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박종인 칠예사진…옻으로 만든 사진들 ‘혼’
박종인 조선일보 기자가 옻으로 만든 사진전을 12월 23~30일 연다. 단, 주말과 크리스마스에는 열지 않으니 실제로는 23, 24, 26, 27, 30일 닷새간 여는 셈이다.
다음은 박종인 작가의 모시는 글이다.
사진 전시회 합니다. 계엄사태로 광화문 일대가 혼잡해지면서 고민고민하다가 예정대로 전시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평일 낮시간대는 그리 큰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서울시의회 로비갤러리입니다. 근처에 계시는 분들은 지나가며 들러서 구경하십시오.
기간은 12월 23일부터 12월 30일까지입니다. 크리스마스인 25일과 토-일요일인 28일, 29일을 제외하면 닷새입니다. 31일도 전시를 하긴 하지만 오후에 작품을 철거할 예정이라 부산합니다.
오프닝은 따로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전시 기간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제가 전시장에서 대기하면서 인사드리고 설명도 드릴 예정입니다.
간략한 작품 설명입니다. 주요 작품 이미지는 댓글에 있습니다. 놀러들 오세요.~~~
칠예사진:漆藝寫眞-혼混
1. 사진은 복제다.
1826년 프랑스 화학자 조셉 니에프스가 파리 풍경을 처음 감광판에 담았다. 촬영에 8시간 걸렸다. 복제가 불가능했다. 1841년 영국인 윌리엄 탈보트가 종이 ‘필름’에 유리창을 촬영하고 이걸 또 다른 종이에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 숱한 인화 기술이 경쟁한 끝에 코닥이 무한복제가 가능하고 휴대가 간편한 35mm 기술을 만들어내며 세상은 사진 천국이 되었다. 디지털세계가 열리고 코닥은 망했다.
코닥은 망했지만 사진은 우주로 퍼져나갔다. 웬만한 브랜드 가치 없이는 사진은 무가치하다. 무한복제라는 사진의 본질적인 특성은 본질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AI가 만드는 이미지는 카메라가 담는 사진보다 더 사진 같고 현실적이다.
2. 디지털세계가 창조한 몰락
사진의 몰락은 거꾸로 사진의 부활을 가져왔다. 니에프스나 탈보트 그리고 그 후대 사진가들이 시도했던 수많은 비상업적 인화법이 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매우 쉽게 가능해졌다. 잉크젯 프린터, 혹은 포토폴리머 기법 따위가 전통적인 인화기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3. 옻은 장구하다
그 디지털과 옻을 결합시켰다. 그래서 무한복제 가능성이라는 사진이 가진 한계 초월을 시도했다.
옻을 도포하려면, 나무판 표면을 다듬고, 흙과 옻을 섞어서 바르고, 사포질을 하고, 삼베를 옻과 풀로 바르고, 사포질을 하고, 옻을 바르고, 사포질을 하고, 또 옻을 바르고, 또 사포질을 한다. 각 공정마다 만 하루가 걸린다. 거기에 사진을 올리려면, 사포질을 하고, 안료를 넣은 검 혹은 계란을 중크롬산염과 섞어서 바르고, 사진 사이즈와 동일한 네거티브를 그 위에 덮어서 노광을 하고, 물로 씻어낸다. 그 동일한 과정을 세번, 네번을 반복하면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테레핀유로 농도를 맞춘 옻을 아주 얇게 그 위에 코팅하듯 발라야 한다.
4. 그래서 ‘칠예’ ‘사진’이다
그래서 ‘혼(混)’이다. 유럽에서 탄생한 사진 기법과 아시아에서 귀하게 쓰는 도료 옻이 섞여 있다. 사진 자체는 유럽에서 흥했다가 은염 기술로 몰락했던 검프린트 혹은 템페라 프린트다. 칠예의 대가 전용복 선생께서 시도하고 있듯, 언젠가 사진 자체를 옻으로 인화하는 기법도 내 것으로 만들리라.
5. 그래서 사진의 본질적 특성이 사라졌다
복제 가능성을 탈각시키니, 사진도 아니고 회화도 아닌 혼종이 나와 버렸다. 그래서 <혼混>이다.
컨텐츠는 뭔가. 피사체에 맞는 안료와 질감을 골라서 옻판에 그림을 그렸다. 빛으로 그렸다. 장강 상류에 서 있는 구당협과 운주사 바위 뒤에 숨어 있는 돌부처와 튀니지 사하라 사막에서 장인이 빚은 그릇을 옻판에 그렸다. 사진이 갖는 특성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특성은 ‘기록’이다. 하지만 창조와 창작 또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성이다. 이제 사진이다, 하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