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칼럼] 인도네시아, 무슬림과 크리스천의 결혼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종교간 결혼은 제도적으로 막혀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안 신부가 결혼 전날 브라이드룸에서 식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신화/뉴시스>

인도네시아, 이종교간 결혼 법원소송·해외원정 해야 ?

이완(Iwan)이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08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자카르타 근교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스물다섯 살 청년은 이제 막 공장에 새로 채용된 수산띠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미모의 수산띠에게 반한 사람은 이완만이 아니었지만 나름 치열한 경쟁 후에 이완은 수산띠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그렇게 2년 남짓의 연애기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 그들은 2010년 드디어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 사랑하던 이 젊은 커플은 사실 연애초기부터 결혼을 작정한 지금 이 순간까지 쉽게 풀 수 없었던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이완은 이슬람 신자이고 수산띠는 개신교 신자였던 것이다.

양가 집안의 허락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놀랍게도 그들의 부모들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결혼을 허락한다고 했다. 정작 이 커플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그들의 다른 종교간 결혼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정부가 다른 종교 간의 결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다른 종교 간의 결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인도네시아에서 이러한 결혼은 금지돼 있으며 만약 종교가 상이한 사람들이 결혼하려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은 결혼식 전까지 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이나 경제적 사정이 넉넉한 사람들은 이러한 결혼을 인정하는 싱가포르나 호주로 원정결혼을 떠나는데 특히 싱가포르에는 해마다 몇 천 쌍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커플이 결혼을 신청하고 있다.

이종교간 결혼에 대해?정부 태도 애매모호?

행복한 결혼을 위해 종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개개인이 강조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간의 사랑의 결실을 맺는 데 종교가 필수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국가의 개입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73년 7월 31일 당시 수하르또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결혼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 법안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표명했다. 인도네시아의 국정 철학인 빤자실라에 기초한 이 법안은 이전까지 결혼과 이혼에 대한 복잡다단한 법체계를 일괄적으로 정비하였고 무엇보다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이 동일하게 법 적용을 받게 하는 데 그 첫 번째 목표가 있었다. 이는 결혼법이 제정될 당시 인도네시아 법체계는 이슬람법, 네덜란드법, 영국법, 그리고 인도네시아 공화국법의 영향을 받은 대략 19개의 관습법이 충돌하며 존재했기 때문이다.

법의 제정 후 그 효력이 국가내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미칠 것이라고 상상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법의 효력은 먼저 그 국가의 행정력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무엇보다 법의 해석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의 명료한 대답을 근본적으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의 경전을 해석하는데 있어서의 격렬한 논쟁만큼이나 통일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법전의 해석임을 사회는 날마다 목도하고 있다. 즉 사랑과 일부다처제를 구분해야 하는 종교의 고민은 사랑과 스토킹을 구분해야 하는 법의 고민과 놀라우리만치 닮아있다. 결국 법의 효력이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찌 보면 현대 사회의 법에 대한 신앙생활이다.

그러한 종교와 법이 1974년 결혼하는 순간 인도네시아에서 특정 종교적 행위는 이미 사적 영역을 벗어났다. 먼저 결혼법은 그 서두에 인도네시아에서 결혼은 종교적인 행사로 못 박고 있다. 결혼법 제 1조는 “결혼이란 유일신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남편과 아내로서 몸과 마음을 결합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제 2조 1항은 “결혼은 결혼 당사자들이 속한 종교의 규율에 따라서 이루어져야만 합법적이다”라고, 그리고 제 8조 6항은 “만약 결혼 당사자들이 종교가 금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결혼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작 인도네시아에서 종교인들, 특히 이슬람 신자들의 반대를 불러일으킨 것은 결혼법 제2조 2항, “모든 결혼은 반드시 관련법에 의거하여 등록되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이슬람 신자들의 결혼은 1974년 결혼법 이전에도 이미 등록이 되기는 했지만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었다. 그들의 결혼은 신랑과 신부 아버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결혼 계약 (ijab qabul)이 성립하면 되는 것이어서 다른 세속적인 기관이 그 이상의 절차를 요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4년 이후 모든 결혼은 정부기관에 등록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결혼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즉 남편은 법적으로 가장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아내는 이혼 시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으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부모의 부를 물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결혼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하는 커플이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결혼을 입증할 성직자를 찾는 일이다. 이슬람 신자들은 성직자의 입회 하에 사원이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곧 그들의 결혼을 KUA (Kantor Urusan Agama)라는 종교관청에 등록하고, 이슬람 외의 종교를 가진 국민은 교회나, 성당, 절에서 결혼 후 KCS (Kantor Catatan Sipil)라는 일반 관청에 결혼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종교가 다른 사람간의 결혼을 담당하는 관청은 없다는 점이다.

