로 볼 때 별다른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이 모델로 삼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와 같은 펀드 지배구조와 운영의 차이로 인한 투명성 결여라고 볼 수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경우, 운영에 관한 모든 측면에서 지배구조의 분리를 통해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반면,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의 권위주의적 시스템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의 자산운용은 전체 펀드의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안정화 계정은 주로 현금, 머니마켓 펀드와 같은 유동성 자산에,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계정의 포트폴리오는 각종 채권과 기타 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주요 투자대상으로는 국채, 신용등급 ‘A-‘이상의 기업채권, 신용등급 ‘AA-‘이상의 자산 유동화 증권, 모건스탠리 세계지수(MSCI World Index)에 포함된 주식, 그 외에 리스크 헷지를 위한 파생상품 등으로 아직까지 중동의 국부펀드들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형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총재인 마르쉔코(Gregory Marchenko)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국부펀드 가운데 약 30억 달러(USD)에서 35억 달러(USD)의 자금을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산업개발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이러한 발언은 지금까지 주로 선진국의 안정적인 금융자산에만 투자해왔던 국부펀드의 운용방식이 한국과 같은 신흥 시장에 대한 금융투자를 넘어서 실물분야에까지 전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운용금액의 증가와 함께 투자분야에 대한 다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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