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역사의 물줄기는 결국은 제 갈 길 찾아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수갑을 찬 채 수감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한평생 경찰관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그들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란죄의 공범이 됐습니다.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도 사실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들의 인생은 철저히 망가졌습니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11명의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들도 죄인의 오명을 뒤집어썼고, 그것이 평생 따라다니겠지만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일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에 진입했던 특전사 팀장이 눈물을 흘리며 하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수많은 군인들과 경찰들은 사법적 처벌 논란과는 별개로 한평생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릴 겁니다.(본문에서) 사진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의원은 16일 “우리당 소속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데 대해, 그리고 그 이유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독단적으로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느 곳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던 것처럼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이면 이 대표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지고 민주당과 이 대표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법 질서는 순식간에 대혼돈에 빠져들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분노한 민심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다”고 썼다.

그는 “역사의 물줄기는 때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결국은 제 갈길을 찾아가기 마련”이라며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헌정질서가 흐트러지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하고 끈질기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SNS 글 전문. 

먼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제 우리당 소속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데 대해, 그리고 그 이유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독단적으로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사퇴했고 저 역시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만 지난 12월3일 계엄령 발동 이후 격동의 현장을 지켜본 정치인으로서, 동시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윤석열 대통령께서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계엄령을 발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바로 며칠 전 조국혁신당 조국대표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던 것처럼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이면 이 대표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지고 민주당과 이 대표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법 질서는 순식간에 대혼돈에 빠져들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분노한 민심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출국금지 당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탄핵하고, 예산을 무리하게 삭감하는 등 국정운영을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장관과 검사들에 대한 앞서의 탄핵들이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기각됐듯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도 기각됐을 것이고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당의 오명만 더욱 굳혔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무리한 예산삭감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우리당도 맹렬히 비판했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해서 나라가 마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윤대통령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계엄이 선포된 사례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고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가 해킹당했던 적이 있고,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면서 선거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역시 그 선관위가 주도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압승했습니다.

국민의힘이 패배한 올 4월 총선이 치러질 때 선관위 사무총장과 핵심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본인이 임명한 사람들이 주관해 선거를 치렀는데도 선거 부정이 의심된다면 검찰에 수사를 지시하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될 일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서,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K컬처의 나라에서, 2차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2024년에 대통령이 선관위를 압수수색 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보냈다는게 이해가 됩니까.

전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주장이 통용될 수 있단 말입니까.

설혹 대통령의 모든 주장을 다 받아들인다 해도 계엄군의 체포조 명단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포함돼 있었고, 김명수 전대법원장과 민간인 김어준 등이 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김 전대법원장과 김씨를 많이 비판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엄군이 그들을 혐의 없이 체포할 수 있다면 결코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어제 탄핵안이 통과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는 한동훈 대표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배신자’라며 맹비난했습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여러분의 충성의 대상은 누구입니까? 대한민국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이 충성의 대상입니까?

국가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배신이라고 주장하는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정질서, 국민에 대한 배신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정말 모르십니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여러분에겐 이러는 미국 역시 배신자인 겁니까.

어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수갑을 찬 채 수감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한평생 경찰관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그들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란죄의 공범이 됐습니다.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도 사실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들의 인생은 철저히 망가졌습니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11명의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들도 죄인의 오명을 뒤집어썼고, 그것이 평생 따라다니겠지만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일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에 진입했던 특전사 팀장이 눈물을 흘리며 하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수많은 군인들과 경찰들은 사법적 처벌 논란과는 별개로 한평생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릴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고 본인은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는 건 자유지만 그에 앞서 자신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에 대해, 무너져버린 군의 명예와 사기에 대해, 시위대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용산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과 국민의힘 당사를 경비하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역사의 물줄기는 때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결국은 제 갈 길을 찾아가기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걸 입증해 주지 않습니까.

비록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헌정질서가 흐트러지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하고 끈질깁니다.

비상계엄에 대한 진실이 모두 드러나면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무엇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고 배신이었는지가 가려질 것으로 믿습니다.

누가 뭐라든 저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느 곳에서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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