전직 판사인 사소노는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종교간 결혼은 금지되지도 그렇다고 허가되지도 않았다고(tidak larang tapi tidak atur) 논평했다. 덧붙여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종교간 결혼의 가능성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몇몇 학자들은 결혼법이 명확하게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을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그렇다고 결혼법이 그런 결혼을 허가한 것은 더욱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1974년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개인은 물론 사회단체, 정부기관, 심지어 법원 사이에서도 다른 종교 간의 결혼에 대해 상이하게 해석하는 일이 빈번했다. 결혼법이 발효되고 혼란이 더욱 가중되자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1975년 하급법원에 다른 종교간 결혼은 KCS를 통해 등록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4년 뒤 다시 한 번 이러한 방침을 하급법원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NU는 이슬람 신자는 다른 종교간 결혼을 해선 안 된다는 지침 (fatwa)을 1962년, 1968년, 그리고 1989년에 발표했고 종교부 산하의 MUI (Majelis Ulama Indonesia: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의회) 또한 1980년에 동일한 지침을 발표했다.

법원도 이종교간 결혼 상이하게 해석 빈번???

NU가 규모는 크지만 민간단체이고 MUI가 정부 소속이지만 실질 권한은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지침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모호하다. 특히 대법원이 1975년과 1979년 두 번에 걸쳐 내린 지시사항이 아직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MUI의 지침 이후 많은 하급법원들은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을 허가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1988년 이후 언론은 많은 수의 커플이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이라는 이유로 KUA나 KCS에 의해 등록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시기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1989년 매우 논쟁적인 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바로 ‘앤디 보니 대 국가 (Andi Vonny Vs. State)’란 재판이다.

앤디 보니는 이슬람 신자이고 그녀의 배우자 아드리아누스 넬완은 개신교 신자다. 그들은 KUA에서 먼저 등록을 시도하였으나 아드리아누스가 개신교 신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뒤이어 KCS에서도 앤디가 이슬람 신자라는 이유로 결혼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 이 커플은 중앙자카르타 지방법원에 KUA와 KC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그들의 결혼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1986년 4월 중앙자카르타 지방법원은 KUA 및 KCS와 같은 이유로 앤디의 소송을 기각하고 그들의 결혼은 무효화 처리했다. 이에 이 무슬림 여성은 대법원에 이 지방법원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1989년 1월 20일, 대법원이 이 커플의 결혼을 승인하고 KCS가 그 결혼의 등록을 담당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 판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다른 종교 간의 결혼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법체계가 이슬람 위주라는 오해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사랑에 빠지면 그들은 해외에서 결혼하던지, 소송을 내 법원을 통해 결혼을 인정받던지, 혹은 배우자 중 한 명이 개종을 선택해야 한다. 이들 중 가장 저비용의 해결책이 개종이어서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개종은 신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배우자를 맞이하기도 하는 종교의식이자 행정절차가 되었다. 여기서 사랑을 위해 종교를 바꾸는 행위가 덜 종교적이라는 시각은 다소 편협하다. 종교사회학자들은 ‘종교적(religious)’이라는 상태를 사원, 교회, 혹은 절을 일정기간 얼마나 자주 가는가로 측정할 수 있다는 학술적 신념을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다. 즉 종교에 이르는 길은 매우 다양해서 신이 그 길을 인도하기도 하지만 연인이 그 길을 인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놀랍게도 지난 반세기 동안 종교사회학계가 찾아낸 최대 발견 중 하나라는 점은 교훈적이다. 사랑이란 종교간 다른 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품는 것이고 가정은 포교의 기본이 아니라 그런 사랑의 둥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완과 수산띠에게 결혼은 삶의 의미를 깨치는 거창한 전진이 아니라 차이를 감내하려는 소박한 시작이다. 앞으로 라마단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축하할 많은 커플들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시작할 것이다. <서명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마인어과 강사>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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